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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적 정의+비폭력 대화

[주간영동] 교실 속 정의, 응보 대신 회복으로 되찾을 때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4. 6. 1. 08:44

교실 속 정의, 응보 대신 회복으로 되찾을 때

 

2024.05.24
유영주 기자

22일 교사마음지원센터서 김훈태 작가의 「회복되는 교실」북 콘서트 개최
변호사 불러 교실 갈등 해결하는 현실 속… ‘서클’ 통한 회복적 정의 실현 강조

 

 
사법이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입시와 학교폭력이 연계되면서 가해자∙피해자∙교육단체는 각각의 목적에 따라 소송을 진행한다. 학교는 소송의 전쟁터로 변했고, 교실 안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선생님 대신 변호사부터 찾는다. 교사의 권위를 법이 대신하자 교권은 추락했다. 서이초 교사의 사망과 학교의 사법화 문제를 떼어 놓고 볼 수 없는 이유다.

교실 갈등을 내부에서 조정하는 방법을 잊은 지금,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지난 22일 교육공동체 벗 주최로 교사마음지원센터에서 「회복되는 교실」 북 콘서트가 개최됐다.

「회복되는 교실」은 학교의 ‘시장화’와 ‘사법화’에 주목하고, 대안으로 ‘회복적 교육’을, 구체적으로는 ‘서클(circle)의 일상화’를 제안한 책이다. 이번 강연은 책의 저자이자 회복적 정의 연구가인 김훈태 작가가 이끌었다.

회복적 정의란 기존의 처벌 중심적 사법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된 운동으로, 피해자의 고통과 피해 회복에 중점을 둔다. 나아가 피해자가 문제 해결 절차에 안전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가해자로 하여금 자신의 행위에 책임질 수 있는 태도를 마련하는 운동이다.

강연은 김 작가와 참가자들이 서클 형태로 빙 둘러앉은 채 진행됐다. 강연은 참가자의 자기소개로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토킹스틱을 넘겨받으며 신원과 소감을 밝혔다. 영동 및 옥천 내 중∙고등 교사,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영동지부 조합원, 유치원 교사, 꿈꾸는 배낭 조합원 등 다양한 교육 분야 활동가들의 자기소개가 이어졌다.

이후에는 ‘회복적 정의’와 ‘서클’을 주제로 김 작가의 강연이 시작됐다. 김 작가는 ‘잘못을 저지르면 벌을 받는다’는 근대적 상식이며, 이는 응보적 정의에서 비롯된 관념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응보적 정의는 자본주의의 발전과 맞닿아 있는데, 사유재산에 대한 인식이 강해짐에 따라 국가의 주권은 자본가 계층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강화되었다.

김 작가는 오직 처벌만으로 집단의 갈등을 해결할 경우 공동체가 와해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또한 ‘처벌이 끝나면 책임도 끝난다’는 인식이 강화되어 자연스레 피해자에 대한 관심은 사라진다고 비판했다. 김 작가는 “’누가 무슨 잘못을 저지르고, 어떻게 처벌하느냐’를 고민하는 걸 넘어 ‘누가 어떤 피해를 보았고, 어떻게 회복하느냐’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작가는 응보적 정의의 필요성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는 “회복적 정의가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사적 보복을 막기 위해 국가가 나서서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교실 같은 소규모 공동체 안의 갈등 분쟁은 회복적 정의로 먼저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복적 정의가 “공동체의 자산이고 힘”이라고 비유했다. 나아가 “처벌도 필요하다면 행해야 하지만, 가해자에게는 자신이 끼친 영향을 마주할 기회도 필요하다”면서 “피해자는 말하고 가해자는 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자신의 세 가지 교육적 가치인 존엄∙존중∙책임을 강조하며, 서클을 통해 이러한 가치를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서클의 다섯 가지 원칙을 소개했다. 내용은 이러하다. ▲모든 사람은 자기 목소리 낼 수 있어야 한다 ▲누구나 자기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의 말과 행위는 영향력을 가진다 ▲누구나 당사자의 욕구를 들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할 때 당사자가 해결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 김 작가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에 관해 설명했다. 회복 탄력성은 고무공처럼 고난을 겪고도 땅을 딛고 튀어 오르는 특성이다. 그는 교사들이 소진 상태라고 진단하며, 고통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교사의 불행을 단순히 심리적 문제가 아닌 제도적 문제로 해석했다. 그는 “아동학대처벌특례법이 바뀌면서 교사의 권한이 빼앗겼다”고 말했다. 교육 현장에 대한 이해 없이 법이 개정되면서, 사법적 영역이 생활지도 등 교사의 역할까지 침해하게 됐다는 의미다. 김 작가는 “제도가 바뀌어야 교사들이 힘을 되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는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한 추풍령중 교사는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운 현 사회에서, 어떻게 아이들에게 학급 내 역할을 부여하고, 잘못에 대한 책임을 가르칠 수 있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김 작가는 “서클을 매우 강조했지만, 서클이 전부는 아니다”라면서 “아이들과 대화하다 보면 관계를 형성하고 자연스레 길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한 학산중 교사가 “서클을 이용해서 갈등 조정을 할 때,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릴 수 없는 복잡한 상황에서 서클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냐”고 물었다. 김 작가는 사전 모임을 통해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따로 들을 것을 추천했다. 그럼에도 사실 관계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을 땐 다음 단계로 넘어가 상대의 감정과 욕구를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가해자 처벌중심주의로 접근할 경우 사실 관계 확인이 안 되면 해결이 어렵지만, 회복적 정의에서는 창의적 접근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교사가 “가해자에게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았음에도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자 김 작가는 “가해 행위의 구조와 기제를 밝혀내야 하며, 필요할 경우 가해자에 대한 치료와 처벌이 같이 가야 한다”고 대답했다.
 



출처 : 주간영동(https://www.bluestars.kr/news/articleView.html?idxno=3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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