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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도르프학교의 생활지도 매뉴얼 (2) - 갈등과 폭력에 대한 이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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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도르프학교의 생활지도 매뉴얼 (2) - 갈등과 폭력에 대한 이해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3. 8. 22. 09:58

1. 갈등과 폭력에 대한 이해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갈등이란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벌어지는 불화를 뜻합니다. 서로 양보하지 않고 대립할 때 갈등이 벌어졌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갈등의 근본 원인이 욕구의 충돌에 있음을 의미합니다. 바라는 게 서로 다를 때 갈등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은 조용히 앉아서 책을 읽고 싶은데 다른 학생이 운동장에 나가서 놀자고 할 때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물론 대화를 통해 의견을 조율할 수 있습니다. 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표현하고 상대의 욕구를 존중할 때 갈등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갈등 사안은 평소에 자기 마음을 정확히 표현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법을 배운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서로가 평등한 관계일 때 가능한 일입니다. 권력의 비대칭 구조가 형성되어 있을 때 갈등은 대화를 통해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아니, 대화 자체가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권력의 우위에 선 사람 또는 집단이 대화를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조용히 교실에서 책을 보겠다고 거절했음에도 밖에 나가서 놀자고 한 학생이 협박을 하고 강제로 끌고 나가려 한다면 이것은 갈등이라기보다 폭력에 해당합니다. 교사가 교실에 형성된 권력 관계를 보지 못하고 형식적인 대화만 한다면 갈등상황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대화는 힘의 균형을 맞춘 다음 가능한 일입니다.

 

세계적 평화학자인 요한 갈퉁에 따르면 갈등은 세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우선 눈에 띄는 행위(B : behavior)와 눈에 띄지는 않지만 행위 저변에 깔려 있는 태도(A : attitude)로 구분됩니다. 상대방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갈등상태인 것은 아닙니다. 구체적인 말이나 행위가 나왔을 때 비로소 갈등상태가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갈등이 생기는 원인에 모순(C : contradiction)이 있습니다. 모순은 관계 안에서 추구하는 욕구나 목표가 서로 어긋나게 된 구조적 원인입니다. 갈등은 태도(A)와 행위(B), 그리고 모순(C)의 합이며, 이 셋이 모여 갈등의 삼각형을 이룹니다.

 

 

폭력은 신체적 손상을 가져오고, 영혼적·정신적으로 압박을 가하며, 재산상 피해를 유발하는 말과 행위를 뜻합니다. 갈등 사안에서 폭력이 발생할 수 있지만, 갈등이 없는 상황에서도 폭력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반드시 피해가 생깁니다. 다만 학생들 간의 폭력행위는 여러 단계가 있고, 모든 행위를 폭력으로 규정하여 개입하려 할 때 오히려 관계를 더 훼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대단히 미묘하고 복잡한 문제지만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느낌과 판단입니다. 허용 가능한 짓궂은 장난과 용납할 수 없는 폭력행위는 당사자가 그것을 피해로 인식하느냐의 차이에 따라 달라집니다. 따라서 한 학생이 장난으로 여기고 가한 행위를 다른 학생이 고통으로 느낀다면 폭력행위가 되니 중단하고 사과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평소의 관계가 중요한 차이를 가져옵니다.

 

갈등과 폭력 모두 관계가 건강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건강한 관계에서는 갈등이나 폭력이 쉽게 발생하지 않습니다. 권력의 비대칭 없이 평등한 관계, 자기 마음을 정확히 표현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에서는 양보하고 배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평소에 관계가 잘 형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갈등이나 폭력 사안이 발생했을 때는 관계 회복을 위해 애써야 합니다. 갈등이나 폭력 사안을 감추는 것은 매우 건강하지 못한 행위입니다. 그러한 분위기에서 파괴적 갈등이 나오고, 권력관계는 더욱 공고해집니다. 이에 비해 건설적 갈등에서는 갈등을 통해 서로의 욕구를 확인하고 관계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아주 작은 갈등이나 폭력도 그 즉시 드러내고 함께 대화해야 합니다. 참거나 묻어두는 태도는 당장 에너지를 적게 쓰는 것 같아도 결국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사태를 초래합니다. 우리는 소통 연습을 꾸준히 하는 가운데 불편한 일은 그때 그때 용기를 내어 드러낼 수 있어야 합니다.

 

갈등은 관계 속에서 연결감을 약화시키고 단절감을 키웁니다. 갈등이 악화될수록 마음은 단절감에서 적대감으로, 적대감에서 혐오감, 증오심, 파괴적 충동으로 치닫게 됩니다. 갈등이 고조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초기에는 당사자를 잠시 분리하는 것만으로도 갈등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win-win). 그러나 갈등이 점점 고조되다 보면 감정이 쌓이고 이기고 지는 승부가 되어 버립니다(win-lose). 이때부터 제3자의 개입이 필요합니다. 이보다 더 악화되면 서로를 파괴하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전쟁 상태가 되므로(lose-lose) 전문가의 개입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됩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갈등은 어떻게 고조되는 걸까요? 갈등 고조의 과정을 정확히 알아야 갈등을 중간에 멈추고 화해하는 작업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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