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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었음’ 청년 70만, 저는 낙오자인가요 | 추적60분 KBS 240607 방송 본문

기사 및 방송

‘쉬었음’ 청년 70만, 저는 낙오자인가요 | 추적60분 KBS 240607 방송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4. 6. 9. 21:26

‘쉬었음’ 청년 70만, 저는 낙오자인가요

 추적60분 KBS 240607 방송

 

https://www.youtube.com/watch?v=3tZYhQqm1vM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경제 지표 뒤에 숨어있던 청년들이 있다. 일을 하지도, 구직활동을 하지도 않는 이 청년들이 무려 7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활동인구 밖의 이들은 통계적으로 ‘쉬었음’으로 분류된다. 
 ‘쉬었음’ 청년 70만, 이 숫자에 담긴 2024 청년들의 사정은 무엇일까.

■ 그냥 쉬는 청년이 늘고 있다
 29세 임수현 씨는 현재 쉬고 있다. 명문대 석사과정 중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전공과는 아예 다른 회사에 입사했다. 그러나 부당한 대우와 고된 업무환경에 2년을 채 다니지 못하고 올해 3월 사직서를 냈다. 그는 스스로를 정신 못 차리는 백수, 재밌게 노는 친구로 표현했다.

“(쉬면서) 혼자 여행 다니고 혼자 책 읽고 이러는데
웃음이 계속 나와요.”
- 임수현 (29세) / 7주 쉬었음 - 

 36세 송영현 씨는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이민의 꿈을 안고 퇴사했다. 그러나 그 꿈은 이루지 못했고 이후 수년간 여러 차례의 쉬는 기간을 가졌다. 최근 소규모 온라인 쇼핑몰에서 실직한 뒤 다시 쉬는 기간을 보내고 있다. 대기업을 준비 없이 퇴사하고 흘려보낸 지난날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기업에 입사한 후에 어깨에 힘도 들어가고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기면서 
실제로 제 능력을 제대로 판단을 못 한 거죠.
지금도 많이 아쉽습니다. 그때 방황했던 시기가”
- 송영현 (36세) / 총 3회, 37개월 쉬었음 -

 6개월째 쉬고 있는 32세 민수연(가명) 씨는 여러 차례 직장을 옮겼다. 다니는 직장마다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았고, 상사로부터 폭언을 듣기도 했다. 쉬는 기간을 보내며 실업급여를 받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은 현재, 그는 여전히 삶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한다. 

“뭔가 바뀌고 싶고, 발전하고 싶은데 뭘 해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헤매는 것 같은 느낌?”
- 민수연 (가명, 32세) / 6개월 쉬었음 -

■ ‘쉬었음’ 청년 현상의 이면, 역대 최대 고용률의 진실은?
 통계청에 따르면 ‘쉬었음’ 청년은 70만 명에 육박하지만, 우리나라 고용률은 69.2%로 역대 최고인 상황이다. 이 모순된 지표가 가리키는 현실이 있다. 원하는 직장을 갖지 못한 청년들의 쉼은 길어지고, 그 부모들은 독립하지 못한 자녀로 인해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일흔 살 김종수 씨는 여전히 시장에서 과일 화물차 운반일을 하고 있다. 3년째 일하지 않고 공기업 취업 준비 중인 아들에게 올해까지만 시험 준비를 하라고 못 박아둔 상태. 아들 건호 씨는 아직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본인 때문에 아버지가 계속 일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길어진 취업 준비 기간과 불확실함에 미래가 막막하다.

   58세 요양보호사 박순미(가명) 씨는 노후가 걱정이다. 성인이 된 후 지금까지 제대로 된 직장을 갖지 않고 집에서 쉬고 있는 아들 때문이다. 일자리 얘기만 꺼내만 핑계만 대는 아들. 친구가 물어보는 아들의 근황에 회사에 다닌다고 거짓말을 한다며 눈물을 보였다. 

“(아들이) 계속 저러고 있으면 진짜 대책이 없으니까 
우리 노후는 어떻게 하냐. 노후가 지금 암흑이다.
70살이 넘어서도 우리 아들이 지금 이런 상태라면 ‘이건 심각한 거다’ 이런 생각이 들지”
- 박순미 (가명, 58세) -

 62세 김소현 씨는 집에 같이 사는 아들 얼굴을 벌써 1년째 보지 못했다. 5년째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아들은 엄마가 집에 있을 때는 방에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소현 씨는 속옷매장을 운영하며 아들의 시험 준비를 뒷바라지하고 있다. 방문 너머의 아들이 궁금하고 답답하면서도 쉽게 방문을 열 수 없다고 한다.

“열어젖히면 그거마저, 시험 보는 거마저 안 볼까 봐
제일 두려운 거는 (아들이) 모든 걸 포기할까 봐”
- 김소현 (62세) -

■ 청년들의 일자리 현실은?
 청년들이 줄어드는 신규 채용에 취업의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겪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미충원 인원 중 92%는 300인 미만 기업에서 발생한다. 청년이 맞닥뜨리는 노동시장의 간극은 무엇일까? 

 25세 수지(가명) 씨는 원하던 대기업의 최종 면접에서 탈락했다. 이후 수십 개 중소 규모 회사에 이력서를 냈고 겨우 한 홍보회사에 입사해 재직 중이다. 그는 대학 시절 대기업만을 바라보며 열심히 스펙을 쌓았지만,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한 회사에 다니고 있는 현실이 괴롭다고 말했다.
“그래서 조금 더 힘든 것 같아요. 
내가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결과는 결국 이거네”
- 배수지 (가명, 25세) / 중소 홍보회사 재직 중

 일자리 상향 이동이 쉽지 않은 현실에서 안정성과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기대로 많은 청년들이 도전했던 공무원 시험도 예전과는 상황이 다르다. 9급 공무원 경쟁률은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배문혁 씨는 9급 지방직 공무원으로 주민센터에서 근무했지만 1년 만에 퇴직한 뒤, 사기업에 입사했다.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나 달랐던 업무와 적은 급여는 빠른 퇴직을 결심하게 했다. 공무원의 현실을 풍자한 영상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일약 스타 공무원이 된 충주시청 김선태 주무관은 동료와 후배들을 떠나보내면서 자신이 속한 공무원 조직에 대해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사명감도 돈에서 나옵니다.
공무원에 대한 처우가 안 좋아지면 좋은 인재가 오지도 않겠죠.”
- 김선태 (37세) / 충주시청 유튜브 운영 전문관 - 

■ 쉬었음을 넘어 고립·은둔에 빠진 청년들
 구직 활동이 멈춘 기간, 즉 ‘쉬었음’이 장기화하여 고립과 은둔이라는 미로에 갇힌 청년들이 54만 명으로 추산된다.(출처:보건복지부) 38세 박영민(가명) 씨는 10년째 고립·은둔생활을 하고 있다. 늦은 밤 찾아간 그의 집에는 정리 안 된 짐들이 잔뜩 쌓여있었다. 지속적인 취업 실패로 사회와 단절된 채 살고 있다는 그는 집 안에 있는 전신거울에 비친 본인 모습이 싫어 거울을 뒤집어 놓았다.

“실패를 너무 많이 하다 보니까. 난 뭘 해도 안 돼 라는 절망감이 있으니까. 
타임머신만 있다면 그래도 한 살이라도 어릴 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 박영민 (가명, 38세) / 고립·은둔 청년-

 유방암 투병 중인 65세 박현숙(가명) 씨는 10년째 쉬고 있는 아들 걱정에 제작진에게 직접 연락했다. 일자리를 본격적으로 알아보자는 엄마의 말에 아들 희민 씨는 “해야지..”라며 맥없이 대답한다. 

“뭐가 발목을 잡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 턱만 넘으면 괜찮을 거 같은데 왜 그 턱을 못 넘고 있는지”
- 박현숙 (가명, 65세)- 

 청년들이 갇힌 미로의 출구는 어디에 있는 걸까? 추적 60분 1368회 《‘쉬었음’ 청년 70만, 저는 낙오자인가요》 편은 6월 7일 밤 10시 KBS1TV에서 방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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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요일 밤 10시 KBS1 《추적6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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