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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인지학에 따른 발도르프 한글교육을 위하여 (6) 본문

발도르프교육학/발도르프 국어교육

인지학에 따른 발도르프 한글교육을 위하여 (6)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3. 6. 27. 16:24

인지학에 따른 발도르프 한글교육을 위하여 (6)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슈타이너는 문자교육에서 자모음의 차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교사 자신의 자유로운 이미지적 상상력입니다. 1학년에 입학한 아이들의 경우 형태그리기를 통해 곧은 선과 굽은 선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면, 이제 자모음을 배울 차례입니다. 쓰기를 배우기 전에 소묘적인 것, 즉 형태그리기를 연습하여서 소묘에서 쓰기가 나오도록 하는 것은 발도르프 문자교육의 절대적 필수사항입니다.
 
소묘적인 것에서 자모음을 만드는 노력은 양 지느러미를 가진 물고기(Fisch)에서 f가 나오듯, 양 앞발을 들고 서서 춤을 추는 곰(Bär)에서 B가 나오도록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윗입술 모양에서 입(Mund), 즉 M에 이르게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교사의 상상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소묘에서 쓰기로 이르는 길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한 단어에서 시작하는 자음이 소묘라는 것을, 동물이나 식물의 형태 혹은 외적인 사물이라는 것을 항상 발견하실 것입니다. 여기에서 여러분은 완벽하지 않은 문자의 문화사를 상세히 조사할 필요가 없이, 판타지에 가득 찬 상상력을 발동시킬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는 이렇습니다. 여러분이 아직 상형 문자였던 이집트 문자의 오래된 형태를 찾아보면, 어떤 자모음에서든 그런 것들의 모방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집트 문화에서 페니키아 문화로 건너가면서, 소리의 형상으로부터 기호로의 발달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 비로소 완성되었습니다. 이 변화 과정을 어린이가 모방하도록 해야 합니다.” (A : 110-111)

 

가능한 한 상상력을 자유롭게 발휘하십시오. 문화사적 사실을 고려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원래 문화사는 결코 그 자체가 완전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의 언어의 발단이 자음이 하나의 도형이고, 그것은 동물이나 식물, 또는 외부세계의 무언가의 대상이라는 것을 여러분은 항상 자유롭고 당연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집트 문자의 옛 형태는 상형(象形)문자였습니다. 그 하나하나의 자음은 외부세계에서 보여지는 대로 사물을 모방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집트 문화가 페니키아 문화로 이행했을 때에 처음으로 표의문자에서 표음문자로 발전했던 것입니다. 이 표의문자에서 표음문자로의 이행을 어린이들에게 그대로 체험시키지 않으면 안 됩니다.” (B : 105-106)


 
처음으로 아이들에게 문자를 가르치는 교사가 문자 자체의 문화사를 연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슈타이너는 문자의 역사나 구조원리를 연구해 가르치는 것이 교사의 상상력을 통해 발견하는 것에 비해 수업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문자의 문화사를 연구하는 활동은 교사를 생기 없게 만들고, 곰의 형상 자체에서 B를 이끌어 낼 때보다 아이들에게 생동감 있게 작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1학년에게 한글을 가르치면서 훈민정음의 창제원리에 매달리는 것은 최소한 발도르프 교육의 지향점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슈타이너는 교사 스스로 이렇게 물어보라고 합니다.

 

무엇이 더 중요한가? 온갖 노력을 다 해서 모은 문화 역사적 사실을 수용해서 간신히 수업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한가? 아니면 영혼 자체 내에서 활기차게 되어서 만들어 낸 고안을 스스로의 열정을 다해서 어린이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가?” (A : 113)

 

과연 어느 쪽이 중요한 것인가? 모든 노력을 기울여 문화사적인 사실을 배우고 그리고 그것을 고생해서 수업 속에 가져다 넣는 일이 중요한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혼 그 자체를 활발하게 작용시켜서 발견해 낸 것을 자신이 과연 그렇구나!’ 하고 이해한 뒤에 어린이에게 전하는 편이 중요한 것일까?” (B : 108)

 

상상력을 발휘해 동물이나 식물에서 발견한 형태를 자모음으로 바꿀 수 있을 때 교사는 기쁨에 넘치고 그 기쁨은 아이들 내면에서 살아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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