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과학철학 및 사회과학 (27)
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사이비과학을 구별하는 문제, 과학자들이 나서야 한다 [김우재의 과학 이야기] '구획'문제에 대한 과학사회학 논쟁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과학과 유사과학 혹은 과학과 비과학을 나누는 경계에 대해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나는 자신의 연구에만 몰두하면서, 유사과학이 공공의 영역에 침투해도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과학자들에게 분노를 느끼지만, 동시에 과학자는 원래 자신의 연구에 몰두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하는게 옳다는 생각도 한다. 과학사회학자들은 흔히 과학자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곤 한다. 과학자들이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지려 하는 걸 막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모든 회사원들에게 내부고발자가 되라고 강요할 수 없듯이, 과학자 모두에게 내부고발자에 준하는 준엄한 방식으로 사회적 책임을 지라고 강요할수도 없다..
폐쇄 체계와 개방 체계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과학에서 실험은 왜 필요한 걸까요? 우리가 실험을 하지 않고도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굳이 실험을 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사실 우리 지식의 대부분은 실험을 통해 획득한 것이 아니라 일상 경험을 통해 우연히 발견한 것입니다. 철학자들은 일상의 경험을 좀 더 정교한 사유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려고 한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한 발 더 나아가 세계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실험을 통해 밝혀내려고 했습니다. 실험에서 과학자들은 세계에 개입하여 자연에서는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 사건들을 ‘비자연적인’ 연쇄로 만들어냅니다. 이런 활동이 가능하려면 실험 조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의 유형이, 그 조건이 없을 때 일어나는 유형과 다를 것이라는 판단이 있어야 합니다. 인위적..
지식의 두 차원 - 타동적, 자동적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살아가면서 우리는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세계 자체와 세계에 관한 지식을 구별하지 않고, 구별할 필요도 느끼지 않습니다. 바스카는 인식론과 존재론의 구별을 강조하며 둘 사이의 상호작용을 이해해야 세계에 관한 정확한 과학적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지식은 그것을 생산한 사람들과 독립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의 기술자와 장인, 표준과 숙련을 가지고 있고 다른 생산물이 그렇듯 변화를 겪습니다. 과학 지식은 이전의 사회적 생산물에 의존하는 사회적 과정의 차원입니다. 반일원론자들은 이 부분을 중시합니다. 우리는 지식을 무로부터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인지적 재료들을 사용해 생산합니다. 이것을 과학 지식의 타동적 차원(tr..
과학에서 인식론과 존재론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과학이 등장하면서 철학은 학문의 왕좌를 물려주게 됩니다. 실제로 과학은 그동안 철학이 차지했던 영역을 대체하면서 신뢰받는 학문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철학이 완전히 무의미해진 것은 아닙니다. 과학의 본질을 탐구하는 일은 철학을 통해 가능합니다. 과학이란 무엇인지를 묻는 일, 그리고 과학의 존립 기반에 어떤 관념이 있는지를 철학은 탐구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과학을 통해 지식을 추구하지만 그 지식의 대상이 어떻게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묻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러한 물음은 오히려 금기에 가까웠습니다. 세계에 무엇이 있는가의 질문은 존재론에 속합니다. 그 무엇, 즉 존재를 인간이 경험하여 아는 것은 인식의 영역입니다. 인식론과 존재론은 밀접하게 관련..
실증주의 과학과 존재론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과학(science)의 사전적 의미는 ‘보편적 진리나 법칙의 발견을 목적으로 한 체계적인 지식’입니다. 넓게 보자면 학문 전체를 뜻하기도 하지만 과학은 철학과는 완전히 다른 학문 체계입니다. 철학이 사유를 통해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등을 연구한다면, 과학은 마찬가지의 것을 단지 사유뿐 아니라 구체적 실험을 통해 밝혀내는 작업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철학보다 과학을 더욱 신뢰합니다. 철학자나 인문학자가 대중적 인기를 끈다 해도 우리가 정말로 믿는 것은 과학자의 말입니다. 철학이 사유의 차원에 머무는 한계가 있다면 과학은 실천적 영역에까지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아무리 철학적으로 탐구를 해도 비행기를 만들 수 없지만, 과학적..
우리는 과학을 통해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 비판적 실재론의 ‘층화’ 개념을 중심으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김훈태 1. 들어가며 오늘날 우리는 상대주의의 시대에 살고 있다. 사적인 자리뿐 아니라 공적인 자리에서도 대화와 토론을 통해 진실한 해답을 찾기보다 ‘네 말이 맞으면 내 말도 맞으니’ 결론을 낼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전문가의 권위를 존중하려고 하지 않는 경향도 강해졌다. 더 심각한 것은 가짜뉴스, 유사과학의 대중화이다. 탈진실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를 여기저기서 듣게 된다. 이러한 경향성은 '세상의 진리(또는 진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생각이고, 내 생각이 틀릴 리 없다'는 식의 미성숙한 사고방식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고방식―전혀 과학적..
과학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케플러는 행성들이 타원궤도를 돈다는 사실을 밝혀낸 천문학자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저는 또 다른 의미에서 케플러를 과학사에 한 획을 그은 이로 기억합니다. 그는 원래 수학자였습니다. 그리고 그 시절의 수학자들이 많이들 그랬듯이 신플라톤주의에 경도되어 있었지요. 그는 연구 초기에 태양계에 행성이 6개밖에 없는 이유를 정다면체를 통해 설명하기도 했을 정도입니다(플라톤주의는 기하학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에 따르면 수성에 외접하는 정다면체가 있고, 그 정다면체에 외접하는 금성이 있으며, 그 금성에 외접하는 정다면체와 그에 외접하는 지구 등등으로 설명했지요. 정다면체는 다섯 개밖에 없으니 그에 내접하거나 외접하는 행성은 여섯 개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