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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동화는 살아가는 힘을 키워준다 - 노무라 미치코 본문

인지학/옛이야기와 동화

동화는 살아가는 힘을 키워준다 - 노무라 미치코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8. 8. 23. 09:41

동화는 살아가는 힘을 키워준다 


노무라 미치코



아이는 동화의 세계에 살고 있다


발도르프 교육에서는 '인간은 인류가 걸어온 길을 되풀이하여 걸어가며 어른이 된다'고 보고 있다. 7세 정도까지의 유아는 옛날 옛적의 '옛이야기 시대'를, 8-9세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호기심이 눈뜨는 '신화의 시대', 중학생 정도가 되면 세계를 발견해가는 '대항해시대'로, 성장하면서 이야기를 더듬어가는 것이다.


유아기의 테마는 '기쁨'이다. 세계의 모든 것은 선이며 슬픔이 없고, 도중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반드시 해피엔딩일 것. 나쁜 사람은 철저하게 벌을 받고, 착한 사람에게는 좋은 보상이 많이 있는 이야기가 아이에게 기쁨을 준다. 


때문에 유아기에는 선악이 분명한 옛이야기 같은 동화를 들려주는 것이 좋다. 아이는 옛이야기에 의해 도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이것은 좋고, 이것은 나쁘다'는 식으로 가르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옛이야기의 장점이다.


가령, 일본의 옛이야기 <모모타로>에서 모모타로는 개, 원숭이, 꿩을 거느리고 도깨비(상상의 괴물로 사람의 형태를 하고 뿔과 큰 송곳니가 있으며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 옮긴이)를 물리친다. 여기에서 세 동물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힘을 상징한다. 개는 '몸의 힘', 원숭이는 '감정의 힘', 꿩은 '생각의 힘'을 나타낸다. <모모타로>는 '악'을 물리치는 이야기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힘을 시험해보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런 이야기를 되풀이해서 들으며 아이는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이야기 속에서 시련을 극복한다


선악을 묘사하는 방법이 잔인하다는 이유로 이야기를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 이야기가 갖고 있는 메시지를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는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기 때문에 <백설공주>처럼 수많은 시련을 극복해가는 이야기는 무서워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어른과 아이가 느끼는 '무서움'은 다르다. 어른은 마지막에 나쁜 왕비가 쇠못이 박힌 신발을 신고 춤추는 모습을 잔인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주인공에 동화되어 있는 아이는 마녀가 어떻게 되든 무서워하지 않는다.


한편,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열세 번째 요정이 공주에게 100년 동안 잠을 자도록 저주를 내린다. 성장한 공주는 스스로 탑에 올라가 물레가락에 찔려 잠이 든다. 저주는 실현되지만 때가 되어 나타난 왕자의 사랑으로 공주는 잠에서 깨어나 행복하게 산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아이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때문에 열세 번째 요정을 너무 자극적으로 그릴 필요는 없다. '악'도 인간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시련이기 때문에 이야기 속에는 이러한 시련이 반드시 그려져 있다.



풍부한 상상력은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된다


오랜 시간에 걸쳐 계속 전해내려온 옛이야기에는 보편성이 있다. 옛이야기는 세계 어디에나 있고, 어느 나라에서도 아이들은 그야말로 '빨아들이는' 듯한 표정으로 옛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빨아들인 것이 몸을 적시고, 마음을 여유롭게 가꾸어간다. 어린아이가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반복해서 듣고 싶어하는 까닭은 익숙한 이야기 속 공간에 들어가 놀기를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힘, 다시 말해 상상력을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발도르프 교육은 수학이나 국어도 상상력을 이용해 가르친다. 어른이 되어도 여러 가지 것들을 이미지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뿐 아니라 그 이미지를 함께 떠올릴 수 있으면 대화할 때 상대가 말하고 있는 상황을 이미지화하여 이해할 수 있으며 공감하는 힘도 생긴다. 그런 의미에서 보아도 상상력은 평생을 살아가는 데 커다란 힘이 된다.




[출처 : 크레용하우스(JAPAN) 편집부 엮음, 고향옥 옮김, <우리집은 발도르프 유치원>, 66-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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