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발도르프학교를 졸업한 12학년 학생들에게 본문
발도르프학교를 졸업한 12학년 학생들에게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1월 둘째주 토요일이 예전에 가르쳤던 아이들의 12학년 졸업식이었다. 나에게는 발도르프학교에서 두 번째 담임으로 만난 아이들이다.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아이들을 만났고, 이듬해부터 서산에 내려와 연구소를 열었다. 8학년까지 아이들과 함께 갈 것이라는 믿음이 흔들린 적이 없는데, 운명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아이들과 부모님들께 여전히 미안한 마음이 크다. 이후에는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멀리서 지켜보았던 것 같다.
학교 사정상 8학년 담임을 마치고 이듬해 바로 1학년 담임이 되었다. 8학년에서 1학년이라는 낙차는 한 학기 정도의 적응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부모님들의 전폭적인 신뢰와 아이들의 맑은 사랑이 용기를 주었다. 그 아이들이 이제 스무 살이 된 것이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졸업사를 의미 있게 들었다. 다들 어엿하고 품위 있게 성장한 모습에 감동받았다. 아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선생님들과 부모님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을지... 집에 돌아와서는 아이들과 헤어질 때 만들었던 학급문집을 꺼내 보았다. 늘 그렇지만 생생하게 당시 모습이 떠오른다. 졸업식 자리에 없던 아이들도 몹시 그립다. 이제는 어른이 된 아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마음에 남아 이 글을 적는다.
부족했던 교사로서 한 마디 할 수 있다면 이 말을 들려주고 싶었다. "두려움을 두려워하지 마라." 젊은 시절의 영혼에게 두려운 마음이 안 들 수는 없을 것이다. 희망과 함께 두려움이 드는 게 젊음이니. 그러나 두려움에 사로잡힐까봐 두려워서 움츠러들지 말고, 용기를 내었으면 한다. 스스로를 믿고 성실하게 하루 하루를 살아갔으면... 치열하면서도 숨막히지 않게, 크나큰 이상을 잃지 않고 가급적 아름답게. 아이들에게 최소한 추한 어른이 되지 않기 위해 나 역시 노력 중이다. 오랜만에 만나 낯설었을 텐데 반갑게 인사해준 아이들이, 언제든 힘든 일이 있을 때면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고 갈 수 있다면 좋겠다. 그전 선배 아이들처럼.
마침 그날 점심에는 대학원 지도교수님의 은퇴기념 식사자리가 있어서 대학 근처로 자리를 이동했다. 20년 전 석사를 시작할 때 처음 뵈었던 교수님은 지금의 내 나이였고 젊으셨다. 그러나 이제 정년이 되어 학교를 떠나신다. 교수님께 배운 것은 학문적 지식뿐이 아니었다. 학문을 바라보는 치열한 태도, 인간을 사랑하고 사회를 걱정하는 따뜻한 마음이었다. 인생이라는 커다란 학교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배우고 가르친다. 지금 이 순간,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지는 우리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https://steinerinstitute.tistory.com/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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