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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호박 요정 이야기 본문

인지학/옛이야기와 동화

호박 요정 이야기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4. 11. 29. 21:19

호박 요정 이야기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내성적인 아이들을 염두에 두고 쓴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4,5세 아이들이 이 이야기를 아주 좋아했고, 호박을 학교 축제의 주제로 정할 정도였습니다. 호박에 관한 이야기들과 호박을 이용한 놀이들, 그리고 호박 수프, 호박 케이크, 호박 스콘을 파는 호박 카페가 학교바자회에 등장했습니다.
 
축제를 준비하는 데 도움을 준 한 학부모가 이 이야기에 대한 의미 있는 소감을 말해주었는데, 이 호박 요정 이야기가 자신의 가족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그 어머니의 우울함을 떨쳐버리는 데 큰 도움을 주었고, 가족들도 이 이야기가 지닌 황금빛 기운과 성취감 덕분에 낙심한 마음을 이겨내는 데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인 아이들에게 불가능에 가까운 것도 이뤄낼 수 있다는 힘찬 격려로서 여기 실리게 된 것입니다.
 
 
꼬마 요정은 탁 트인 넓은 들판에 살았어요. 키 큰 대나무들은 바람에 흔들리며 하루 종일 서걱서걱 소리를 내고, 길가에서 자라는 긴 풀들은 지나가는 여행자들에게 소곤소곤 부드럽게 속삭이는 그런 곳이었어요. 여름 내내 꼬마 요정은 무척 바빴어요. 어머니 땅의 어린 자녀들을 돌보느라 늘 할 일이 많았지요. 뾰족뾰족한 덤불에 걸려 날개가 찢어진 나비들과 꼬리가 떨어진 도마뱀들을 돌보고 요술 실로 날개와 꼬리를 다시 붙여주느라 쉴 틈이 별로 없었어요. 들판에 핀 꽃들도 꽃잎에 맺힌 이슬들을 털어주어야 아침마다 꽃을 활짝 피울 수 있었어요.
 
저녁이면 꼬마 요정은 나뭇잎을 덮고 반짝반짝 빛나는 여름 밤하늘의 별들 아래서 잠이 들었어요. 반짝이는 여름 하늘 아래 탁 트여 넓은 들판에서 사는 것을 꼬마 요정이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요.
 
그렇지만 여름은 끝나가고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했어요. 낮은 점점 더 추워지고 밤은 점점 더 길어졌어요. 바람은 꼬마 요정 주위를 휘돌며 속삭였어요.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어,
겨우내 지낼 집이 있어야지,
그러니 집을 찾아보렴, 따뜻하고 밝은 집,
황금빛 햇살이 밤낮으로 비추는 집말이야.
 
“그럼, 따뜻하고 밝고 황금빛 햇살이 밤낮으로 비추는 집이 어디 가면 있어요?” 꼬마 요정이 바람에게 물었어요.
 
“해님이 지나는 길을 따라가 봐, 해님이 지나는 길을 따라가 봐” 바람이 속삭였어요.
 
그래서 꼬마 요정은 해님이 지나는 길을 따라 들판을 가로질러 길을 떠났어요. 얼마 가지 않아 등에 집을 지고 다니는 은빛 달팽이를 만났어요.
 
“안녕! 달팽이야, 난 집을 찾고 있어. 따뜻하고 밝고 황금빛 햇살이 밤낮으로 비추는 집.”
 
“어쩌나, 어쩌나!” 달팽이가 말했어요. “여기는 내 집이고 여긴 나 혼자 살아. 방이 하나 밖에 없어. 해님이 지나는 길을 계속 따라가 보렴.”
 
그래서 꼬마 요정은 계속 걸어갔어요. 들판을 가로질러 해님의 길을 따라서 말이죠. 얼마가지 않아 이번에는 거미줄에 앉아 있는 갈색 거미를 만났어요.
 
“안녕! 거미야, 난 집을 찾고 있어. 따뜻하고 밝고 황금빛 햇살이 밤낮으로 비추는 집.”
 
“어쩌나, 어쩌나!” 거미가 말했어요. “여기는 내 집이고 여긴 나 혼자 살아. 방이 하나 밖에 없어. 해님이 지나는 길을 계속 따라가 보렴.”
 
그래서 꼬마 요정은 해님의 길을 따라서 계속 갔어요. 그러다 무성히 자란 채소밭에 오게 되었어요. 밭 가장자리에 있는 바위 위로 올라가자 밝은 황금빛을 보게 되었어요. 마치 해님이 거기서 빛나고 있는 것 같았어요. 꼬마 요정이 위를 보자 해바라기 임금님이 요정을 내려다보며 환히 빛을 뿌리고 있었어요.
 
“아! 해바라기 임금님, 전 집을 찾고 있어요. 따뜻하고 밝고 황금빛 햇살이 밤낮으로 비추는 집이요.”
 
해바라기 임금님은 미소를 지으며 커다란 황금빛 머리를 끄덕이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저 앞을 보렴”
 
꼬마 요정은 앞을 보았어요. 그런데 거기에는, 커다란 초록 이파리들 사이에 둥근 주황색 호박이 앉아 있었어요. 꼬마 요정은 어리둥절했어요.
 
“이게 내 집이 될 수 있을까? 따뜻하고 밝고 황금빛 햇살이 밤낮으로 비추는 집?”
 
꼬마 요정은 호박 가까이에 가서 문이 있나 살펴보았어요. 여기도 똑똑, 저기도 똑똑 두드려 보았지만 어디에서도 문을 찾을 수 없었어요. 꼬마 요정은 호박 주위를 돌며 여기도 두드려 보고 저기도 두드려 보았지만 어디에도 문은 보이지 않았어요.
 
이제 꼬마 요정은 너무 지쳤고 밤이 찾아오고 있었어요. 꼬마 요정은 호박잎으로 몸을 감싸고는 바로 잠들어버렸고, 커다란 호박이 마치 벽처럼 요정을 지켜주었어요.
 
꼬마 요정은 꿈을 꾸었어요. 황금빛 별 하나가 밤하늘에서 쏜살같이 아래로 내려와 흔들거리고 있는 대나무 숲 너머, 들판을 지나, 해바라기 임금님을 지나오고 있었어요. 황금빛 별은 주황색 호박 속으로 쑤욱 들어갔고 호박 꼭대기에는 별모양의 문이 생겼어요.
 
다음날 아침, 꼬마 요정이 잠에서 깼을 때 그 꿈이 생각나 호박 위로 기어 올라갔어요. 그랬더니, 꿈에서처럼 별 모양의 문이 있는 게 아니겠어요? 꼬마 요정은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어요. 그리고는 황금빛으로 밝게 빛나는 작은 방을 보고 무척 기뻤어요.
 
꼬마 요정은 행복했어요. 방 안으로 내려와 따뜻하고 밝고 황금빛 햇살이 밤낮으로 비추는 새로 생긴 호박집에 꼬옥 안겼어요. 꼬마 요정은 지금까지도 그 호박집에 살고 있지요.
 
매일 아침 꼬마 요정은 탁 트인 넓은 들판으로 가서 어머니 땅의 어린 자녀들을 돌보고, 저녁이면 따뜻하고 아늑한 호박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날 이후 지금까지 꼬마 요정은 ‘호박 요정’이라고 불린답니다.
 
 
 
 
[출처 : SUSAN PERROW, <HEALING STORIES FOR CHALLENGING BEHAVI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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