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발도르프 진로교육 - 교사와 학생을 잇는 생애 진로교육 (2) 본문

발도르프교육학/발도르프 교육과정

발도르프 진로교육 - 교사와 학생을 잇는 생애 진로교육 (2)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4. 8. 5. 15:27

인간에 대한 새로운, 그러나 올바른 시선

 

진로교육은 단순히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아주는 교육이 아닙니다. 한 인간의 삶 전체를 바라보며,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와 활동, 사회적 헌신에 대해 탐색하도록 도와주는 교육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여기에는 한 인간의 개별성과 고유성을 이해함과 동시에 보편적 인간의 삶의 경로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사회적 존재이자 정신적 존재로서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없이 제대로 된 진로교육은 불가능합니다.

 

발도르프 교육에서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물질적일 뿐 아니라 정신적이고 영혼적인 존재라고 봅니다. 우리는 몸을 갖고 있지만 몸이 전부는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정신이 있고 마음이 있습니다. 본능적으로 살아가는 동물과 달리 우리는 과거를 돌아보고 반성하며 미래를 예상합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성찰하기도 하고,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혀 고통을 겪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마음을 차지하는 대부분은 생각이 아니라 감정입니다. 갈수록 무감해지는 사회에 살고 있긴 하지만 인간의 감정은 놀라울 정도로 풍부합니다. 그리고 마음속 더 깊은 곳에 욕구가 있습니다.

 

욕구가 충족되면 긍정적 감정이, 욕구가 좌절되면 부정적 감정이 생깁니다. 근대사회는 인간을 이성적 존재, 지적 존재로 표상하지만 실제로는 대단히 감정적 존재인 것이 인간입니다. 감정 통제가 잘 되지 않으면 중독으로 빠지기 쉽습니다. 약물이나 영상, 특정 음식 등에 중독되면 머리를 어지럽게 하는 사고도 멈추지만 무엇보다 감정이 통제됩니다. 정서적 안정감은 사실 아주 어린 시절에 형성됩니다.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그리고 갓 태어난 뒤로 아이는 주변 환경에 엄청난 영향을 받습니다. 그때 주양육자가 안정된 마음으로 아이를 돌보지 못하면 아이는 정서적 불안감을 느끼고 예민해지거나 무기력해지며 문제적 행동이 나오기 쉽습니다.

 

어떻게 보면 진로교육의 목표는 한 사람이 일을 하며 편안한 감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어떤 일을 하든 긍정적인 태도로 받아들이고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행복이 멀리 있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스스로 감정을 통제하지 못해 늘 우울하거나 불안하고 화가 난다면 억대 연봉을 받는 직업이어도 행복하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감정의 문제는 커다란 사회문제이자, 한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문제입니다. 이때 감정은 욕구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인간으로서 자연스럽게 갖게 되는 욕구가 잘 충족될 때 정서적으로 안정적인 사람이 됩니다. 정서적 불안감이 큰 아이는 어린 시절 받았어야 할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일 확률이 큽니다.

 

발달에 따라 인간의 욕구는 보편적으로 변화되어 갑니다. 엄마 뱃속에서나 갓 태어났을 때 아기가 바라는 건 무엇일까요? 그것은 엄마가 정서적으로 안정되어서 자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편안하게 아이를 돌보는 부모만큼 아기에게 큰 선물을 없습니다. 늘 기쁜 마음으로 아기를 환대하는 부모라면 아무리 가난해도 아기는 행복하게 클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경제적 안정과 양육 지원 프로그램이 공동체 안에서 적절하게 지원된다면 그 공동체는 지속가능할 것입니다.

 

어린아이가 바라는 것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사랑입니다. 이때의 사랑은 말로만 하는 사랑이 아니고 돈으로 뭘 사주는 사랑도 아닙니다. 아이들은 촉각 경험, 다시 말해 스킨십을 통해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야 발달 초기에 애착관계가 건강하게 형성됩니다. 아이들이 "안아줘"라는 말을 끊임없이 하는 것은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을 느끼기 위해서입니다. 그 다음으로 많이 하는 말이 뭐죠? 예, "놀아줘"입니다. 아이들은 놀이의 욕구, 움직임의 욕구가 대단히 큽니다. 놀이를 통해 커다란 기쁨을 얻고, 그 속에서 사회성을 키워갑니다. 손발을 많이 쓰는 놀이는 아이의 지능 발달에도 큰 영향을 주지만 다양한 신체기관의 형성에도 중요한 기여를 합니다.

 

아이들은 공통적으로 사랑받고 싶고, 마음껏 놀고 싶습니다. 이 두 욕구와 달리 언어적으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욕구가 있습니다. 그것은 규칙적인 리듬 생활에 대한 욕구입니다. 리듬 생활이 깨지면 아이들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예민하며 불안해집니다. 요즘들어 지나치게 산만한 아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규칙적인 리듬 생활을 제공해주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기름을 붓는 것이 바로 미디어 노출입니다. 아이들이 많이 보는 애니메이션이나 동영상, 특히 쇼츠나 틱톡 같은 자극적 영상물은 아이들을 산만하게 할 뿐만 아니라 두뇌 발달에 치명적인 손상을 줍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