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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슈테판 츠바이크가 본 루돌프 슈타이너 본문

루돌프 슈타이너

슈테판 츠바이크가 본 루돌프 슈타이너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6. 9. 6. 11:55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 <어제의 세계>, 곽복록 옮김, 지식공작소, 2014

 



이 서클에서 나중에 인지학의 창시자가 되었으며 그의 학설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훌륭한 학교와 아카데미가 그의 신봉자들에 의해 세워진루돌프 슈타이너는 내가 테오도르 헤르츨 이래로 처음 만난 위대한 인물이었다. 이 인물에게는 수백만의 인간들에게 갈 길을 제시하는 사람이 될 사명이 운명적으로 부여되었던 것이다. 인격적으로 그는 헤르츨만큼 지도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더 유혹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의 까만 눈 속에는 최면술과 같은 힘이 숨어 있어, 나는 그의 얼굴을 보지 않는 편이 그가 말하는 것을 한층 더 잘 그리고 한층 더 비판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그의 금욕적이고 마른, 정신적 정열이 나타나 있는 풍모에는 확실히 단지 여자를 설득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루돌프 슈타이너는 아직 자기 자신의 학설에 접근해 있었던 것이 아니고, 스스로가 아직 찾고 있는 자, 배우고 있는 자였다. 이따금 그는 우리에게 괴테의 색채론의 주석을 강의해 주었지만 그의 서술에 따른 괴테상은 더 한층 파우스트적, 파라첼즈스적으로 되었다.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자극이 되었다. 왜냐하면 그의 교양은 놀랄 만한 것이며 무엇보다도 문학에만 한정되어 있던 우리의 교양에 비해 규모가 크고 다방면적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강연이나 가끔 있었던 훌륭한 개인적인 담화를 듣고 집으로 갈 때면 나는 언제나 감격도 하고 동시에 좀 기가 꺾이기도 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 당시 이 젊은 인물이 훗날 철학적, 윤리적으로 대중에게 영향을 주리라고 예상하고 있었는지를 오늘날 자문해 본다면,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것을 부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그의 구도자적인 정신에서 학문적으로 위대한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직관적인 정신으로 성취할 수 있었던 위대한 생물학적 발견에 대해 들었다고 해도 결코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후 몇 년 뒤에 도르나하에서 거대한 괴테학교, 그의 제자들이 그를 위해 인지학의 플라톤적 아카데미라고 하여 창설한 이 예지의 학교를 보았을 때, 나는 오히려 그의 영향이 이처럼 현실적인 것, 때로는 진부하기까지 한 것으로 전락해 간 것에 대해 환멸을 느꼈던 것이다. 나는 감히 인지학에 대해 판단을 내리려 하지는 않는다. 나는 지금도 그것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실히 모르기 때문이다. 그가 사람을 끄는 영향력은 하나의 이데(Idee)가 아니고, 루돌프 슈타이너라는 사람 자체의 매혹적인 성품과 결부되어 있는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어찌되었든 이러한 자석과 같은 힘을 가진 인간을, 그가 아직 젊은 사람들에게 독단적으로가 아니라 다정스럽게 자기의 사상을 보여주고 있는 단계에서 만났다는 것은 나에게 정말로 귀중한 일이었다. 그의 환상적이고고 심오한 지혜를 보고, 우리가 김나지움 학생 때처럼 우쭐대는 기분에서 이미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했던 참된 보편성이라는 것은 일시적인 독서나 토론에서가 아니라 다년간의 열렬한 노력에서 비로소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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