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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도르프 교육에서 바라보는 유아기 - 헤닝 한스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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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도르프 교육에서 바라보는 유아기 - 헤닝 한스만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2. 7. 24. 16:45

발도르프 교육에서 바라보는 유아기

 

헤닝 한스만

홍미영 옮김

 

 

인간의 아이는 세상에 대한 강한 원초적 신뢰를 갖고 현세에 온다. 부모의 사랑과 보살핌에 의존적이며 무기력한 상태이다. 아이의 감각은 세상에서 마주치는 모든 것에 진정으로 열려진 상태이다. 아기는 '말초의식(peripheral consciousness)'을 지니고 있다. 자신의 신체를 외부의 관점에서 보게 되는데, 특히 엄마의 눈을 통하여 보게 된다. 첫 미소의 놀라움은 아이가 자신의 집인 그의 몸에 거처를 정하려는 특성의 천상의 전조이다.

 

아이가 지니고 있는 광범위한 인식을 집중된 자아의식과 세상을 탐구하기 유리한 위치로 들여놓는 과정에서, 유아는 자기 주위의 자연 환경 및 인적 환경과 관계를 형성한다. 이것은 성인과 신성 정신(Divine Spirit)의 종교적 관계나 갈망과 비교할 수 있다. 루돌프 슈타이너는 "유아의 혈액순환, 호흡, 소화과정은 모두 유아 주변의 환경을 동경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우리가 해야 할 바는, 성직자가 우리를 정신적 삶으로 인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에 대한 존중 속에서 신성한 본질을 지니되, 아이들이 이 현세적인 본질의 삶 속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부모 역할의 중대한 과제 속에는 이런 사실에 대한 자각이 포함된다. 건강한 유아는 자기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열정적으로 모방한다. 유아 주변에 있는 환경의 한 부분인 우리는, 우리의 경험과 정서 그리고 생각들이 유아에게 깊은 영향을 준다는 자각과 함께 이것들이 심지어 유아 신체의 유기적인 과정에도 작용한다는 자각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 우리가 준비해 놓은 가정환경뿐 아니라 우리의 습관, 걷는 방법, 말하는 태도처럼 아주 사소한 모든 움직임이 유아의 전생애의 태도와 인간적 가치의 기초가 되는 유아의 습관과 건강에 직접 영향을 준다.

 

유아는 우리가 신의 은총을 원하는 것처럼 주변 환경의 온화함을 갈망한다. 만약 아이에게 우리에게로 흐르는 사랑이 없고 그에응답하는 사랑이 우리에게 없다면, 우리는 이런 막중한 책임을 수행할 수 없을 것이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갖고 있는 본질은 친한 친구 사이에 형성된 관계의 본질과는 매우 다르다. 아이는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반대로 부모가 자신의 자녀에게 다른 아이와 공평하게 대하도록 요구할 수도 없는 것이다.

 

처음 몇 달과 몇 년 동안, 어머니는 아이의 삶에 안정감과 안전을 보장하는 존재로 닻과 같이 의지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존재이다. 아이는 어머니로부터 삶의 의미를 전달하는 도구가 될 모국어를 배우기 시작하고, 인생에서 '해야 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배우기 시작한다. 또 친척들이나 친구, 손님 같은 사람들과의 직접적이고 측정할 수 없는 의미의 관계에 대해 배우기 시작한다. 어머니가 매일 자기 일을 하는 과정에서 어떤 행동과 활동을 하는가가 아동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엄마는 이렇게 했어" 하는 생각은 유아가 관찰하고 모방하는 데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 어머니의 우울증상이나 정서적 안정은 자녀의 환경과 경험에 큰 영향을 준다.

 

유아기에 배우는 것은 무한한 잠재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나, 그 가능성의 실현은 가정환경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 유아가 보고 경험하는 것, 특히 일할 때의 질서정연한 움직임 같은 인간의 행동은 흔적이 남을 정도로 중요하다. 우리가 어린아이 같은 자세로 '작업 중인 사람'을 관찰한다면, 그 일을 해야 할 때 필요한 동작이나 기술을 훨씬 더 쉽게 배울 수 있다.

 

종종 어린아이들은 자기 아버지의 걸음걸이, 얘기하는 방법, 버릇까지도 따라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물을 어떻게 다루는지 아직 잘 몰라서 신체 길들이기를 배우는 자녀에게 아버지는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일어서고 발자국을 떼고, 점차 의미 있는 소리를 더 많이 내게 되고, 의미를 지니고 있는 그 소리들과 자기 개념이나 생각을 짝지워 맞추는 과정은 조합하고 배우고 인간의 틀에 숙달해 나가는 경이로운 과정인 것이다. 이 과정은 인생의 그 어떤 시기와 필적할 수도 없고 대등하지도 않은 배움의 복잡한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은 유아가 의식적으로 의도하는 것이 아니라 잠잠하고 우연하게 배우는 것이지만, 이 모든 과정은 생애 처음 몇 년 동안 아주 강하게 유아 내부로 흡수되고 모방된 것이다. 잠잠하게 배워나가는 능력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소멸되지만, 이런 능력은 장애를 지니고 있는 좀더 연령이 높은 아동에게는 여전히 중요한 교육적 부분이다. 

 

현 시대에서 가장 위험한 것 중 하나가 영구치가 나기 전의 유아에게 감각적으로 과다하게 자극하거나 정보를 직접적으로 '주입(feeding in)'하는 것이다. 어린 유아의 부모가 꼭 지켜야 할 황금 법칙은 "자녀들이 따라하기를 바라는 대로 당신의 행동, 지각, 감정, 생각의 방향을 설정하고, 자녀들이 놀이하는 데 자유로울 수 있도록 건강하고 정돈된 환경을 제공하라"는 것이다. 어린 유아의 놀이는 매우 진지한 활동이다. 즉 놀이를 하면서 유아는 세상에 반응하고, 자신의 개인적인 방법으로 재창조하게 된다.

 

그러므로 바람직한 놀이감은 유아의 상상력이 작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는 놀이감이다. 소위 '완벽한' 플라스틱 인형은 거의 영감을 주지 못하고 동일함의 잿빛 세상을 만든다. 반면에 부드럽고 기꺼이 맞아주는 단순한 헝겊인형은 유아의 상상 속에서 엄마가 되기도 하고, 작은 여동생이나 공주도 되고, 간호사가 될 수도 있다. 텔레비전을 너무 많이 시청하면 유아는 잠재적인 창조력이 마비되어 소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같은 이유로 인공지능이 프로그램된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도 창조성과 사회 접촉 대신 둔한 감정을 만들게 된다.

 

유아가 성장하면서 놀이활동은 휴지기에 접어든다.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휴식하던 놀이활동은 내적 창조력과 삶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으로 다시 깨어난다. 현대의 젊은이들 사이에 목표가 없고, 자신의 내부에 소외감을 느끼고, 침착하지 못하고 편안하지 않은 느낌을 갖는 경향은 유아기와 아동기에 적절한 놀이를 충분히 하지 못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놀이의 결핍은 아동기의 불우한 환경이나 발달 장애에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다. 즉 놀이하지 않는 유아는 성인기에 자신의 운명을 지배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진다.

 

 

[출처 : 헤닝 한스만, 홍미영 옮김, <장애아동을 위한 발도르프 치유교육>, 파라다이스, 107-1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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