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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제비꽃과 파란 하늘 - 루돌프 슈타이너 본문

인지학/옛이야기와 동화

제비꽃과 파란 하늘 - 루돌프 슈타이너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3. 6. 3. 01:25

제비꽃과 파란 하늘

 

루돌프 슈타이너

<발도르프 교육예술>, 82-84쪽

 

 

옛날 옛적, 햇빛 비치는 숲속에 커다란 잎이 달린 나무 아래 자그마한 제비꽃이 피어 있었어요. 제비꽃은 나뭇가지 사이의 틈을 쳐다보았어요. 그 커다란 틈으로 보이는 것은 파란 하늘이었습니다. 제비꽃이 파란 하늘을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제비꽃은 그날 처음으로 활짝 피었거든요. 파란 하늘을 본 제비꽃은 놀라고 겁이 났습니다. 하지만 제비꽃은 자기가 왜 그렇게 겁이 나는지를 몰랐어요.


바로 그때 가까운 곳에 사납고 흉하게 생긴 개 한 마리가 지나갔습니다. 제비꽃이 개에게 물었습니다. "저기 저 위에 뭐가 있길래 나처럼 파랗게 보이지?" 제비꽃처럼 하늘도 파랗게 보였기 때문이죠.


그러자 개는 심술맞게 대답했어요. "아, 저건 너하고 같은 제비꽃인데, 무지하게 커다란 거지. 저 제비꽃은 널 휘갈길 수 있을 정도로 크단다."


그리고 그 얘기를 들은 제비꽃은 저 위의 꽃이 자기를 한 대 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나게 크다는 생각이 들어 더 무서워졌습니다. 그래서 제비꽃은 꽃잎을 한껏 접고는 그 엄청나게 큰 제비꽃을 올려다볼 생각을 하지 않은 채, 때마침 바람에 떨어진 커다란 나뭇잎 아래로 숨어버렸습니다. 제비꽃은 하늘이라는 거대한 제비꽃이 무서워 그렇게 종일 숨어서 지냈습니다.


자기를 후려칠지도 모를 하늘이라는 거대한 제비꽃 생각에 한숨도 못 잔 채, 제비꽃은 다음날 아침을 맞았습니다. 아침이 되어서도 언제 첫 번째 공격이 날아올까 마음을 졸였지만, 제비꽃에게는 여전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밤새 마음을 졸이느라 조금도 피곤해지지도 않은 제비꽃은 - 사실 제비꽃은 잠을 자면 고단해지고 자지 않으면 고단해지지 않거든요 - 살짝 나뭇잎을 빠져나왔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제비꽃의 눈에 들어온 것은 떠오르는 해와 여명이었습니다. 제비꽃은 붉게 물든 하늘이 무섭지 않고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조금씩 여명이 사라지면서 모습을 드러낸 밝고 파란 하늘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파랗게 바뀌었습니다. 그러자 제비꽃은 그 하늘이 개가 말한 대로 자기를 후려칠지도 모르는 거대한 제비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마침 어린 양 한 마리가 다가왔습니다. 제비꽃은 다시 저 위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싶었습니다. "저 위에 있는 게 뭘까?" 양이 대답했습니다. "그건 커다란 제비꽃인데, 너처럼 파란색이지." 그 말에 제비꽃은 그 심술궂은 개가 한 말을 다시 듣게 되리라는 생각에 또 한번 덜컥 겁이 났습니다. 하지만 어린 양은 착하고 선량했습니다. 양의 착하고 선량한 눈길을 본 제비꽃은 다시 물었습니다. "착한 친구야, 그렇다면 저 커다란 제비꽃이 날 휘갈기지는 않을까?"


"설마 그럴리가!" 하고 양이 대답했습니다. "저 제비꽃이 널 휘갈길 일은 없어. 저 제비꽃은 너보다 훨씬 파랗고, 그래서 그만큼 너보다 더 큰 사랑으로 가득하단다."


그 말에 제비꽃은 그 거대한 제비꽃이 자기를 후려칠 일은 절대 없을 뿐 아니라 자기보다 훨씬 파란 만큼 사랑도 더 많아서 오히려 이 지상의 모든 위험에서 자그마한 자기를 지켜줄 것임을 바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비꽃은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거대한 하늘의 그 파란 빛이 사방에서 자기에게로 다가오는 신의 사랑으로 여겨졌기 때문이죠. 그 뒤로 작은 제비꽃은 제비꽃들의 신에게 기도하려 할 때마다 하늘을 올려다보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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