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도르프학교의 생활지도 매뉴얼 (1)

발도르프학교의 생활지도 매뉴얼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발도르프학교는 교장이 없는 학교입니다. 루돌프 슈타이너의 제안에 따라 학교는 공화주의적으로 운영되며,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책임을 스스로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교육과 행정을 책임지는 교장이 없는 대신 그 책임을 교사들이 나누어서 집니다. 매년 교사들이 선출한 대표교사에게 더 큰 책임과 권한을 양도하지만 교장의 역할은 아닙니다. 교육뿐 아니라 행정 업무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직접 담당하며, 각 부서별로 매년 책임자를 뽑습니다. 그럼에도 교사들 사이에 위계가 생기지는 않고 모두 동등한 관계로서 업무에 따라 역할을 달리할 뿐입니다. 이러한 이상을 현실화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건강한 공동체를 형성하는 작업에서 공화주의적 접근은 발도르프학교의 매우 중요한 특징입니다.
 
발도르프학교에도 괴롭힘이나 따돌림 같은 학교폭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폭력이나 갈등 사안을 예방하고 해결하는 조직체의 필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교사들, 학부모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에 대해서도 적절히 대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교사들에게는 교육과 행정뿐 아니라 갈등을 해결하고 조정하는 역량도 요구됩니다. 이것은 발도르프학교의 교육과정이나 수업과 마찬가지로 인간에 대한 진정한 인식을 바탕으로 해야 합니다. 삶의 단계에서 드러나는 발달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개별적인 인간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할 때 가장 적절한 갈등해결 역량을 갖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 모두가 책임감 있게 갈등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모든 것이 사법화되어가는 경향 속에서 국공립학교들은 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기가 매우 어렵게 되었습니다. 교사들은 늘어나는 학교폭력 문제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등으로 인해 교육적 권한이 줄어들고 권위를 상실했습니다. 교사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늘어났음에도 적절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인간적인 갈등해결 방안의 부재와 경쟁 중심의 입시교육으로 여전히 고통 받고 있으며 건강한 교우관계를 경험하기 힘듭니다. 국가와 사법에 종속된 학교는 자유롭게 교육 활동을 펼쳐갈 수 없습니다. 학생들의 필요보다 사회의 요구를 더욱 중시하고 교사의 자율성을 빼앗기 때문입니다. 학교는 국가와 사법으로부터 독립해 자율적인 운영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발도르프학교는 국가의 통제로부터 벗어나 자치적으로 운영되는 학교입니다.
 
발도르프학교는 줄 세우기식 입시교육에 반대합니다. 지식 습득뿐 아니라 정서 함양과 의지력 발달을 중요하게 다루는 전인교육이 발도르프 교육의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발도르프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는 아이들이 진정한 인간 교육을 받길 원합니다. 학생의 발달단계와 내적 흥미에 초점을 맞춘 수업이 이루어지고, 갈등 사안을 사법적으로 접근하기보다 교육적으로 접근하여 학생들의 문제해결능력이 커지길 바랍니다. 학생들뿐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이에 대한 대처에 대해 우리는 발도르프 교육의 고유한 방식을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절차는 명확하고 전문적이어야 합니다. 이 소책자는 ‘인지학에 기반한 발도르프학교의 생활지도 방식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응답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