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도르프학교의 사회적 비전 - 벤자민 체리 (5)

(2) 발도르프 교육이 아이들이 사회에 나갈 때 특히 갈등 상황일 때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발도르프 교육은 개별 아이들을 위한 발전의 길일뿐 아니라 사회적 교육이기도 합니다. 1차대전의 잿더미 속에서 설립된 첫 번째 발도르프 학교는 개인고유성과 연관된 것만큼이나 많은 부분 사회적 이상에 의해 동기가 부여되었습니다. 그리고 전 교육과정에 학문의 발전, 움직임이나 예술의 기술에 대한 가르침만큼 사회의 근본에 대한 가르침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많은 수의 발도르프 학교 졸업생이 반 친구들과 졸업 후에도 오랫동안 강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들이 학교에서 여러 해 이상 경험을 공유한 것이 자양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함께 성장했고 좋은 시간과 나쁜 시간을 함께 했으며 서로에 대해 아주 잘 압니다. 그들이 만들어간 인간관계는 (그들의 삶 속에서 함께한 다른 아이들과 어른들 양쪽 모두) 그들이 교실에서 배웠던 주제 중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합니다. 우리 학교와 아주 큰 주류 학교 모두를 경험한 친구 중 하나는 큰 학교에서 많은 친구와 교우관계를 가졌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비록 학생수가 적기 때문에 사회적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그 아이는 영원한 우정을 만들었습니다.

사람들 간에 관계로 엮인 이러한 황금 실타래는 인생의 긍정적 양상뿐만 아니라 부정적 양상으로도 이루어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러 해 동안 아이들이 가졌던 다양한 사회적 경험이 그 아이들의 주변 사람, 특히, 그들의 선생님과 부모님 그리고 학급동료 들에게 어떻게 다루어졌는가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가진 까다로운 사회적 습관들은 보통 교실 상황으로부터 벗어나 다함께 캠프를 가거나 혹은 주요수업시간의 주제가 바뀌기만 해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갈등과 관련하여서는 다음의 내용이 가장 솔직한 답변입니다. 갈등이란 어떠한 형태로든 피할 수 없습니다. 갈등이란 한 개인이 각자 서로 다른 차이점들을 깨달아가고, 서로 다른 표현의 방식을 알게 되며, 서로 다른 가치관을 발견해가는 하나의 과정입니다. 만일 우리가 갈등을 이런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개인이나 집단 모두에게 좋은 배움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민감하고 정확해야 하며 어른(교사뿐 아니라 부모들도)으로써의 지혜와 역할(문제해결능력)을 요구합니다.

인간의 마음에는 호감(sympathy)과 반감(antipathy)이 동시에 존재하며, 이 둘 모두가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호감을 통해 우리는 서로 화합할 수 있고, 반감을 통해 각자의 공간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건강하게 호흡하는 사회는 이 두 감정이 서로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배려합니다. 건강을 위해 매우 중요한 ‘영혼의 호흡(soul breathing)'을 연습하는 것은 교육의 예술적 측면으로 모든 교과과정에서 실천되어야 합니다. 사회문제는 사람들 간의 사회적 ‘들숨과 날숨(breathing in and out)'의 어려움이 드러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교사로서 가장 큰 소망은 모든 아이들이 서로 조화롭게 공부하고 놀이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교사가 아이들을 위해 직접 중재하며 해결하기보다는 아이들 스스로 서로의 차이를 발견하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일 때가 있습니다. 이런 점이 교육의 사회 예술적 측면(part of the social art of teaching)입니다. 집단 괴롭힘이 있었을 때도 교육예술적인 면을 생각해야 합니다.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가 완전히 잘못이 없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런 경우 종종 다른 아이들로 하여금 괴롭히는 행동을 자극하는 미묘한 행동이 있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에 교사의 즉각적인 반응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다른 아이들이 모두 하교한 뒤에 조용히 관련된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더 좋은 경우가 되기도 합니다.

각각의 상황은 맑은 눈과 깨끗한 마음으로 지켜봐야 합니다. 때때로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삶에서 하려 하지 않았거나 할 수 있었던 변화들을 아이들이 만들어 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이러한 몇 가지 생각들은 이번 답변에서 이야기하기에는 다소 큰 주제이므로 이쯤에서 정리하고자 합니다. 아마도 푸른숲 학교를 다시 방문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 다시 더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