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코로나 시대, '유사과학'을 잡아라 - 백신 거부 운동 본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동성애자를 건드려서 나오고 사이비·이단 이런 데서 나왔다. 수많은 사람이 죽어서 안타깝지만, 하나님이 심판한 것이고 경고한 거다. ...... QR코드를 이용하면 중국으로 모든 정보가 넘어간다고 한다. 앞으로 백신을 개발하면 백신을 맞은 사람들의 유전자를 조작해 정신과 육체까지 조종할 수 있게 된다. 결국은 인간을 통제하는 쪽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2020년 8월 29일 인천의 한 교회 목사가 예배에서 한 이야기입니다. 동성애와 중국에 대한 혐오, 백신에 대한 불신, QR코드 및 유전자 조작에 대한 유사과학, 코로나가 '하나님의 심판'이라는 망상적 응보론 등 총체적 난국입니다. 종교가 합리성을 잃고 자기중심성을 벗어나지 못할 때 그 존재의미는 사라질 것입니다.
백신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어 MID출판사의 포스트를 소개합니다. 박재용 선생님의 책 <과학이라는 헛소리>도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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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유사과학의 온상지가 되고 있습니다. 전례 없는 전염병 가운데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낭설이 떠다니고 있는 것이죠. 유사과학이란 과학적 주장이란 가면을 쓴 비과학적, 또는 반과학적 주장이나 이론을 의미합니다.
지난 3월 한 교회는 소금물로 인체 염도를 높이면 코로나 예방에 효과가 있다며, 교회 건물에 들어오는 신도들에게 소금물을 뿌리는 촌극을 벌였는데, 사실 소금물과 바이러스 예방 사이에는 과학적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유사과학이 빚어낸 웃지 못할 사건이었죠.
MID는 『과학이란 헛소리(욕심이 만들어낸 괴물, 유사과학)』라는 책을 통해 유사과학의 내용과 위험성을 다룬 적이 있습니다. 코로나 상황에서 보듯, 유사과학은 사회 전반에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과학을 빙자하는 유사과학은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충분히 식별할 수 있습니다. 근거가 빈약한 만큼 그것이 '가짜'임은 분명히 드러나는 것이죠.
전대미문의 팬데믹(pandemic)으로 인해 사회적인 불안이 가중되는 가운데, 유사과학에 기반한 가짜뉴스의 증가는 사회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코로나발(發) 유사과학을 식별하며, 올바른 소통의 기반을 찾고자 마련됐습니다. 『과학이란 헛소리』라는 책에 소개된 '유사과학 식별법'은 지금의 코로나 혼란을 헤쳐갈 길을 제시해줍니다.
마스크 무용론에 이어 백신 거부 운동까지
코로나바이러스가 터진 직후에는 마스크의 유용성에 대한 찬반 논쟁이 치열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마스크 무용론'의 선봉이었고, 그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권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식 석상을 '노 마스크'로 활보했습니다. 바로 지난 7월까지 그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죠.
유럽에서는 지금도 마스크 착용에 반대하는 시민의 목소리가 큽니다. 마스크 무용론자들은 "마스크는 산소 공급을 줄이고, 습도를 높여 오히려 박테리아를 증식시킨다"는 등의 근거를 대지만, 많은 과학자는 이런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일축합니다. 코로나는 침방울을 통해 호흡기로 감염되는 경우가 많은데, 마스크는 이런 감염 경로를 효과적으로 차단합니다.
마스크에 이어,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코로나 백신'에 대한 가짜뉴스가 횡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달 13일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자폐증이 생긴다", "백신에 원숭이 머리를 넣었다"라는 허위 정보가 미국 전역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 여론조사 기업 갤럽은 지난 7월 20일부터 8월 2일까지 7,632명에게 '코로나를 예방하는 무료 백신을 지금 바로 맞을 수 있다면, 투약할 의사가 있냐'는 설문을 했습니다. 코로나 감염을 예방할 수 있고, 가격도 무료라면, 도저히 거부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설문조사에 참여한 인원 중 35%의 시민은 백신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혔죠.
백신은 인체 내 면역시스템에 항체를 만들어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병원균을 차단합니다. 백신은 전염병을 극복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정확한 방법이고, 백신의 개발은 해당 질병에 대한 승리를 의미합니다. 그런데도 미국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백신이 개발돼도 이를 거부하겠다는 비율이 무려 3분의 1을 넘은 것이죠.
백신 거부 목소리에는 잘못된 허위 정보가 있다
미국 내 코로나 백신에 대한 거부가 큰 까닭은 잘못된 정보가 폭넓게 유포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백신에 '원숭이 두뇌'를 넣었다는 주장뿐만 아니라, "코로나 백신은 전 세계를 장악하려는 CIA의 음모"라는 주장도 전파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백신에 추적 문신이 들어 있다거나, 백신을 맞으면 얼굴의 근육이 일그러진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근거 없는 정보의 확산에 미국의 유명 인사도 가세했습니다. 텔레비전 분야의 권위 있는 시상식인 에미상의 수상자였던 미국 유명 프로듀서 '델 빅트리'가 대표 인물입니다. 그는 "역사상 가장 위험한 백신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의무적인 백신 접종은 정부와 제약사 등의 '음모'라고 규정하죠.
지난 5월에도 비슷한 내용의 백신 관련 설문조사가 진행됐는데, 백신을 반대하는 응답자 가운데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백신을 이용해 마이크로칩을 세계인의 몸에 심으려 한다"는 음모론을 믿는 사람도 있었죠.
백신은 의무다
이러한 허위 정보, 또는 가짜뉴스는 코로나 방역에 대한 국가적 노력을 수포로 돌릴 수 있습니다. 미국의 국립보건원 산하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인 앤서니 파우치는 2021년 초까지 백신이 개발될 것이라고 공개 발표를 했습니다. 그런데 오매불망 기다리던 백신이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자국의 시민들이 백신을 적극적으로 거부한다면, 백신의 치료 효과는 크게 절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과학이란 헛소리』의 박재용 저자는 "백신 접종은 권리이기도 하지만 의무"라고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백신 접종은 '사회적 방화벽'을 설치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옮겨 갑니다. 그런데 백신을 맞은 사람은 그 병을 옮기지 않습니다. 백신은 개인의 감염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전염 가능성을 차단하는 적극적인 예방책입니다.
백신 접종 비율에 따라 사회적 방어막의 효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만약 한 국가에서 특정 전염병의 백신 접종 비율이 99%라면, 감염자 한 명이 100명을 접촉했을 때 전염시킬 수 있는 사람의 수는 1명 남짓입니다. 그런데 그 백신 접종률이 50%에 불과하다면, 1명의 감염자는 50명을 감염시킬 수 있고, 그 50명은 다시 2,500명을 감염시킬 수 있죠.
저자는 몇몇 사례를 들어 백신의 접종 거부가 가져올 수 있는 파국을 경고합니다. 미국에서는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거부하면서 현대 사회에서 거의 사라졌던 홍역이나 백일해가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미네소타 주의 소말리아 난민 출신 이민자 사회에서 홍역 백신을 피하면서 2017년 대규모로 홍역이 유행했고, 아일랜드에서도 홍역 백신 거부로 인해 홍역 발생률이 10년 만에 250% 이상 늘어났다고 하죠.
'안티 백신 운동'의 뿌리는?
『과학이란 헛소리』는 유사과학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하나는 특정 세력이 '고의'로 유사과학을 퍼트리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잘못된 인식이 검토되지 않은 채 상식처럼 떠다니는 경우이죠. 전자의 경우처럼, 의도적으로 유사과학이 전달되는 경우는 또한 다섯 가지로 나눠집니다. ①기업의 이윤 추구 ②종교집단의 맹신 ③대체의학에 대한 신봉 ④과학자의 사적 이익 추구 ⑤정치적 세력화를 위한 이용, 이 다섯 가지의 경우이죠.
우리나라의 경우 '안티 백신 운동'은 대체의학 주장자들의 신념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습니다. 한동안 백신 거부 운동을 활발히 주도했던 '안전한 예방 접종을 위한 모임(안예모)'이나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모임(안아키)' 같은 경우 예방 의학 전반을 비판하며, 대체의학을 그 대안으로 제시했죠. 그러나 위에서 살펴봤듯이, 부모의 잘못된 판단은 우리 사회에 전염병을 퍼트리는 위험한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불거지는 코로나에 관련한 안티 백신 운동은 더욱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정치적 지향에 따라 백신에 대한 태도가 달랐습니다. 민주당 지지자는 81%가 찬성했지만, 공화당 지지자는 절반이 넘는 53%가 반대했죠. 또한 도시 지역에 거주할수록, 나이가 젊을수록, 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백신에 대한 찬성 비율이 높았습니다. 현대 과학과 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미국 서민층을 중심으로 널리 퍼져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네요.
[출처 :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memberNo=4168959&volumeNo=29198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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