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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지하철·편의점·화장실…'여성'이라 죽었다[남기자의 체헐리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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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지하철·편의점·화장실…'여성'이라 죽었다[남기자의 체헐리즘]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4. 3. 12. 11:19

무서운 지하철·편의점·화장실…'여성'이라 죽었다[남기자의 체헐리즘]

 
남형도 기자
2024. 3. 9.

 

길거리·술집·버스·전동차·화장실…일상에서 실제 벌어진 '일면식도 없는 남성' 가해 범죄들
일면식도 없는데도 살인·폭행…언제, 누구라도 당할 수 있단 불안과 공포
여성 대상 폭력은 남녀 간 '불평등'에 기반
"여성 혐오는 싫어한단 게 아니라, 여성이 자기 자리에 있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
 
[편집자주] 수습기자 때 휠체어를 타고 서울 시내를 다녀 봤습니다. 세상이 처음 불편해졌지요. 직접 체험해 알리는 기사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체헐리즘', 체험과 저널리즘을 합친 말입니다. 사서 고생하며 깊숙한 이면을 알리고, 가장자리가 보이도록 힘쓰려합니다.
 

 

평범한 서울 시내 편의점. 이런 일상적인 공간에서 물건을 고를 때에도, 남성 가해자에게 성추행 등을 당하는 여성들이 있었다. 사진을 찍은 해당 편의점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하다./사진=남형도 기자

 

40년 동안 남성으로 살고 있다.
 

어느 날 문득 '여성'으로 집을 나서보기로 했다. 생물학적으론 불가능하다. 여성이라면 어떨까 짐작해보는 거다. 이유는 이렇다. 가정폭력 가해자 83.8%는 남성(대검찰청, 2019년). 여성 38.6%가 평생 한 번 이상 성폭력 피해 경험(여성가족부, 2022년). 보복 범죄 91.6%가 남성(경찰청, 2017~2021년).

 

가는 곳마다, 여성에게 실제 일어난 사건을 찾아보기로 했다. 예컨대, 버스를 탄다면 '시내버스,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검색하는 식이다. 그와 관련해 벌어진 사건 기사가 떴다.

 

아래는 그리 다니며, 사실에 근거해 피해 여성의 주어를 '나'로 바꿔 남겨본 기록이다. 남성으로 살며 생각해 보지 못했던. 괄호 안은 실제 벌어진 사건 날짜와 장소다.

 

집에서 나왔다. 평범하게 길거리를 걸었다. 처음 보는 남성이 휴대전화로 내 다리를 부각해서 불법 촬영을 했다. 혐의를 부인하던 남성. 그의 휴대전화 사진첩에선 불법 촬영물 300장이 나왔다.(2023년 5월, 서울 양천구)

 

불안함을 느낄 일이 없어야 하는, 일상의 공간, 시내버스./사진=남형도 기자

시내버스를 탔다. 창문에 기대어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보니 목덜미에 축축한 게 묻어 있었다. 누군가 흘린 침이었다. 경찰에 신고해 CCTV를 확인했다. 뒷좌석에 앉은 남성이 저지른 짓이었다. 그는 마스크를 내리더니, 몸을 숙여 내 목덜미에 침을 떨어트렸다. 그리고 내렸다.(2022년 8월, 서울 구로구)

 

다시 길거리를 걸었다. 처음 본 남성이 돌연 흉기를 휘둘렀다. 허벅지와 손을 다쳤다. 그는 내 가방과 휴대전화, 지갑 등을 빼앗아서 도망쳤다.(2023년 12월, 서울 구로구)

 

서울 구로구의 한 거리. 인근 술집에서 스토킹을 하던 남성이, 여성을 살해하는 사건도 발생했다./사진=남형도 기자

공원에 가기 위해 마을버스를 기다렸다. 모르는 남성이 다가와 주변을 서성거렸다. 그리고 성추행했다. CCTV를 모니터링한 관제요원 덕분에 남성은 체포됐다.(2024년 2월, 서울 금천구)

 

지하철역 앞에 도착했다. 무서운 뉴스가 생각났다. '수요일 날 한녀(한국 여성) 20명을 죽일 거다'라고 살인을 예고한 글이었다. 한국 여성이라 대상이 될 수 있어 두려웠다.(2023년 7월, 서울 관악구)

 
 

첫 번째 죽음, 관악산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이 벌어진, 신림동 등산로. CCTV와 비상벨이 설치돼 있었다./사진=남형도 기자

 

공원에 도착했다. 콘크리트 길이 잘 나 있었다. 드문드문 사람이 다녔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돌연 처음 보는 30대 남성이 달려들었다. 쇠로 된 너클을 양손에 끼고 있었다. 그걸 마구 휘둘렀다.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다. 소용없었다.

 

내 몸 위에 올라탔다. 목을 졸랐다. 의식을 잃었다. 그대로 숨을 잃었다.

 

(2023년 8월, 서울 관악구, 가해자 최윤종, 남성)

 

늘 타고 다니던 지하철도, '여성'의 관점에서 생각하니 다르게 보였다./사진=남형도 기자

지하철을 타러 들어갔다. 역사 안에서 내 몸을 불법으로 촬영하는 남성이 있었다. 이를 목격한 시민 신고로 남성은 현장에서 붙잡혔다. 잡고 보니 2년간 불특정 다수 여성을 촬영한 사진이 500장에 달했다.(2021년 9월, 신림역)

 

몇 정거장 가서 내렸다. 에스컬레이터를 타러 갔다. 모르는 남성이 다가와 성추행을 했다. 그는 "어디 회사에 다니느냐"고 말을 걸기도 했다.(2023년 11월, 봉천역)

 

역에서 나와 편의점에 들어갔다. 뭘 먹을지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60대로 보이는, 처음 보는 남성이 나를 성추행했다. 범행을 부인하던 남성은 현장에서 체포됐다.(2023년 8월, 서울 관악구)

 

강남역에서 약속이 있어, 가기 위해 다시 지하철을 탔다. 방배역과 사당역 사이 구간에서, 모르는 남성이 성추행을 했다.(2023년 11월, 서울 관악구)

 
 

두 번째 죽음, 강남역 화장실

 
도착한 곳은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 술집이었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 자리에서 잠시 일어났다.
 
건물에 있는 화장실은 남녀 공용이었다. 건물에 낯선 남성이 숨어 있단 걸 꿈에도 몰랐다.

그 남성은 흉기를 품고 있었다. 내게 휘둘렀다. 나는 죽었다.

 

내가 화장실에 가기 전, 6명의 남성이 다녀갔다고 했다. 그들은 공격하지 않았다. 그러니 여성이라서 죽었다.

 

실제 남성의 범행 동기도 "여성에게 무시당했다"였다.(2016년 5월, 강남역, 가해자 김성민, 남성)

 

편의점 앞에 있을 때, 처음 보는 남성이 다가왔다. 남자 친구가 있느냐고 물었다. 거절했는데 또 다른 남성이 욕을 하며, 내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남성은 도망갔다.(2023년 5월, 서울 강남구)

 

홍대입구로 이동하기 위해 서울역에 갔다. 공항철도를 탈 참이었다. 아이스크림 전문점 앞을 지나는데, 처음 보는 남성이 다가와 내 얼굴을 폭행했다.(2020년 5월, 서울역)

 

불법촬영이 가장 많은 역으로 꼽히는, 홍대입구역에 설치된 불법촬영 방지 거울./사진=남형도 기자

홍대입구역에 도착했다. 모르는 남성이 가방을 든 채 내게 다가왔다. 다른 시민이 수상하게 여겨 신고해 체포됐다. 남성의 휴대전화에선 불법촬영 동영상 640여 건, 아동청소년착취물 동영상이 35개 넘게 나왔다.(2023년 9월, 홍대입구역)

 

역에서 나와 거리를 걸었다. 처음 보는 남성이 다가와 욕을 했다. 성인 배우에 빗대 조롱하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폭행했다. 뇌진탕으로 전치 2주 진단을 받았다.(2019년 8월, 서울 마포구)

 

30대 남성 방모씨가, 일본인 여성을 폭행한 홍대입구역 인근 거리. 평범한 인도, 평온히 걸어야 할 길이다./사진=남형도 기자

술 약속이 끝난 뒤 무인 사진관에서 잠이 들었다. 낯선 남성이 내 목을 조르고 성폭행했다. 이어 내 주민등록증을 빼앗아 달아났다.(2023년 9월, 서울 마포구)

 

세 번째 죽음, 신당역 화장실

 
스토킹 살인 사건이 있었던 신당역 화장실. 안심 거울 등이 설치돼 있었다./사진=남형도 기자

 

다음날 직장에 출근했다. 일을 마쳤다.

 

2년간 300번 넘게 연락하며 스토킹하던 남성 직장 동료가 있었다. 그를 신고했다. 그러자 불법으로 날 촬영한 영상을 가지고 협박했다.

 

검찰이 그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남성은 내 근무지에 찾아왔다. 신당역 화장실을 순찰할 때 다가와 칼을 휘둘렀다.

 

나는 남성에게 살해당했다. 내가 죽은 화장실 입구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여성이 행복한 화장실.'

(2022년 9월, 서울 신당역, 가해자 전주환, 남성)

 
 
밤거리를 빨리 걷던 여성이 이해됐다
 
가해자는 '남성'으로, 피해자를 '나', 여성으로 상상해서 써본 글. 벌어진 시간이 다 다른 실제 사건들. 공간마다 직접 다니며 하루에 합쳐본 이야기가 이랬다.

 

이는 모든 남성이 이렇단 얘기도, 남성에 대한 공포를 극대화하려는 것도 아녔다.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폭력이 얼마나 '일상' 가까이에서 벌어지는지. 나도 자세히 상상해보지 않았으므로. 버스에서 모르는 사람이 내 엉덩이를 만질 수 있다거나, 길에서 낯선 이에게 이유 없이 주먹질을 당한다거나, 화장실에서 살해당할 수 있단 걸.


책 '인셀 테러' 저자 로라 베이츠는 이리 말했다.

 

'전 세계에서 매일 137명의 여성이 가족 구성원에게 살해당한다.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이 일상적으로 자행되는 세상이라는 맥락으로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폭력적인 여성 혐오 극단주의와 남성우월주의를 제대로 논의할 수 없다.'

 

새삼 기억났다. 밤에 길을 걸을 때, 앞에서 여성이 빨리 걷던 게. 그럴 수밖에. 남성이 뒤따라 걷고 있었으니.

 
 
불법촬영 당한 뒤…지하철을 못 타게 됐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성추행 당하고 불법촬영 당한 여성이 있다. 누군가에겐 불안하고, 신경써야 하는 공간이란 걸 짐작하는 거다./사진=남형도 기자

 

일상은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이란 뜻이다. 그 반복 안에서 우연히, 가해 남성을 만나면 피해자로 넘어올 수 있단 것. 그러니 '운 나쁜 누구에게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라도'로 받아들이는 게 맞을 거다.

 

소담씨(가명)는 최근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지상으로 올라오던 중, 뒤에서 누가 머릴 만지는 느낌이 들었다. 뒤돌아보니 바로 뒤에, 선글라스를 낀 남성이 바짝 붙어 있었다. 뒤를 돌아보는 순간, 스마트폰을 쥔 손을 휙 내리는 걸 봤다. 소담씨가 당시 상황을 말했다.

 

"솔직히 TV나 뉴스로, 유사 상황에서 아무 행동도 못 하는 사람이 답답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저라면 바로 욕하고 불법촬영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거라 여겼거든요. 그런데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습니다. 할 수 있었던 건, 손을 덜덜 떨며 남자친구에게 카톡을 보내는 것뿐이었어요."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단다. 이후 소담씨는 지하철을 타지 않고, 주변에 남자가 있으면 경계부터 하게 됐다. 스마트폰을 들고 누가 다가오면 불안해 화면을 확인하고 싶다고.

 

그러니 전문가들은 이를 '여성 혐오' 기반으로 한 범죄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 단어에 대한 오해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이 설명했다.

 

"많은 분들이 '혐오'라고 하면,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으로 압니다. 어떤 여성이 미워서 갈등이 증폭되는 거라 생각하는데요. 그런데 일면식도 없는 여성인데 남성에게 살해당하기도 하거든요. 강남역 화장실 사건도 그냥 '화장실에 첫 번째 등장한 여성'이라 살해당한 거고요."

 
 
"혐오는 여성이, 자기 자리에 있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
 
서울 지하철 강남역 10번 출구. '서초동 화장실 살인사건'을 추모하는 포스트잇으로 가득하다. /사진=윤준호 기자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책을 쓴, 우에노 지즈코 작가도 쉬운 예를 들었다.

 

'여성 혐오적인 남자 가운데는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여자를 싫어하는 게 '여성 혐오'인데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가 많다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알기 쉬운 말로 번역하면 '여성 멸시'다. 여자를 성적 도구로밖에 보지 않기 때문에 어떤 여자든 상관하지 않고….'

 

그러니 성희롱 피해자가 주로 젊고 예쁜 여성일 거란 인식도 '신화'이며, 모든 여성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인식 역시 남성의 시선, 남성 우위 구조에서 비롯된 거라고. 폭력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이은의 변호사도 저서 '상냥한 폭력들'에서 이리 말했다.

 

'폭력은 우발이 아니라 정밀하게 계산된 본능이다. 아동이 우발적으로 훈육하던 부모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여성이 남성을 우발적으로 두들겨 패기란 쉽지 않다. (중략) (강남역 살인사건 등) 이 사건의 가해자들은 정신이 온전치 못한 와중에도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찾고, 그 존재가 완전히 도움받지 못하는 시공간에서 범죄를 저질렀다.'

 

"여자가 머리가 짧은 걸 보니 페미니스트"라며 "페미니스트나 메갈리아는 좀 맞아야 한다"고 진주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 등에 폭력을 휘두른 남성./사진=뉴시스

본질적으로, 이런 범죄가 사회 구조상 남성과 여성의 불평등에서 벌어진단 것.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도 이리 말했다.

 

"여성 혐오 범죄는, 여성에 대한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기반으로 폭력을 가하는 거예요. 진주 편의점 폭행 사건(머리가 짧으니 페미니스트라며 여성 알바생 무차별 폭행)은 아주 좁은 의미의, 극단적 여성 혐오 범죄고요. 스토킹, 가정폭력, 데이트 폭력, 이별 폭력 모두 여성 혐오 범죄입니다. '여성은 이래야 하고, 날 거절하면 안 돼', 자기들 스스로 주류 집단으로 보는 인종차별 범죄와 아주 유사하고요."

 

허민숙 조사관도 덧붙여 설명했다.

 

"혐오라는 건, 여성들이 자기 자리에 있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입니다. 남성 욕구를 그대로 수용할 것, 순응할 것, 이런 걸 여성 역할이라고 보는 거예요. 젠더 질서를 위반한 자를 내가 처벌하겠다, 그게 여성 혐오 범죄의 배경입니다. 남녀가 평등한 위치라면 이렇지 않죠. 평등해지는 것에 대한 극렬한 거부 반응, 종속 관계를 유지해야 한단 것. 그러니 '젠더 불평등'이 크게, 전반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겁니다."

 
 
'사회 구조와 시스템' 문제로 바라봐야, 해법도 가능
 
 
그러니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을 '혐오 범죄'로, 불평등한 사회구조와 시스템 문제로 보자는 것. 그걸 계속 간과한다면 해법 마련도 어렵다고. '이만하면 괜찮은 남자는 없다'를 쓴 박정훈 기자는 저서에서 이리 말했다.

 

'남성이 여성을 평등하게 대하지 않아도 되는 권력 구조가 존재하는 이상, 그 누구도 가해자가 되지 않는다고 절대 장담할 수 없다. 장혜영 국회의원이 던진 "그토록 그럴듯한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남성들조차 왜 번번이 눈앞의 여성을 자신과 동등하게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것에 이토록 처참히 실패하는가"란 질문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허민숙 조사관도 중요한 지적을 했다.

 

"사회 시스템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면, 구성원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정신 이상자가 문제를 일으킨 거고, 나와는 관련이 없는 거고, 여성은 불운했다고 하면서 떨쳐버리는 거죠."

 

그러면서 해법을 이리 제시했다.

 

"국가가 움직여야 합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하는 거죠. 사적인 문제로 간주하는 게 아니라, 사회가 나아가야 할 미래 방향을 훼방하려는 시도로 보고 엄벌하겠다고 해야 하고요. 여성에 대한 폭력 원인을 차별로 명확히 보고, 시각을 바꾸기 위해 교육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신림동 성폭행 살인 사건이 발생했던 공원에서./사진=남형도 기자

에필로그(epilogue).

 

취재하다 2014년에 노르웨이 홀터(Holter) 교수가 했던 연구를 봤다. 내용이 이랬다.

 

'성평등은 여성 뿐 아니라 남성의 건강과 삶의 질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성평등한 지역의 여성과 남성은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더 큰 행복감을 느끼며, 우울감을 덜 경험하고, 폭력으로 인한 사망률이 낮았다. 특히 성평등한 사회에서 남성의 자살률은 여성보다 낮게 나타났다.'

 

왜 그럴까. 허민숙 조사관은 이리 설명했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들이라고 두 다리 쭉 뻗고 자는 게 아니니까요. 무겁고, 남자다움에 질리고, 성공하지 못한 남자란 압박감과 좌절감이 있고요. 평등해지면 남성들이 비탄에 빠질 거란 건 큰 오해인 거지요. 공격하고 미워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가족을 이루며 살겠어요. 서로 보듬고 위하며 잘 살아야 저출산도 극복되고요."

 

세계적인 영화배우 엠마 왓슨은 2017년 UN 연설장에서 이리 말했다.

 

"이제 우리는 성을 두 개의 다른 것으로 보는 대신,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봐야 합니다. 악이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남성과 여성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어 덧붙였다.

 

"내가 아니면 누가,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룰 수 있을까요."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4030823245975188&typ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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