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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코로나 팬데믹의 의미를 조명하다>를 듣고 (1) 본문

인지학

<코로나 팬데믹의 의미를 조명하다>를 듣고 (1)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3. 1. 13. 11:54

<코로나 팬데믹의 의미를 조명하다>를 듣고

 

엘마르 슈뢰더(Elmar Schroeder) 교수

여상훈 선생님 통역

2023. 1. 5. 목, 인지학센터

 

 

2021년 한 해 동안 줌으로 <일반 인간학> 강의를 해주신 엘마르 슈뢰더 교수님을 처음 뵈었다. 단신에 편안하면서도 깨어 있는 느낌의 눈을 갖고 계셨다. 튀빙엔 대학에서 생물학과 유전학, 식물생리학 등을 전공하고 생명역동농업에 대해서도 오래 연구하신 교수님은 프라이부르크 발도르프학교에서 30년간 상급교사를 하셨다. 지금은 슈투트가르트 사범대학에서 식물학, 동물학, 화학 교수법 초빙교수로 일하신다. 강의 내용을 그대로 올리기(녹취)보다 노트에 필기한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개인적인 정리이기 때문에 실제 강의와 약간 다를 수 있다.

 

*

 

코로나 19의 첫 번째 특징은 공간 안에서 공기를 통해 전염된다는 것이다. 감염되면 두 가지 중요한 증상이 나타나는데, 먼저 폐가 공격당해 숨을 쉬기 어려워진다. 그리고 혈전이 생겨 혈액이 원활히 흐르기 어렵다. 피가 경화되는 것이다. 피는 인간에게 가장 특별한 기관이다. 가장 유동적이지만 절대로 다른 형태로 변하지 않는다. 코로나에 걸리면 피가 경화된다. 피가 갖고 있는 정신과의 친화성, 생명과의 친화성을 잃는 것이다. 

 

호흡은 가장 사회적인 활동이다. 우리는 공동 소유의 공기를 함께 들이마신다. 다른 사람이 내쉰 공기를 내가 마시고, 내가 내쉰 공기는 다른 사람이 마신다. 우리는 한 공간에서 정말 아름다운 방식으로 함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내쉰 내적인 것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는 것인데, 말이나 신음, 소리를 지르거나 웃거나 하는 것과 동일하다. 이 모든 것이 코로나로 방해를 받았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을 어렵게 한 것이다. 

 

마스크를 쓰면 눈 밑의 코에서 턱까지 얼굴을 가린다. 우리가 표정을 만드는 부분이다. 표정으로 우리는 우리의 가장 개인적이고 개별적인 성격을 밖으로 표현한다. 우리가 살아온 길, 전 생애가 얼굴로 비치는 것이다. 영혼적인 것, 생애, 개별성이 밖으로 드러나는 걸 잘 못하게 되었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현대인의 자화상 같다. 피의 물질화처럼 우리 자신도 그렇게 되었다. 내적인 것이 후퇴한 것이다. 코로나는 우리 시대를 반영하는 듯하다. 우리의 영혼도 좀 더 물질화되었다. 우리가 그렇게 되었기 때문에 이런 병이 온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 질병의 원인은 바이러스이다. 바이러스는 너무 작아서 눈으로 볼 수 없다. 오로지 구조로서만 우리 앞에 있다. 그 안에 어떤 종류의 생명 활동도 없다. 오직 DNA나 RNA와 같은 유전자와 그것을 둘러싼 단백질이 일부 있을 뿐이다. 따라서 물질에 더 가까운 존재이다. 생명체인 우리와 바이러스 사이에는 극단적 차이가 있다.

 

우리 몸 안에서 바이러스가 갖는 위력을 살펴보면, 바이러스는 특정한 세포들을 차지하고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우리도 어느 정도 바이러스화한다. 생명이 없는 것이 우리 안에 들어와서 우리의 생명을 좌우하는 것이다. 

 

우리는 컴퓨터도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말한다. 인간과 바이러스를 컴퓨터와 바이러스로 비유해볼 수 있다. 바이러스가 만들어내는 형상은 기하학적 형태를 갖는다. 원, 삼각형, 사각형, 12각형 등. 수정처럼 무기물의 결정들이 떠오를 수 있다. 무기물이지만 생명력이 있는 것처럼 형태를 만드는 경계에 있다.

 

바이러스가 침투할 수 있는 세포에는 수많은 유전자가 있다. 세포 안의 유전자 중에서 5-10%만이 사용된다. 아직 나머지 90-95%는 어떻게 사용되는지 우리는 모르고 있다. 왜 그렇게 많은 걸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어쩌면 그것들은 구체적 형태를 가진 바이러스일 수 있다. 인간의 몸 안에 들어왔던 바이러스의 형상들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사용하지 않아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우리의 유전자들이 밖에서 들어와 머물러 있다. 수평적 유전자 전이라고 부른다. 과거로부터 이어진 바이러스들과 우리가 공생하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어쩌면 우리의 유전자 일부로 존재할지도 모르겠다.

 

바이러스가 한 유기체에서 다른 유기체로 옮겨갈 때 처음이 가장 위협적이다. 대표적인 게 에이즈 바이러스이다. 원숭이들은 그 바이러스가 있어도 문제 없이 산다. 그런데 그게 인간에게 옮겨지면 끔찍한 결과를 낳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위험성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박쥐나 천산갑으로부터 옮겨왔을 것이다. 자연에서 한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건너가면 뭔가 역동적인 일이 벌어진다.

 

초기에는 의학적 대처가 없다. 초기에는 우리 스스로 자신의 면역체계로 이겨내야 한다. 그것의 주 역할이 혈액에 있다. 매번 전염이 일어날 때마다 우리 면역체계는 감지하고 기억해서 대응하려 한다. 가장 개별적인 체계가 면역체계이다. 면역의 자서전이라고 할까. 시간이 지나면서 면역체계도 나만의 것으로 형성된다. 개별적 특성이 드러나는 건 "나(자아)" 때문이다. 매우 극적인 요소가 많다. 열을 통해 이겨내기도 하고, 다 겪고 나면 내가 이 부분에서 좀 더 강해졌다는 것을 느낀다.

 

아이들이 감염을 다 겪고 나면 또 어떤 발달이 이루어졌음을 보게 된다. 감염이 되면 자기 안에서 일종의 동원력이 생긴다. 그러면 몸의 상태가 달라진다. 면역에서는 우선 열이 나게 되는데, 이것은 언제나 우리 몸 안의 활동이 강하게 일어나는 걸 보여준다. 이미 만들어진 단계를 한 단계 넘어서는 것이다. 기존의 경화된 것은 열 과정을 통해 뭔가 새로운 것으로 변화한다. 

 

최근 의학에서는 열이 나는 걸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오늘날에는 아이가 열이 날 때 극단적 대처를 하라고 하는 의사가 거의 없다. 특별히 높은 열이 아니라면 그냥 두는 게 낫다. 면역체계가 그 일을 한다. 면역체계는 신뢰를 할수록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심리 면역"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인간의 영혼 상태가 어떠해야 면역체계가 잘 작동할 수 있을까? 불안하거나 위축될 때는 면역체계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 확신이나 자기실현 감각, 또는 영적 상황에 잘 접근할수록 면역체계가 잘 작동한다. 열은 자아와 관련되지만 생명을 주재하는 에테르체와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에테르체와 자아는 면역과 관련하여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심리적인 것에 영향을 받는 것은 인간에게만 해당한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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