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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10대 자녀 둔 부모들의 고민, 빈정대는 자녀 걱정 마라?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2. 1. 16. 13:53


10대 자녀 둔 부모들의 고민, 빈정대는 자녀 걱정 마라?



어린이들은 빈정대지 않는다. 하지만 10대가 되면, 빈정대는 게 기본 태도가 될 수 있다. 빈정거림 속 정신적 변화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정리했다.

빈정댐이 인간 언어의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라고 한다면, 당신은 "그래, 맞아"라고 빈정거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이렇게 말하는 당신은 내가 빈정대는 의도로 이런 말을 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빈정댐은 가장 낮은 단계의 재치 표현"이라는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많은 이들이 기억한다.

그러나 오스카 와일드가 "그렇지만 지성의 가장 높은 단계"라고 덧붙임으로써 이 말의 의미를 완성했다는 것은 잘 생각하지 못한다. 특히 10대 자녀를 둔 부모나 교사들은 10대의 빈정댐이 유연한 언어적 기질과 창의적 발상의 표시라는 것을 잘 믿지 못한다.

하지만 심리학자 및 신경과학자들은 이를 주장해왔다. 그들은 글자 그대로 이해하는 것보다 더 많은 지능을 요하는 것이 빈정거림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빈정대는 말을 정확하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두뇌가 수많은 단계를 뛰어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아이들의 치기로 취급받지만, 사실 빈정댐은 성숙의 증거다. 어린이의 두뇌가 빈정댐을 완전히 이해하고 숙달하기까지는 수 년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캘거리 대학의 심리학자인 페니 펙스만은 "이는 꽤 어려운 과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신적 노력은 성과가 있다. 빈정대는 표현은 모욕적인 말이 주는 타격을 완화시키거나, 칭찬하는 말에 장난스러운 놀림을 양념처럼 뿌려준다. 인간 관계에서 꼭 필요한 뉘앙스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를 더 창의적으로 만들어 주거나, 우울할 때 부정적 감정을 분출하게 도와줄 수 있다.

빈정댐의 중요성을 확신하는 펙스만은 비꼬는 감각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걸음마 단계

빈정대는 능력은 어린 시절 오랜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다. 펙스만은 '건방진 인형'이 등장하는 아동 인형극을 통해 이 사실을 설명해왔다.

인형극 중에서 제인이라는 이름의 캐릭터가 장미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엉망진창이다. 그런데 제인의 친구인 앤은 "너는 정말 멋진 화가구나"라고 말한다. 또는 샘이라는 캐릭터가 정원에서 뛰어난 솜씨로 잡초 뽑기를 해내는 것을 두고 그의 친구 밥은 "너는 형편 없는 정원사구나"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5세 이하의 어린이들은 이처럼 빈정대는 말을 간파하지 못하고,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 말에 다른 뜻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해도, 쉽게 그 뉘앙스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고만 생각하는 것이다.)

빈정대기 위한 말을 유머로 이해하는 것은 발달의 최종 단계다. 팩스만은 "이러한 발달은 꽤 늦게 나타나는데, 평균적으로 9~10세 전후"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달은 다른 사람의 의도를 이해하는 능력인 "마음 이론"이 생기고 난 뒤에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마음 이론은 나이와 더불어 보다 정교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어휘와 문법, 미묘한 음성 신호를 포착할 수 있는 능력, 빈정댐이 예상되거나 예상되지 않는 문맥에 대한 이해 등도 빈정댐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의 발달에 영향을 준다. 이러한 것들은 사회적 상황에 대한 경험이 많아야만 생긴다. 펙스만은 "어린이들은 이 모든 단서들을 조립해야만 빈정대는 말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최근 연구는 아이들의 가정환경이 빈정거림에 대한 이해와 빈정거리는 표현 사용에 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부모가 빈정거리는 표현을 사용하면, 아이들도 이러한 능력을 키울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펙스만은 "4세쯤 되면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관점을 파악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믿음이 자신과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는 능력이 발달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빈정대는 것은 아이가 말하는 사람의 실제 생각과 그 말이 다른 사람에 의해 해석되는 방식을 모두 이해해야 한다. 이 2단계의 과정을 아이가 터득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일반적으로 7세 이하의 아이들은 잠재적으로 대립되는 두 가지 생각을 머릿속에서 함께 처리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10대가 되면 많은 어린이들이 이러한 복잡한 기술을 터득한다. 그래서 이를 터득한 아이들이 이 기술을 실험하고 그 영향을 즐기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창의적 말하기

10대 자녀들의 빈정대는 태도가 축하할 만한 발달의 이정표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다면, 영국 노팅엄 대학의 심리학자인 루스 필릭의 최근 실험을 참고해보자. 이 실험 참가자들은 일반적인 사건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fMRI 스캐너로 검사를 받았다.

이중 어떤 시나리오에선 등장 인물들의 발언을 조금씩 각색했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었다.

버니스와 케이틀린은 둘 다 미국의 한 대학에 심리학 수업을 신청하고 있었다. 그들은 함께 지원서를 인쇄하러 갔다. 그런데 프린터에는 분홍색 종이밖에 없었다. 그때 버니스가 케이틀린에게 말했다. "아주 격식을 잘 차렸네!"

다른 시나리오에선, 같은 단어를 특정인을 비꼬는 형태로 사용했다.

버니스와 케이틀린은 둘 다 미국의 한 대학에 심리학 수업을 신청하고 있었다. 그들은 함께 지원서를 인쇄하러 갔다. 케이틀린은 인쇄 용지로 분홍색 종이를 선택했다. 버니스가 케이틀린에게 말했다. "아주 격식을 잘 차렸네!"

두 종류의 반어 모두 다른 사람들의 믿음과 의도를 이해하는 것과 관련된 "정신화" 네트워크를 촉발시켰다. 정신화 네트워크는 애매한 진술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마음 이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필릭은 직설적인 표현에 비해 빈정대는 표현이 유머와 관련된 두뇌 영역 및 일반적인 언어 처리에 관여하는 의미 네트워크도 더 많이 활성화시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이를 빈정거림이 복잡한 두뇌과정임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상대방의 생각이 무엇이었는지, 왜 그들이 그런 말을 했는지, 그리고 그들이 비열한 속셈에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웃기려고 한 것인지 알아내는 것은 더 어려운 일입니다."

이러한 정신적 활동에선 몇 가지 놀라운 이점을 얻을 수 있다. 프랑스 퐁텐블로에 있는 인시드의 경영대학원의 리황은 하버드 대학교와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동료들과 함께 연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그는 비꼬는 말을 하거나, 듣거나, 상기하는 것 모두 창의적인 생각의 촉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참가자들에게 양초와 성냥 한 꾸러미, 압정 한 상자를 주고 "촛불 문제"라는 실험을 했다. 과제는 촛불을 벽에 붙여서 바닥에 촛농을 떨어뜨리지 않고 태우는 것이었다. 정답은 압정 상자를 비우고 벽에 압정으로 박은 상자에 양초를 안에 놓는 것이었다. 이것은 각 물건의 기능에 대해 횡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때 나오는 해법이다.

착수하기 전 일부 참가자들은 빈정댔던 상호작용을 생각해 달라고 요청받았다. 반면 다른 참가자들에겐 진지하거나 중립적인 상호작용을 생각하도록 했다. 놀랍게도 비꼬는 상호작용을 생각했던 참가자들의 성공률이 60% 이상이었다. 다른 참가자들이 30퍼센트 안팎인 걸 고려하면, 두 배 이상 높았다.

유머의 한 형태로서, 빈정거림은 좌절감이나 스트레스 대처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그린빌에 있는 이스트 캐롤라이나 대학의 캐서린 로더미치는 "빈정거림은 기분을 풀어주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흥미롭게도 그녀의 최근 연구들 중 하나에 따르면, 우울하고 불안한 사람들이 빈정거림을 사용하는 빈도가 코로나19 팬데믹 때 더 증가했다. 이는 대처 메커니즘으로 빈정거림이 사용되었다는 증거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빈정거림의 주된 동기는 언어일 것이다. 우리가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색을 더하기 위해 빈정거림을 사용하는 것. 펙스만은 "빈정거림은 근본적인 의미 위에 표면적으로 다른 의미를 덧씌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부드러운 놀림일 수 있고, 만약 여러분이 암묵적으로 누군가를 비판하고자 할 때 싸움 위험을 줄여주는 장치일 수도 있다.

이러한 연구는 10대가 아닌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10대들이 빈정대는 표현을 사용할 때 경험하는 감각도 비슷해 보인다. 그래서 10대들도 부정적인 감정이나 어려운 상황에 대한 유용한 대처법으로 빈정거림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빈정거림 훈련

부모 입장에선 자녀들의 빈정댐을 처음 보는 것이 충격이 될 수 있다. 어린 시절 자녀들의 순수했던 인상이 사라지고 어른들의 냉소가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는 자녀에게 진실한 감정을 표현하려 하기 때문에, 10대 자녀가 사사건건 비꼬는 모습을 보면서 특히 더 당혹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이 다재다능한 도구를 쓰는 10대를 비난해야 할까? 인생에서 중요한 능력을 연습하는 중이라고 보는 게 더 나을 것이다. 필릭은 "우리 일상의 많은 언어가 문자 그대로 사용되지 않는다"라며 "때문에 아이들이 빈정대는 언어 표현을 잘 터득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펙스만도 동의한다. 그는 빈정거림 이해가 더딘 아이들을 가르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빈정거림의 다양한 예와 빈정거림이 사용된 이유를 담은 이야기 책 '빈정대는 시드니(Sydney Gets Sarcastic)'다. 5~6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 실험에서, 그는 아이들이 이야기를 읽고 토론한 이후, 비꼬는 말을 더 쉽게 알아채는 것을 발견했다.

빈정대는 것은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복잡성과 정교함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빈정거림은 언어의 가장 큰 선물 중 하나라고 하는 것은 절대 반어적 표현이 아니다.


https://www.bbc.com/korean/features-60013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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