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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서 가난의 의미 - 장승규 본문

발도르프교육학

교육에서 가난의 의미 - 장승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9. 12. 7. 01:24

교육공동체벗 출판사의 교육잡지 <오늘의 교육> 52호에 장승규 선생님의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무등자유발도르프학교의 교사이신 장승규 선생님의 이야기 중 인상 깊은 대목이 있어 그 일부를 발췌해 올립니다.

 

 

*

 

"예전에는 가난이라는 것이 물질적인 것에 머물렀다면 지금은 전혀 다른 의미로 이해되고 있어요. 요즘에는 아이들에게 왜 교육이 안 되는지 깊이 고민을 하지 않는 듯해요. 저는 교사들에게 묻고 싶어요. ‘교육이 왜 안 될까?’라고. 하지만 그들은 내용과 방법과 가치만 이야기해요. 늘 아이들을 만나는데 아이들을 들여다보지 않죠.

 

아이들이란 가방을 늘 메고 다니는데 그 가방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몰라요. 그냥 메고 다니듯, 만나죠. 그건 아이들의 삶을 보지 않는다는 말과 같아요. 그러니 교사들이 뭘 가르쳐야 할지 몰라요. 교육도, 교사들도 소비적이에요. 교육과정을 소비하죠. 너무 많고 너무 풍요롭죠.

 

교육은 만남인데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어요. 우리가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이 정말 소중해서 인사하고 그런가요? 그게 아니죠. 그냥 상투적으로 인사해요. 그러다 나와 안 맞으면 소통이 안 된다 그러죠. 그러곤 더 소통을 하려 노력하기보단 다른 소통되는 사람을 찾아요. 사람은 많으니까. 깊게 들여다보고 나누기를 싫어하지요.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교사도 마찬가지에요.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그래서 무엇을 나눌 수 있는지 생각하지 않고 그냥 교육과정을 소비만 해요. 너무 풍요로워서 그래요. 교육과정도 너무 많고. 정말 그 시기의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나눠야 할지에 대한 논의도 잘 보이지 않아요. 그냥 미래사회가 이런 역량이 필요하다니까 그런 역량을 기르는 교육을 하지요.

 

저는 아직도 우리 사회와 공교육에 학문중심교육과정 사조가 지배한다고 봐요. 어떤 목표를 따라서 아이들을 몰아가죠. 그런 상황 속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삶을 나누고 가꾸기란 쉽지 않아요. 과한 풍족함 속에서 교사도, 아이도 세상과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모습이 보여요. 너무 많아서요. 그런 것들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저는 그런 의미에서 가난을 말했어요. 저는 더욱 가난해져야 한다고 봐요. 그런 의미에서 넓은 가난을 말하는 거죠. 어느 학부모님이 언급한 ‘맑은 가난’이라는 말을 그래서 저는 좋아해요."

 

*

 

"수업을 성공하고 싶다면 교육이라는 행위가 무엇이고,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무언지 교사 스스로 살펴보아야 해요. 그런데 교사들은 지금 무엇만 살펴볼까요? 수업이나 교육과정만 봐요. 교재연구는 하는데 아동연구는 안 해요. 아무리 재구성을 잘한 수업을 해도 그 안에 아이들이 없다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건 교육이 될 수가 없어요.

 

정말 죄송하지만, 교육은 사람을 가르치는 것인데, 도대체 사람이란 존재를 모르고 교과만 가르치고 있어요. 이런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지 말고 새로운 인간중심 교육과정을 구성해야 돼요. 교육과정 재구성에 대한 신화를 깨뜨려야 해요. 그런 수업으로는 아이들은 매번 힘들어해요. 아이가 어떤 존재이고 아이가 어떻게 발달해 가는지를 깊게 공부하지 않으면 안 돼요.

 

저는 지금도 매번 수업을 공개하고 학부모를 오라고 했어요. 그렇게 고민했던 과정들을 보여주고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죠. 공교육에서도 마찬가지에요. 그 시기에 가르쳐야 할 내용과 현재 아이들의 상태를 보고 새롭게 만들면 돼요.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것이 교육이 아니라 아이를 가르치는 것이 교육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해요.

 

아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것은 이미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교육이에요. 주체가 소외되었잖아요. 주체가 소외되고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수업에 대한 이야기가 얼마나 의미가 있겠냐는 거죠. 좀 더 생산적인 실패를 하자는 거죠. 그래서 실패를 하더라도 교사가 스스로 구성하는 수업을 해야 하고요. 아이들과 내가 사는 시대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성공하는 수업은 어렵다고 봐요."

 

 

 

 

[출처 : 박진환, "시대정신과 자유를 향해 온몸을 던진 '돌'아이", <오늘의 교육>, 2019 9·10 vol.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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