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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전담조사관제도’ 시행에 대해 우려한다 - 한국회복적정의협회 입장문 본문

회복적 정의+비폭력 대화

‘학교폭력전담조사관제도’ 시행에 대해 우려한다 - 한국회복적정의협회 입장문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4. 3. 6. 15:51

[사단법인 한국회복적정의협회 입장문]
 

‘학교폭력전담조사관제도’ 시행에 대해 우려한다

 
작년 12월 교원단체 대표들과 대통령의 면담 이후 교육부는 앞으로 학교폭력 사안조사를 교사들이 아닌 전문 조사관이 일괄적으로 조사하겠다고 전격 발표하였다. 학교폭력전담조사관제도는 학교폭력 사안조사를 수사 전문가인 퇴직 경찰들이나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 경험이 많은 퇴직 교원들이 전담하게 함으로써 사안조사의 객관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교사를 사안조사 업무로부터 벗어나게 하여 교육에 집중할 수 있게 하겠다는 명분으로 학교폭력제로센터의 역할 중 하나로 추진되었다.
 
하지만 전담조사관제도는 학교폭력 사안처리 과정에서 교사들이 겪고 있는 고충을 덜어주고 좀 더 안전하고 평화로운 교육환경을 조성한다는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위험성이 높은 정책이다. 제대로 된 학교현장의 이해나 학교폭력의 교육적 해결에 대한 고민 없이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어 아래와 같은 심각한 문제가 예상된다.
 
첫째, 교육부의 기존 정책의 노력과 성과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작년까지 전국 평균 학교폭력 사안의 60% 정도가 학교장자체해결로 종결되고 있는 현실에서 전담조사관제도는 이를 현저하게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전담조사관들이 사안조사를 어떤 맥락이나 영향보다 사실확인과 증거중심으로 조사하게 되면 당사자들은 처음부터 고의적 책임 회피와 변명 등 방어기제가 작동될 것이기 때문에 가해자의 책임과 피해자의 회복을 위한 접근이 어려워진다. 결국 학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작은 사건을 큰 사건으로 키우는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전담조사관제도는 기대만큼 학교업무를 경감시킬 수 없을 것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학교폭력 발생시 학교는 단순히 한 측의 일방적 신고를 접수하고 전담조사관이 파견될 때까지 어떤 조치도 할 수 없는 수동적 존재가 된다. 또한 한정적 인력으로 인해 조사관 투입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고, 그사이 학교는 피해와 가해 학생의 관리에 대한 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며, 시간 지연과 불안감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학부모 민원을 고스란히 떠안아야만 한다. 또한 사안접수 및 1차 확인서는 학교가 작성해야 하며, 전담조사관의 방문조사 및 추가조사의 경우 학교의 행정업무는 그만큼 가중된다. 결국 학교는 기존의 업무보다 더 복잡하고 모호한 상황은 증가하고 권한이나 역할은 줄어드는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셋째, 새로운 정책시행을 위한 기본적인 예산과 인력의 전문성 확보가 선결되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되면서 지속 가능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통령의 관심사항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국민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차대한 정책을 공론화 과정이나 시범운영도 없이 불과 3개월 만에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교육청과 학교는 큰 혼란을 겪고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이는 매우 폭력적 방식으로 백년대계라고 하는 교육계에서는 더더욱 있을 수 없는 근시안적 조치이다. 또한 사안조사는 충분한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충실하게 진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역에 따라 전담조사관들의 수당이 횟수나 시간에 상관없이 건당으로 지급되는 방식은 당사자들을 여러 번 만나거나 충분히 만나야 하는 필요를 최소화시켜 부실한 사안조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넷째, 학교의 사법화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기 쉽다. 학교폭력 대응의 초기인 사안조사 시점부터 전직 경찰관이 포함된 전문조사관들이 투입되면서 학교폭력의 당사자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변호사를 대동하면서 최소한의 방어권을 보장받으려는 사법적 시도가 확산될 위험성이 높다. 결국 자기반성과 안전한 관계회복을 돕는 교육적 노력보다는 사법의 승패구조가 초기부터 형성되어 당사자들로 하여금 대화를 통한 해결보다는 잘잘못을 가려 처벌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학교를 사법의 장으로 확대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위험성이 다분하다.
 
따라서 이번 전담조사관제도는 교육현장에서 처음부터 탄생하지 말았어야 할 제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3월부터 시행되는 시점에 몇 가지 보완 및 개선을 위한 노력을 신중하게 검토하여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첫째, 조사관들의 역할과 기능을 사법적 수사관과는 다른 교육적 해결을 위한 또 다른 주체로 자리매김하도록 하여야 한다. 문제발생 초기부터 사건을 세밀하게 분류하여 심의의 대상인지, 학교장종결의 대상인지, 조정의 대상인지 선별하고, 각각의 사안에 맞게 인계하는 적극적 역할을 감당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조사관의 관점과 역량, 인식의 변화를 위한 교육이 반드시 진행되어야 하며, 위촉, 교육, 사례관리의 기준과 내용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해촉의 기준을 명확하게 확립하여 기준에 미달하는 조사관들은 양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 기존의 교육적 해결방안과의 연계가 필요하다. 학교는 사법기관이 아닌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갈등해결의 방법도 교육적이어야 한다. 대부분의 교육청에서 학교폭력사안의 교육적 해결을 위해 조정지원단 등을 활발히 운영하고 있고, 당사자들과 학교의 만족도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전담조사관들이 사안조사를 하더라도 관계회복을 위한 대화모임에 대해 당사자들에게 정확히 안내하고 연계되도록 도와야 한다. 사안조사서 양식에도 수사기관의 질문이 아닌 회복적 질문을 활용하고 대화모임 참석에 대한 당사자들의 참여의사를 명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여전히 학교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 한다. 이번 제도의 실행으로 학교의 재량권이 현저하게 축소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이 학교 내에서 교육적 접근을 포기해서는 안 되며, 전문조사관에게 사건을 기계적으로 인계하지 말고 상담과 대화를 통한 자체적 문제해결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기존의 조정지원단과의 협력도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피해측에서 원할 경우 조사보다는 회복적 대화모임을 통해 인정과 사과, 재발방지 대책, 관계설정을 위한 약속 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폭력제로센터의 역할 중 하나가 전담조사관의 조사 시 피가해학생의 관계조정 프로그램 참여 희망 의사를 확인하고 관계조정 지원단에 의한 예비중재 및 본중재 등의 단계별 관계 개선 프로그램 운영을 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안조사는 사실확인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되며 관계회복의 의지와 필요를 확인하고 대화모임의 의미와 절차를 안내받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봐와 같이 새롭게 시도되는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많고, 새학기부터 학교의 부담과 업무를 가중시킬 염려가 있다. 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전담조사관에 대한 충분한 자질 검증과 교육이 필요하고, 제도 시행 후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학교와 학폭 당사자, 전담조사관들에 의한 냉정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회복적정의협회는 지난 수년 간 노력해 온 교육청들의 교육적 해결을 위한 수고를 수포로 돌리고 학교의 사법화를 고착시킬 수 있는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제도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그리고 비교육적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교육당국의 현실인식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를 사법의 각축장으로 변질시키고 있는 교육부의 근본적 인식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 지금은 2천 명이 넘는 조사관을 학교에 투입할 시기가 아니라 조정위원을 대폭 늘려 학교와 교육청의 회복적 대화모임을 지원하는 전문조정자제도를 시행해야 할 시점이다. 부디 전담조사관제도 시행에 따른 우려가 기우로 그치기를 바라며,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교육적 대안으로 발전해 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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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전담조사관제도' 시행에 대해 우려한다 (2024.02.28.) : 한국회복적정의협회 KARJ RESTORATIVE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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