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발도르프학교의 저학년 통합교과 활동 (4) - 경이감, 감사함, 책임감을 강조하는 교육 본문
경이감, 감사함, 책임감을 강조하는 교육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에게 키워줘야 할 교육적 덕목으로 발도르프교육에서는 경이감과 감사함, 책임감을 든다. 이 세상이 얼마나 놀랍고 신비로운지 아이들이 느끼고 깨닫게 하는 데에 교육의 본질적 목적이 있을 것이다. 계절이 변하고 새싹이 돋고 꽃이 피고 구름이 흘러가고 노을이 지는 등 자연의 경이로움과 함께 시 외우기와 노래 부르기, 그림 그리기, 연극, 과학실험 등 수업활동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화적인 작업들에 대한 경이로움을 아이들이 분명히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아이들은 자기 앞에 벌어지는 일들에 관심을 갖고 즐겁게 참여하며 질문을 품을 수 있다. “왜?”라는 질문은 경이감과 함께 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상상력이 풍부한 사고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다.
세상이 경이롭게 느껴지지 않는 아이들은 냉소주의에 빠지기 쉽다. 신기한 게 없으니 알고 싶지도 않다. 시시하고 재미도 없는 것들을 왜 배워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이것은 조기교육과 주지주의 교육의 폐해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놀이를 통해 세상을 만나고 어른의 도움으로 경이감을 느꼈다면 벌어질 수 없는 일이다. 억지로 하기 싫은 공부를 했거나 지적인 문제해결식 학습을 반복한 아이들은 배움에 대해 냉소적 반응을 보인다. 동영상 시청이나 게임이 훨씬 더 재미있고, 구글이나 네이버를 검색하면 알 수 있는 걸 왜 굳이 배워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냉소주의는 반지성주의로 이어진다.
세상이 놀랍고 신비롭게 느껴지는 사람은 그 경이를 밝혀내고자 하는 의지가 생긴다. 이것이 학습에 대한 열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경이감이 없고 냉소주의에 빠진 사람은 무언가를 알고 싶어 하는 열망이 없다. 오히려 지식 전반에 대해 반감이 들게 된다. 지식이라는 것이 살아 있고 내 삶과 연결된다는 느낌이 없기 때문에 그렇다. 오늘날 탈진실의 사회를 보면 경이감 없는 교육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경이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우선 교사 스스로 작은 일에서도 늘 경이로움을 느끼고 표현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 이유는 아이들은 교사를 모방하며 배우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감사함의 덕목은 관계를 풍성하게 해줄 뿐 아니라 어린이의 이기적 심성을 생명에 대한 존중과 사랑으로 이어지게 한다. 텃밭을 가꾸어 작물을 수확하고 요리해서 감사기도와 함께 먹는 일이 대표적이다. 체육활동 후에 마시는 물 한 잔의 소중함, 먼 길을 힘들지 않게 이동하게 해 주는 차량의 소중함 등도 생활에서 일깨워줘야 할 것들이다. 너무나 당연하게 제공되는 풍족한 물품들은 아이들에게 감사함을 가르쳐 주지 못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물건들이 어떻게 우리 손에 들어왔고, 어떤 사람들의 노력이 깃들어 있는지 알게 하는 것은 교육의 주된 내용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자신에게 도움을 준 친구들,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하는 일도 의식적으로 해야 할 작업이다. 이것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인 동시에 아이 내면의 정서와 감성을 풍부하게 길러주는 일이기도 하다.
경이감도 그렇지만 감사함 역시 너무 분주한 일상에서는 느끼기 어렵다. 잠깐 멈추어 서서 지금 이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라 감사한 일이고, 감사한 마음은 반드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줄 필요가 있다. 식사기도처럼 감사기도를 자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어린 시절부터 감사함을 모르고 큰 아이들은 이기주의적 사고방식을 갖게 된다. 모든 게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가야 하고, 남들의 호의는 당연한 것이 된다. 사회적 현상인 ‘갑질’은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벌어지는 일이다. 이런 사람들은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거나 사랑받는 기쁨을 알 수 없다. 감사할 수 있을 때 사랑도 가능한 일이다.
끝으로 책임감은 아이들의 의지력과 깊은 관계가 있다. 어릴 때부터 작은 역할을 맡아서 완수해 본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책임감뿐 아니라 의지도 강하다. 대가를 바라고 하는 일이 아니라 공동체로서 함께 살아가면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자기 물건은 스스로 정리하는 습관을 키우고 가정에서 청소나 식탁 차리기 등의 역할을 꾸준히 해온 아이들은 교실에서도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하고자 한다. 그리고 자기에게 맡겨진 일을 끝까지 해내려는 의지도 강하다. 따라서 교실에서 아이들은 크고 작은 책임을 맡아 할 수 있는 일이 필요하다. 모든 걸 교사가 도맡아 한다거나 부모들이 대신 해 주면 해 줄수록 아이들의 책임감은 약화된다.
책임감 없이 큰 사람들의 특징은 파괴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데에 있다. 책임이란 어떤 일에 대한 반응인데, 무책임한 사람은 그러한 관계가 끊어져 있기 때문에 무례하고 폭력적인 태도를 보이기 쉬운 것이다. 학용품을 재미삼아 부서트린다거나 공공기물을 파손하는 행위는 책임감 부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올바로 교육되지 못하면 살아 있는 생명, 나아가 힘이 약한 사람에게 폭력적 행위를 할 수 있다. 이것은 감사함과 함께 관계 형성의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책임감이 잘 형성된 사람은 늘 공동체에 기여하고자 할 것이다. 강한 의지로 세상에 헌신하고자 하는 사람은 책임감이 잘 키워진 사람이다. 우리의 교육이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발도르프교육은 자아와 세계 사이에서 조화를 추구한다. 수업을 통해 아이들의 사고력을 키우고 의지를 발달시키려 노력하지만, 지적인 방식으로는 그것들을 추구할 수 없다. 오히려 가슴으로, 느낌으로 접근해야 한다. 무언가를 진정으로 배웠을 때 우리는 가슴으로 받아들였다고 하지 머리를 굴렸다고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어떤 교과를 정서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다시 말해 감동받지 못하는 한 그것은 별 의미 없는 수업에 지나지 않는다. 발도르프학교에서는 어떻게 교과를 가르쳐야 아이들이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넓혀 나갈 수 있느냐는 부분에 관심을 기울인다. 경이감, 감사함, 책임감은 아이들의 인격 형성에 중요한 주춧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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