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발도르프 진로교육 - 교사와 학생을 잇는 생애 진로교육 (1) 본문
발도르프 진로교육
- 교사와 학생을 잇는 생애 진로교육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한때 직업교육(vocational education)이라고 불리던 것이 이제는 진로교육(career education)이라는 이름으로 확장되어 쓰이고 있습니다. 직업교육은 주로 고등학교에서 특정 직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기능 훈련을 제공한다는 의미가 강했습니다. 그러나 직업이라는 것이 단순히 생계의 수단이라기보다는 사회에 봉사하고 자아의 실현을 위한 삶의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진로교육은 점점 생애 교육을 뜻하는 개념으로 정립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진로교육은 입시위주의 교육을 해소하고 국가발전에 필요한 인력을 균형 있게 양성한다는 취지로 1993년부터 초 ·중 ·고등학교의 모든 학교활동을 통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진로교육법에 따르면, “진로교육”이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이 학생에게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바탕으로 직업 세계를 이해하고 자신의 진로를 탐색ㆍ설계할 수 있도록 학교와 지역사회의 협력을 통하여 진로수업, 진로심리검사, 진로상담, 진로정보 제공, 진로체험, 취업지원 등을 제공하는 활동"을 말합니다.
제가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오늘날의 사회체제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진행하는 진로교육은 성공하기 어려워보인다는 입니다. 한국사회에 대해 이야기해본다면 우리는 심각한 입시경쟁 국가입니다. 전국민이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한 경쟁체제 속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진로교육을 한다고 하지만 아무리 진로교육을 잘해도 입시제도를 변화시키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사회구조가 지나치게 불평등하고 차별적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대학을 못 나오고 성적이 안 좋은 사람은 아예 먹고 살기가 어렵게 되어 있는 상황에서 교육만 바뀌면 된다? 그게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을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지켜보고 있습니다.
교육을 바로잡기 위해 정부는 매년 새로운 입시정책을 낼 게 아니라 불평등한 노동정책을 바꾸어야 합니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에 비해 차별을 받고, 노동자가 목숨을 담보로 일을 하는 상황,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경제시스템을 바꾸지 못하면 입시체제는 바뀌지 않습니다. 오늘날 의대 진학 열풍이 부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의대 입시반이 만들어지는 현실은 정상이 아닙니다. 공대생뿐 아니라 이과 계열 대학생들이 휴학을 하면서까지 의대에 들어가려고 재수를 하는 것은 입시체제의 문제라기보다 경제적 불평등이 더 본질적입니다. 이런 사회를 바꿔내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더 큰 정치적 힘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핀란드 교육이 좋다고 말들을 하지만 그에 비해 핀란드 사회에 대한 관심은 매우 부족합니다.
핀란드에서는 모든 공교육과 직업훈련이 무료여서 대학에 진학하거나 각종 훈련에 참여해도 청년들은 학비 부담이 없습니다. 핀란드의 노동시장 정책과 소득보장제도는 청년들이 당장 먹고살 걱정 없이 취업이나 창업 준비에 집중할 수 있게 무료 학습프로그램과 생활비를 지원합니다. 핀란드 전체 주택시장의 15%를 차지하는 사회주택과 전체 인구의 20%가 받는 주택수당은 청년들이 평생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해줍니다. 월급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면서도 그들이 만족하며 사는 이유입니다. 진로교육은 그런 제도적 기반 위에서 펼쳐져야 할 것입니다. 아니, 당장 그런 제도가 완비되어 있지 않다 하더라도 그러한 목표를 가질 때 진로교육이 의미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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