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음계 음악과 '다섯 번째 음계' - 라히마 볼드윈 댄시

오음계 음악과 '다섯 번째 음계'

 

 

5음계는 일곱 개의 음을 쓰는 보통의 전음계와 달리 다섯 개의 음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5음계는 A(라)음 주위에 D(레), E(미), G(솔), A(라), B(시)음을 가지고 있고 반음은 전혀 없습니다(그리고 C(도)음과 F(파)음을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노래와 민요를 세심하게 관찰해 보면 많은 노래들이 이보다 더 간단한 음계로만 이루어져 있고, C(도)음과 F(파)음을 포함 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5음계 음악은 끝나는 느낌을 주는 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음이 계속 이어질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D음에서 끝나지 않은 노래는 D에서 시작되는 5도 음계에서 G장조로 변할 수 있습니다). 슈타이너에 따르면 이런 유형의 노래는 마지막에 조를 바꾸어 음을 떨어지게 하지 않으므로 어린아이에게 적당하다고 합니다. 이것은 아이가 아직 '땅에 확고하게 서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음악은 어린아이가 꿈꾸는 듯한 상태에 있을 수 있도록 격려해주며, 아이의 몸을 건강하게 형성하는 데 많은 양의 에너지가 쓰일 수 있게 도와줍니다. 어린 시절을 이렇게 보낼 수 있다면 아이는 나중에도 놀라움, 아름다움, 창조성과 강한 관련을 유지한 채 자신의 지적인 능력을 일깨울 수 있을 것입니다.

 

발도르프학교에서는 3학년이 될 때까지 5음계를 사용합니다. 그때가 되어야 비로소 아이의 내적이고 감정적 삶이 충분히 발달하여 장조와 단조에 좀더 알맞은 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5음계는 예전에 많은 사람들에 의해 쓰여졌습니다. 그리스 사람들의 음계도 5음계였으며 이것은 중세 시대까지 유럽에서 계속 쓰여졌습니다. 중국인의 음계도 5음계이고 고대 이집트인들도 그러합니다. 고대 문화가 가진 의식의 이러한 특징은 땅에 덜 고착되어 있고, 여전히 두 세계의 문에 걸쳐 있다는 점에서 어린아이들의 세계와 좀더 가깝습니다. 또한 5음계와 '다섯 번째 음계를 가진 음악'은 어린아이를 치유하는 효과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음계는 아이가 땅에 고착된 의식과 경험을 서둘러 갖지 않게 해주며, 지나치게 육화되지 않도록 합니다.

 

어린이용 하프(또는 라이어)는 손에 쥘 수 있는 작은 하프이며, 5음계로 조율될 수 있는 하프입니다. 누구나 이것을 가지고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할 수 있습니다. 하프가 내는 모든 음들은 서로 조화롭게 들리고 음의 특징은 어린아이에게 이상적입니다. 공명 상자가 없는 악기는 다른 음과 섞이거나 다른 음을 압도하지 않으며 각각의 음을 순수하게 해줍니다. 간단한 음을 순수하게 하는 것은 어린 아이에게 이상적이며, 어린이용 하프 외에 슈타이너가 추천한 조금 복잡한 악기 로는 피아노가 있습니다. 어린이용 하프는 낮잠 시간이나 잠잘 시간에 부드러운 역할을 합니다. 그 음악은 '천상의 성스러운' 음악이며, 아이를 평온하게 달래서 잠들게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아이는 자라면서 직접 어린이용 하프를 가지고 자기가 들은 대로 연주하기를 좋아합니다. 그러한 악기는 발도르프 어린아이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이 연주하도록(매우 조심스럽게) 하고 있고, 선생님들도 원을 만들 때나 아이들 낮잠 시간에 그 하프를 연주하곤 합니다.

 

타악기는 어린아이들에게 권장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너무 강렬한 박자는 아이를 지나치게 육체에 몰두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강한 박자는 생후 7년 동안 아이들의 내적인 기관이 흐르듯이 형성되는 것과 정반대의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록음악은 특히 강한 박자를 갖고 있어서 어린 아이가 들어서는 안 되는 음악입니다.

 

저는 간단하고 살아 있는 음악이 어린아이에게 유익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우리는 어린아이가 '완전한 감각 기관'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하고, 아이 주위에서 들리면서 아이에게 스며드는 소리의 성질을 확인해야 합니다.

 

우리 문화는 불행하게도 어린아이의 참된 본성을 잘 잊는 경향이 있으며, 거기에 더해 아이와 살아 있는 상호 작용을 하는 대신에 죽어 있고 기계적인 활동을 하게 합니다. 그리하여 아기가 우리의 존재를 느끼면서 편히 잠자게 하는 것 대신, 우리는 심장 박동 소리 등을 들려주는 테이프를 틀어줍니다. 아기를 껴안고 흔들어 주면서 잠을 재우는 대신에 우리는 1시간에 80킬로미터로 달리는 자동차의 기계 음을 아기에게 들려주거나 세탁기 소리를 들려줍니다. 아기에게 책을 읽어 주고 잠이 들 때까지 가만히 누워 있게 하기보다, 녹음기를 눌러서 전문가가 만든 이야기를 들려주는 셈입니다. 아이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여러분이 일할 때 무엇인가를 돕게 하거나 가까이에서 놀게 하기보다 우리는 CD나 테이프나 비디오의 버튼을 눌러 아이들을 수동적이게 만들면서 어른은 자유시간을 얻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노래를 잘하는 누군가가 아이들을 위해 노래를 부르는 것이 여러분이 하는 노래보다 더 좋으며 아이에게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한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생각에 아이는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럴 경우 아이는 항상 여러분이 노래를 불러주는 쪽에 표를 던질 것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진정한 양분은 '살아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 라히마 볼드윈 댄시, 강도은 옮김, <당신은 당신 아이의 첫 번째 선생님입니다>, 정인출판사, 451-45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