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발도르프학교의 생활지도 매뉴얼 (3) - 갈등 고조의 9단계 본문

발도르프교육학/발도르프 생활지도

발도르프학교의 생활지도 매뉴얼 (3) - 갈등 고조의 9단계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3. 8. 23. 13:14

2. 갈등 고조의 9단계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오스트리아의 정치학자 프리드리히 글라즐(Friedrich Glasl)에 따르면 갈등이 고조되는 과정에는 9단계가 있습니다. 그의 모델에서 갈등의 단계는 썰매를 타고 비탈길을 내달리듯이 가속화됩니다. 멈춤과 조정이 없다면 갈등당사자들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입니다. 일단 갈등이 벌어지면 갈등은 내부 논리에 따라 발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갈등 상황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만큼 좋은 해결책은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1단계 : 경직

갈등 고조의 첫 번째 단계는 관계에서 어떤 쟁점이나 욕구불만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입니다. 갈등은 풀리지 않고 계속된 노력은 실패합니다. 아직 대화를 시도하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얻기보다 서로에 대해 실망하고 상대방이 정말로 해결 의지가 있는가에 대해 의심하게 됩니다. 경직 또는 긴장 단계입니다.

 

2단계 : 논쟁

갈등 고조의 두 번째 단계는 논쟁의 단계입니다. 상대방이 자신의 합리적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대화는 말싸움으로 발전합니다. 당사자들은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더 강력한 방법을 찾습니다. 그러나 발언을 강하게 하면 할수록 융통성은 사라지고 더욱 경직되어 갑니다.

 

3단계 : 대립

갈등 고조의 세 번째 단계에서 당사자들은, 대화를 통해서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공통의 관심사를 향해 협력해 가는 관계는 끝이 났고, 당사자들은 서로를 오로지 승리를 놓고 다투는 경쟁자로 봅니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목표에 도달하는 것을 어떻게든 막고,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어느 한 쪽이 명백히 잘못을 했다 치더라도, 이 단계에 와서는 대응 양상이 서로 닮아가기 때문에 차별성이 사라집니다.

 

4단계 : 적대적 이미지와 패거리 형성

2단계와 3단계를 거치며 발전한 상대방에 대한 편견은 보편적이고 틀에 박힌 특정 이미지로 통합됩니다. 갈등당사자들은 패거리를 형성해 상대방 패거리에게 집단적 특성을 부여하기 시작합니다. 게으르고 믿을 수가 없다거나, 무능하고 무책임하다는 식으로 낙인을 찍는 것입니다. 물론 양측은 상대방이 부여하려는 이미지를 격렬하게 거부합니다. 동시에 자신의 고정관념을 상대방에게 주입하려고 애씁니다.

 

5단계 : 체면 손상

공개된 장소에서 상대방을 모욕하고 비난하며, 공격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 상황이 되면 다섯 번째 단계에 도달한 것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상대방의 체면을 깎아 내리는 게 직접적 의도임을 명확히 합니다. ‘체면이란 공동체에서 한 구성원이 갖는 기본 평판을 뜻합니다. 더럽혀진 체면은 쉽게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낙인찍기는 공격의 주요 소재로 활용됩니다. 양쪽은 서로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하지만 어느 쪽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런 일은 체면을 깎이는 일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6단계 : 위협

체면을 잃고 보복 행위가 이어지면서 갈등당사자들은 구경꾼들과 분리됩니다. 적 아니면 동지인 극단적 상태이므로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은 빠르게 주변화됩니다. 사태를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적절한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구경꾼으로 밀려나면서 갈등은 더욱 더 악화되어 갑니다.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사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상대방을 압박하기 위해 위협을 가하기 시작합니다.

 

7단계 : 제한적 파괴 행위

위협은 갈등당사자들의 안전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을 약화시킵니다. 이제 당사자들은 상대방이 매우 파괴적인 행위를 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안전을 확보하는 일은 필수적인 관심사가 됩니다. 상대방의 안전까지 고려하는 해결책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은 제거해야 할 장애물로서 순수한 적이며, 인간성은 고려되지 않습니다. 단지 공격을 퍼부어야 할 대상일 뿐입니다. 이 단계에서 상대방이 입는 손해는 자신의 이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지만, 무조건 좋은 일로 간주됩니다.

 

8단계 : 상대방의 제거

갈등 고조의 여덟 번째 단계에서 공격은 더욱 강화되고, 적의 주요 시스템과 권력 기반을 파괴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가 됩니다. 상대방의 결정 능력을 붕괴시키기 위해 대표자, 협상가, 그리고 지도자는 공격의 표적이 됩니다. 이것은 상대방의 정체성을 무너뜨리고, 조직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일입니다. 이러한 공격 방식은 갈등당사자들의 스트레스와 내부 갈등을 키웁니다. 이 상황에서 유일한 억제 요인은 자신의 안전과 생존에 대한 관심뿐입니다.

 

9단계 : 공멸

갈등 고조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상대방을 모두 제거하려는 노력이 너무 강해져 자신의 안전과 생존 욕구마저 무시됩니다. 파멸, 파산, 투옥, 신체적 손상 등 더 이상 중요한 게 없습니다. 다리는 모조리 불에 탔고, 돌아올 길은 없습니다. 양심의 가책 따위는 사치에 지나지 않습니다. 무고한 희생자는 없으며, 중립적인 당사자도 없습니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 상황에서 남아 있는 유일한 관심사는 상대방 역시 처참하게 몰락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