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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평화연대] 결코 다시는 - 아룬다티 로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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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평화연대] 결코 다시는 - 아룬다티 로이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4. 3. 9. 22:27

결코 다시는


아룬다티 로이
2024-03-09
by 팔레스타인평화연대
번역: 리시올 출판사


서양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힘 있는 나라들은 현대 세계가 민주주의와 인권에 바치는 헌신의 불씨를 수호한다고 자처합니다. 그런데 이들은 가자에 대한 이스라엘의 집단 학살에 공개적으로 갈채를 보내며 자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가자 지구는 강제 수용소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아직 살해되지 않은 사람들은 굶주림으로 죽어 가는 중입니다. 가자 주민 거의 전부가 추방당했습니다. 이들의 집, 병원, 대학, 박물관, 모든 유형의 하부 구조가 잔해더미로 전락했습니다. 이들의 아이들이 살해당했습니다. 이들의 과거가 증발해 버렸습니다. 이들의 미래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고등한 재판소가 거의 모든 지표가 집단 학살의 법적 정의에 부합한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런데도 이스라엘 방위군[점령군]* 군인들은 악마 숭배 의식을 기념하는 것처럼 보이는 조롱 조의 ‘승리 영상’을 여전히 퍼뜨리고 있습니다. 이 세계의 어떤 힘도 자신에게 책임을 추궁하지 않으리라고 이 군인들은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잘못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들이 저지른 일이 이들 자신과 그 자녀의 자녀들을 계속 따라다닐 것입니다. 이들은 세상이 자신에게 느끼는 증오와 혐오를 감내하며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희망컨대 언젠가는 전쟁 범죄에 가담한 모든 사람―이 갈등에 개입된 모든 진영을 통틀어―이 재판에 회부되어 벌을 받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아파르트헤이트와 점령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범죄와 아파르트헤이트와 점령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범죄가 결코 같지 않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게 될 것입니다.

어느 집단 학살에서도 쐐기돌은 당연히 인종주의입니다. 이스라엘이 건국된 이래 이 국가의 최고위 공직자들은 팔레스타인인을 비인간화하고 해충과 벌레에 빗대는 수사법을 사용해 왔습니다. 과거 나치가 유대인을 비인간화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저 사악한 혈청이 결코 말라붙은 적이 없고 이제 다시 흐르기 시작한 것만 같습니다. ‘결코 다시는’**이라는 힘찬 구호에서 ‘결코’가 잘려 나왔습니다. ‘다시’만이 남았습니다.

결코 다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힘 있는 국가의 수반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앞에서 무력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재정 지원 없이는 이스라엘이 존재할 수 없을 터인데도 그렇습니다. 피부양자가 후원자를 휘두르는 형국입니다. 우리가 실제 보는 것이 그러합니다. 노쇠한 아이라도 된 것처럼 조 바이든은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카메라에 등장해 막연하게 휴전을 중얼거릴 뿐인 반면 이스라엘 정부와 군 간부들은 공공연하게 그를 무시한 채로 자신이 시작한 일을 완수하겠다고 맹세합니다. 자신들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이 살육을 더는 참지 않을 미국 청년 수백만 명이 등을 돌리는 사태를 막기 위해 휴전을 요청하는 임무에 미국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가 투입되었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미화 수십억 달러가 계속 흘러 들어가 학살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는 어떨까요?

널리 알려져 있듯 우리 총리는 베냐민 네타냐후와 긴밀한 친구 사이며, 그가 어느 쪽에 공감하는지는 더 볼 것도 없습니다. 인도는 더 이상 팔레스타인의 우방이 아닙니다. 폭격이 시작되자 나렌드라 모디 지지자 수천 명이 소셜 미디어의 프로필 사진을 이스라엘 국기로 교체했습니다. 이들은 이스라엘과 이스라엘 방위군[점령군]을 대신해 가장 악의적인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데 이바지했습니다. 현재 인도 정부가 한 걸음 물러나 한층 중립적인 위치―우리의 외교 정책이 거둔 승리는 우리가 모든 편에 서는 데 성공했다는 것, 우리가 집단 학살에 반대하는 동시에 찬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에 자리를 잡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지금 미국은 이스라엘의 집단 학살을 지원하고자 넘쳐 나는 잉여를, 즉 무기와 돈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인도 또한 넘쳐 나는 잉여를 수출하고 있지만, 우리 나라의 경우 이 잉여는 실업 상태의 빈민입니다. 이들은 더 이상 이스라엘 입국 허가를 받지 못할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을 대체하기 위해 수출되고 있습니다. (짐작건대 신규 인력 가운데 무슬림은 없을 겁니다.) 이 사람들은 교전 지역에서 살아가는 위험을 감수할 만큼 절박합니다. 인도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노골적인 인종주의를 참고 견딜 만큼 절박합니다. 소셜 미디어를 주의 깊게 들여다본다면 이 인종주의가 어떻게 표현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미국의 돈과 인도의 빈곤이 이스라엘의 집단 학살 전쟁 기계에 윤활유를 치기 위해 결합했습니다. 이 얼마나 끔찍하고 상상을 초월하며 수치스러운지요.

세계에서 가장 힘 있는 나라들에 당당히 맞서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우방들에게도 외면받고 사실상 외톨이로 남겨진 채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고통을 겪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언론인, 이들의 의사, 이들의 구조대, 이들의 시인, 이들의 학자, 이들의 대변인, 심지어 이들의 아이들도 용기와 존엄이 깃든 행동으로 세계의 나머지 지역을 고취했습니다. 서양 세계의 청년 세대, 특히 미국의 신세대 유대인들은 세뇌와 선전의 기만을 꿰뚫어 보았고, 아파르트헤이트와 집단 학살의 실상을 간파했습니다. 서양 세계에서 가장 힘 있는 나라들의 정부는 존엄을, 또한 이전에는 가졌을지도 모르는 모든 존중심도 잃고 말았습니다. 다시 한번 말입니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의 거리에 몰려든 수백만 명의 시위대는 세계의 미래에 희망이 있음을 보여 줍니다.

팔레스타인은 해방될 것입니다.

⭕️ 3월 7일 뉴델리 프레스 클럽에서 열린 ‘가자 지구에서의 아파르트헤이트와 집단 학살에 반대하는 노동자들 회의’에서, 아룬다티 로이의 발언.

* 이스라엘군의 공식 명칭은 이스라엘 ‘방위’군입니다. 팔레스타인을 군사 점령하며 군사 통치하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팔레스타인과 연대자들은 이스라엘 점령군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 결코, 다시는(Never Again)은 역사에 홀로코스트가 다시는 반복돼선 안 된다는 뜻을 담아 보편적으로 외쳐지는 구호입니다.

원문: Arundhati Roy on Gaza: Never Again

https://pal.or.kr/wp/arundhati-roy-never-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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