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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불교] 사춘기의 이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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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불교] 사춘기의 이해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4. 5. 31. 15:19

사춘기의 이해 (1)

 

사춘기, 독립을 위한 몸부림의 시간
자녀 삐뚤어지지 않게 하려면 ‘잔소리 금물’
흑백논리 강한 시기, ‘친구 아니면 적’ 인식
잔소리 심하면 부모를 적으로 간주해 갈등

 

 

해마다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사춘기의 이해 특강을 한다. 중학교 들어올 무렵 시작한 사춘기는 중학교 2학년 때 절정을 이루고 3학년 때 조금 시들했다가 고등학교 들어갈 무렵 철이 들어 점잖아지는 것이 하나의 패턴이다. 그럼 대체 사춘기는 무엇이고, 또 왜 찾아오는 것일까? 사춘기(思春期)는 말 그대로 ‘봄을 생각하는 시기’이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춘정(春情)’을 생각하는 시기이다. 춘정은 ‘이성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다. 마냥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했던 아이들이 이제 후손 볼 나이가 되어 짝을 찾아 어른으로 독립하려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은 크게 ‘사고·감정·의지’로 이뤄졌다. 그중 가장 힘이 세고 본능에 가까운 ‘의지’는 우리 몸으로 치자면 단단한 뼈에 가깝다. 우리 몸 중 뼈가 밖으로 드러난 것이 치아이고, 이 치아가 바로 우리 의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유치가 완성되는 3세,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기 시작하는 7세, 그리고 영구치가 완성되는 15세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미운 일곱 살’ ‘인생에 방향성을 고민하는 지학(志學)’ 등 특별한 수식들이 붙는다. 그중 압권은 북한의 김정은도 무서워서 못 쳐들어온다는 공포의 중2병, 즉 사춘기다. 의지가 절정을 발하는 시기이며, 내적으로 부모에게서 독립하기 위한 몸부림의 시기이다.

사춘기는 우선 신체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난다. 몸집이 성인처럼 커지기 시작하고, 성기에 음모가 나기 시작한다. 남자아이들은 정액이 생산돼 몽정을 하며, 변성기가 찾아와 목소리가 굵어진다. 여자아이들은 가슴이 커지고 생리를 시작한다. 앞서 말한 후손 볼 나이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성적 관심과 환상이 고조되며 연예인에 깊이 빠지기도 한다. 

또 ‘자율성’이 극에 달해 잔소리를 하면 그게 자기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여겨 온갖 짜증으로 화답한다. 혹시 자신의 아이가 삐뚤어지기를 바란다면 잔소리를 많이 하면 된다. 착한 아이도 청개구리처럼 금세 삐뚤어진다. 이때 아이들은 ‘흑백논리’가 강해 이 세상을 친구 아니면 적으로 나눈다. 그래서 잔소리를 많이 하면 부모를 적으로 간주해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소화하지 못한 내적·외적 자극을 쉴 새 없이 ‘욕설’로 뱉어낸다. 마치 낯선 여행에서 새로 물을 갈아먹으면 그게 몸에 받지 않아 설사를 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이런 욕설은 크게 의미가 없는 말이므로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철이 들면 저절로 사라진다. 또 강한 힘을 경험하고 싶어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세를 과시하길 좋아한다. 덩치는 어른인데 마음은 아직 애기라 친구들과 뭉쳐 다녀야지만 소속감과 힘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심력처럼 퍼져가는 자기중심적 시선에서 벗어나 구심력처럼 안으로 수렴하는 ‘객관적 시선’이 생겨난다. 남들은 자기에게 관심이 없는데, 자기 혼자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크게 과장해서 고민한다. 그래 자주 하는 말이 ‘아, 쪽팔려’이다.

그렇다면 이런 사춘기 아이들을 부모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부모는 이제 처음으로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를 경험하게 된다. 드디어 수행의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출처 : https://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13364

 

 

 

사춘기의 이해 (2)

 

사춘기 왔다고요? 이젠 놓아줄 때입니다
사춘기 왔다면 부모는 ‘언행일치’ 보이길
배우자 험담, 아이 통한 대리만족은 ‘엄금’
부모는 성장 인정하고 ‘따뜻한 난로’ 돼야

 

 

사춘기 아이들을 대하는 부모는 아이들의 발달과 특징을 잘 이해해야 한다. 아이들의 ‘짜증, 적대시, 욕설, 친구 중요시, 과한 타인의식’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를 알면,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알면 사라지는 것이다. 영화 <실미도>를 보면 납치되는 버스에서 아이가 떼를 쓰며 울자 엄마가 막 다그치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한 납치범이 엄마를 쏘아붙이며 말한다. “아줌마, 애들은 원래 우는 거예요!” 그렇다. 애들은 원래 우는 건데, 안 그러길 바라는 엄마만 자꾸 부아가 치민다.

뇌과학적으로도 사춘기는 뇌의 전면 개보수가 이뤄지는 시기다. ‘감정, 정서, 충동, 동기’를 담당하는 변연계가 전두엽보다 먼저 완공되고, ‘자기인식, 정보통합, 계획판단, 감정조절’을 담당하는 전전두엽 피질의 뉴런·시냅스 가지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따라서 뇌발달의 ‘우선순위’와 ‘과도기’로 위 같은 사춘기의 특징들이 나타난다. 

 


다른 한편으로 사춘기는 가장 극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유 없는 반항’ ‘질풍노도’의 원인인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 소화하지 못한 혼란스러운 무의식적 내용들이 새로운 자아 이미지와 함께 재구성되고 통합되기 때문이다. 이제 아이들은 이 과업의 본보기가 될 만한 새로운 롤모델을 찾아 나선다.

이때 부모가 명심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이 있다. 첫째, ‘언행일치’다. 아이들은 뭔가 대단한 성취를 이룬 사람을 존경하는 게 아니라,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을 존경한다. 말과 행동이 일치할 때 부모로서의 권위가 살아난다. 본인은 틈날 때마다 휴대폰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휴대폰 그만 보고 공부하라는 것은 자신을 무시해달라고 애원하는 일이다. 

둘째, ‘배우자 욕하지 않기’이다. 아이에게 엄마, 아빠는 두 개의 하늘이다. 부부야 헤어지면 그만이지만, 아이에게는 세상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랑하는 사람과 서로 싸우고 험담하는 자체로 아이는 큰 상처를 받는다. 

셋째, ‘아이를 자신의 대리만족으로 삼지 않기’이다.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아이를 통해 대신 하려는 부모가 많다. 부모의 욕망으로 살아가는 아이는 하나도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 삶이 짐짝처럼 느껴질 뿐이다.

사춘기가 시작되면 아이를 품에서 놓아줄 때가 온 것이다. 이제 부모는 아이의 성장과 독립을 인정하고 ‘따뜻한 난로’가 되어야 한다. 따뜻한 난로란 아이를 향한 믿음과 사랑을 뜻한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사랑과 집착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랑’은 상대가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요, ‘집착’은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는 것이다. 대부분 부모는 자기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강요한다. 정작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받지 못한 괴로움, 부모의 소중한 것을 거절한 데서 오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한다. 
 
따뜻한 난로는 억지로 아이를 쫓아다니며 간섭하지 않고, 불 꺼진 난로처럼 방임하지도 않는다. 언제든 아이들이 원할 때 따뜻한 온기를 쬘 수 있도록 기다려 준다. 그러면 아이들은 또 그 온기의 힘으로 든든하게 자신만의 먼 길을 떠날 수 있다. 사랑하되 집착하지 않는 부모의 수행이 필요한 이유다. 곧 아이들은 더 건강한 모습으로 환하게 되돌아올 것이다. 

 


출처 : https://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14020

 

  • 김권태 동국대사범대학부속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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