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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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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칼럼

우리는 인간이다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2. 11. 12. 12:02

우리는 인간이다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 걸까?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고 많은 사람이 아이들에게 이러한 나라를 물려주어서 미안하다며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 당시에 회자되던 말이 "이게 나라냐?"였다. 사고가 벌어진 이유는 아직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초기에 제대로 구조했다면 전원이 생존할 수 있었다. 어처구니 없게도 사고가 참사가 되었고, 책임 규명은 여전히 미완이다. 피해 회복과 책임자 처벌은커녕 검찰의 방해로 인해 진상 조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벌써 8년의 세월이 흘렀다. 벌써 잊혀진 걸까?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가 대통령 탄핵으로 바뀌고 기적적으로 대한민국은 선진국의 문턱을 넘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눈 떠보니 선진국이었다. 전 세계가 한국의 코로나 방역에 경탄했으며, 국운이 상승한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부족한 면도 없지 않았지만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공동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감동의 순간도 많았고 '이게 나라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눈 떠보니 다시 '헬조선'이다. '이게 뭐지?'라는 말을 되뇌이며 대선 이후 하루 하루를 살고 있다. 그리고 다시 어처구니 없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뒷통수를 맞은 것처럼 머리가 멍하다. 그동안 우리는 무얼 한 걸까?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며 호들갑을 떨던 우리는 언제부터 나태해진 걸까? 주식과 부동산이 가파르게 오를 때였을까? 간절한 마음으로 촛불을 들었던 우리는 누구이고,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세력에게 다시 정권을 쥐어준 우리는 누구일까? 교육부 고위관료였던 한 인사의 말처럼 "국민은 개돼지"라는 표현이 지금의 기득권세력이 갖고 있는 멘탈리티일 것이다. 국민을 개돼지로 생각하기 때문에 사과를 해도 '개사과'를 하는 것이고, 욕설을 해놓고도 너희들이 잘못 들었다고 강변을 하는 것이다. 겉으로는 짐짓 예의를 차리지만 뒤로는 "웃기고 있네"라며 조롱한다. 피해 현장에서 구조에 최선을 다한 이들은 수사를 받고, 책임져야 할 자들은 도리어 화를 낸다. 과연 저들은 사람일까?

 


참사가 아니고 사고라 한다. 희생자가 아니고 사망자라 한다. 위패도 영정도 없는 분향소에 수차례 참배를 한다. 애도기간에는 아무 소리도 하지 말라더니, 애도기간이 지났으니 언급하지 말자고 한다. 국내언론과 외신의 보도 수준을 보면 참담함을 넘어 허탈감이 느껴진다.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은 뒤로 숨고 무리하게 경찰국을 신설한 행안부장관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총리는 농담을 흘리며 실소를 하는데, 꼬리로 지목된 이들이 목숨을 끊는다. 매년 경찰 기동대가 출동하여 질서유지를 하던 골목에서 올해에만 관행과 달리 어떤 조치도 없었다. 이게 자연스러운 일일까? 마약 단속을 하는 사복 경찰과 취재 기자가 깔렸다고 하던데, 이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와 똑같이 국가가 죽인 것이다.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고 책임감도 없는 자들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는 자리에 앉아 있다. 특권 의식에 사로잡힌 이들은 자기 잇속을 챙기는 것 외에 또 무엇에 관심이 있는 걸까? 한 자리씩 차지하고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 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자기들의 기득권을 영원히 잃지 않고, 국민이야 죽든 말든, 나라야 망하든 말든 잇속을 챙기는 것이리라. 검찰왕국이 된 국가는 이제 언론을 통제하고 사법기관을 동원해 공안정국을 만들 것이다. 그나마 상식적인 소리를 내는 극소수의 언론마저 짓밟고 나면 그 다음 차례는 일반 국민이다. 이번 10.29 참사 역시 사법적인 희생양을 만들어 처벌하고 끝내려 할 것이다. 응보적 정의는 그들의 무기이다.

과연 누가 인간이고, 누가 개돼지인가?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들이 사나운 얼굴을 하고 짐승의 언어를 내뱉는다. 끝내 인간으로 살고자 하는 이들만 고통스러워하며 눈물을 흘린다. '인간이 될 것인가, 동물이 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시대에 우리는 와 있다. 안타깝게 희생된 망자들에게 조의를 표하며, 결코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다. 오로지 인간만이 기억을 한다. 우리는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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