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교실 수업에 대한 조언 2 본문
교실 수업에 대한 조언 2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항상 인간 전체를 요구하는 것이 방법론에서 우리의 과제가 됩니다. 인간 내부에 소질로 존재하는 예술적 감성의 형성에 주목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중에 인간이 자신의 전체적인 본성에 따라 세계 전체를 위한 흥미를 얻으려는 경향을 지니도록 합니다. 지금까지의 근본 오류는 항상 인간이 오로지 머리로만 세계로 들어섰다는 점입니다. 나머지 부분은 그저 질질 끌고 다닙니다. 그래서 현재 그 다른 부분들이 동물적 충동을 향하고, 감각적으로 삶을 즐기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인간 전체가 양육되지 않아서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술적인 것이 양육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수업 전체가 역시 예술적인 것으로 물들어야만 합니다. 교육과 수업이 진정한 예술이 되어야만 합니다. 거기에서 지식도 역시 근거가 될 수 있을 뿐입니다."
- 루돌프 슈타이너, <교육학. 방법론적-교수법적(Erziehungskunst. Methodisch-Didaktisches)> 중에서
21세기가 되었음에도 우리의 교실 수업은 여전히 머리를 중심으로 합니다. 주지주의 수업은 여전히 맹위를 떨칩니다. 수업이라는 것이 주로 아이들에게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고착화된 것은 교과서의 공이 큽니다. 선생님도 아이들도 교과서라는 부차적인 틀에 매이게 되다 보니 수업의 본질적 요소를 망각하게 됩니다. 그 결과 우리는 수업의 진정한 목표와 올바른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보다 교과서의 표면적인 내용을 짚어 보는 것이 수업의 전부처럼 여겨지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교과서라는 게 무엇입니까? 교과서는 단지 하나의 보조 자료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수업의 내용이고, 왜 그것을 지금 이 아이들에게 하는지,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지에 대해 교사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수업을 받는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그걸 묻습니다. '이걸 왜 하는 거죠?' 10대 중후반의 아이들은 좀 더 의식적으로 그걸 묻습니다. 사춘기에 가까워진 아이들은 스스로 납득되지 않으면 온전히 수업에 들어오기 어렵습니다. 동기가 유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교사가 진실하게 생각한 답이 없다면 아이들을 설득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런데 공립학교 수업의 대부분은 고정된 교과서와 수업 프로그램, 그리고 진도를 따라가는 식이므로 생동감이 없는 형식적 수업이 되기 쉽습니다. 아이들도 형식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뿐 재미를 느끼지는 못합니다. 교과서에는 학습 문제와 기본적 교과 내용이 친절하게 다 기술되어 있기 때문에, 게다가 컴퓨터와 대형화면으로 제시되는 수업 프로그램은 더욱 친절하게 그림과 사진, 동영상을 통해 그것을 보여 주기 때문에 교사는 딱히 창조성을 발휘할 기회가 없습니다. 학생들도 앵무새처럼 그것을 따라 말할 뿐 생각을 깊이 할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기존의 교사들도 그렇게 수업해 왔고, 대학에서도 그렇게 가르쳤기 때문에 새로운 교사들은 새로운 방식을 배울 기회가 없습니다. 거대한 틀에 사로잡혀 교사부터 숨이 막히는 상황입니다. 판에 박힌 수업환경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교사라도 자신의 창조적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이것을, 자유로워야 할 교육이 너무 오랫동안 국가 영역에 지배되어 왔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정신-문화 영역에 속해야 할 교육은 국가나 경제로부터 독립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국가 교육과정 전반에 대해 반성적으로 검토하고, 교과서의 수업 내용이 정말로 아이들의 발달단계에 부합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잘못된 내용들은 폐기하고 새롭게 구성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교사는 창조적 사고의 힘으로 항상 본질에 대해 질문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질문을 통해 도출해낸 자신의 답이 모여 그 자신의 교육철학을 이룰 것이기 때문입니다. 수업은 이러한 교육철학 위에 세워져야 합니다. 우리의 사유가 항상 변화할 수 있는 것처럼 수업도 유연해질 수 있습니다. 그것은 수업에서 벌어지는 모든 활동에 교사 자신의 진지한 고민과 이유가 있을 때 가능합니다.
우리가 만나는 아이들은 교사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자기만의 생각을 키워나갑니다. 이러한 생각은 단지 머리에서만 일어나는 작업이 아니라 가슴과 손발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일수록 직접 행하고 느껴 보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개념은 아이의 성장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지, 교과서에 인쇄된 개념 정의를 돌멩이처럼 아이들의 머릿속에 집어넣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되는 일입니다. 따라서 교과서나 수업 프로그램은 잠시 미뤄두고 생각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습니다. '왜 이 수업을 해야 하는 걸까? 이 수업을 통해 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주고자 하는 걸까?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다른 보조 교구를 사용하기 전에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며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교과서에 나와 있는 내용들은 아이들의 삶과 다소 거리가 있기 때문에 가급적 아이들의 직접적 경험과 관련된 것을 가지고 대화하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고장의 음식과 다른 고장의 음식에 대해 다룬다면 아이들이 오늘 아침에 또는 어제 저녁에 가족과 함께 먹은 밥과 반찬, 과일 등에 대해 떠올려 보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음식의 재료 중 그 고장에서 나오는 것과 다른 지역 또는 외국에서 오는 게 없는지를 살펴보는 작업도 필요할 것입니다. 이런 주제로 하는 대화는 아이들을 즐겁게 하고 참여율을 높여 줍니다. 인스턴트 음식이어도 상관 없습니다. 아이들이 진실하게 자기 삶을 드러내는 데에 두려움을 갖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음식의 맛이 어땠는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도 이야기 나누고 그런 것들을 그림으로 그려도 좋습니다. 아이들이 어릴수록 교사가 실감나게 묘사하는 것이 수업에 큰 도움이 됩니다. 마치 그것이 교실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를 하면 아이들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는 것보다 더 좋은 영향을 받습니다.
현실적으로 교과서와 컴퓨터 등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면, 그야말로 보조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수업은 교사가 이끌어 가는 것이고, 교사의 구상 속에서 생동감 있는 수업이 벌어지려면 정보나 지식의 전달보다 느낌에 중점을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야기를 들려 주고 또는 그림을 보여 주고 지적인 걸 먼저 묻기보다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를 나누는 것입니다. 그 느낌 속에서 아이들은 자기만의 개념을 형성해 갈 수 있습니다. 그러한 능동적 작업에서 아이들은 수업 내용뿐 아니라 세상에 대해 진정한 흥미와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궁금한 것들을 알아내고자 의지를 낼 것입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교과서에 이미 기술되어 있는 내용을 반복적으로 읽거나 뻔히 아는 내용을 상투적 퀴즈 형식으로 재현하기보다 그것이 왜 그런지, 나는 어땠는지를 더 깊이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수업에 움직임의 요소가 들어올 수 있다면 더 좋겠지요.
기본적으로 수업 시간은 쉬는 시간과는 다른 분위기여야 합니다. 따라서 시작과 끝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는 짧은 활동, 노래나 연주, 시, 또는 리듬적인 간단한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전체적인 수업 흐름은 가슴에서 손발로, 손발에서 머리로, 머리에서 다시 가슴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좋습니다. 이 모든 것은 예술적으로 이루어질 때 가장 효과적입니다. 그럴 때 수업은 좀 더 인간적인 모습을 갖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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