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추억의 담요 본문
추억의 담요
첸카 머레이 지음
김훈태 옮김
이 이야기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 남부 해안의 한 학교에서 뜨개질 프로젝트(7-8세)를 위해 쓴 것이다. 첸카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뜨개질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아이들에게 위안이 되고 공예 프로젝트에 대한 그림을 만들어주는 이야기 말이죠. 담요의 목적이 긍정적이길 바랐습니다.”
행복한 추억과 함께 학교, 넓게는 지역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 최근의 산불 등 슬픈 추억도 담겨 있다. 산불로 인해 숲과 동물, 집 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담요는 오랜 시간 교실의 학생들과 함께 했으며, 학급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추억은 매년 더해질 수 있다.
가족과 공동체의 상황에 맞게 이야기를 약간 고쳐서, 뜨개질을 하는 모든 연령의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다.
*
멀고 먼 나라에 두 아이, 사프란과 인디고가 있었습니다.* 두 아이는 작은 마을, 언덕 위의 집에서 살았습니다.
* 사프란(Saffron)은 샛노랑, 인디고(Indigo)는 남색을 뜻한다. (옮긴이)
마을 사람들에게는 멋진 전통이 있었습니다. 해마다 긴 겨울 동안 추억의 담요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난로 옆에 앉아 한 해를 추억하며 털실로 네모난 모양의 새 담요를 짰습니다. 뜨개질을 하면서 그해의 추억들, 잊지 말아야 할 일들, 특별했던 일들, 슬펐던 일과 기뻤던 일들, 잃어버린 것과 찾게 된 것들... 가족과 친구, 동물, 어떤 장소 등에 관한 다양한 종류의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가을이 오자 어머니에게서 아들로, 오빠에게서 여동생으로, 아버지에게서 딸로 ‘시작할 때가 되었어’라는 말이 돌고 돌았습니다. 그해에 인디고와 사프란, 두 아이는 네모난 추억 담요를 만들기 위해 뜨개질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털실이 나오고 뜨개바늘이 나왔습니다. 어떤 털실은 새것이고, 또 어떤 털실은 쓰던 것이었습니다. 색깔별로 서로 바꾸고, 실을 감고, 함께 나누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알맞은 크기의 뜨개바늘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바늘로 코를 만들고 뜨개질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인디고와 사프란은 뜨개질을 배웠습니다. 처음엔 엉키기도 하고 떨어트리기도 하고, 꼬였다가 막혔다가, 마침내 제대로 하게 되었습니다. 바늘땀을 뜨고 또 떠서, 기쁘게도 네모 하나를 금세 완성했습니다.
뜨개질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추억이 뜨개질에 담겨 그들의 말은 무늬가 되고, 그들의 생각은 다양한 색깔이 되어, 실과 매듭에 선명하고 튼튼하게 엮였습니다.
인디고는 하늘의 파랑과 언덕의 초록으로 뜨개질을 했고, 사프란은 햇살 속 노랑과 황금색으로 뜨개질을 했습니다. 둘은 여름날 모닥불의 밝은 빨강과 숲의 타오르는 색으로 뜨개질을 해서 담요를 더 만들었습니다.
인디고와 사프란은 뜨개질을 계속했습니다. 어떤 날은 추억이 슬프고 길었습니다. 또 어떤 날은 추억이 조그맣고 웃겼습니다. 그럼에도 둘은 그것들을 한데 엮었습니다.
봄이 시작될 무렵, 마을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 모두의 담요를 모아 하나로 꿰매기 시작했습니다. 한땀 한땀 깁고 꿰매며, 그들은 이것을 저것에, 어떤 추억을 다른 추억에, 어떤 색을 바로 옆 다른 색에 잇대어 꿰매었습니다.
인디고는 조각들이 하나가 되는 게 좋았습니다. 인디고는 담요 펼치는 걸 도왔고, 사프란은 담요를 하나 더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겨울의 끝을 알리는 첫 번째 봄꽃이 피어나자 눈부시게 아름다운 담요가 완성되었습니다. 사프란과 인디고처럼 뜨개질을 배우는 아이들이 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르쳐주는 사람도 늘 있었기 때문이죠. 모두가 새 담요를 축하했고, 처음 뜨개질을 시작한 사람들도 축하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추억 담요의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추억의 담요들은 여러 곳으로 옮겨다니며 지냈습니다.
처음에는 안락한 의자에서 사람들을 따뜻하고 편안하게 해주며 지냈습니다. 그다음에는... 글쎄요, 지금 담요는 누구와 추억을 나누고 있을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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