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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도르프 학교에서의 축구에 대해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9. 4. 15. 10:43

발도르프 학교에서의 축구에 대해

 

 

우선 슈타이너는 독일의 첫 번째 발도르프 학교에서 축구를 금지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이 글의 결론은 아닙니다. 슈타이너가 그렇게 한 이유 중 하나는, 축구가 인간의 머리를 도구로 사용하는 유일한 활동이라는 것이었습니다(헤딩). 또한 무의식적으로 머리처럼 생긴 공을 여기저기 발로 차면서 내면의 폭력적인 성향을 자극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린아이들에게 머리라고 하면 우선 공을 떠올리고, 조금 크면 지구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아마 머리 쪽(신경-감각계)의 통합 및 조절/제어 능력이 충분히 발끝까지 미치지 않은 (어린아이의) 경우 발은 본래의 움직임 속성에 충실하면서 바깥으로 뻗어나감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발도르프 학생들은 올림픽 경기에서 농구, 배구 등에서 경쟁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학교에서 축구는 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제는 여러 주변 환경에 의해 팀 경쟁 스포츠가 단순히 보고, 즐기고, 재미있어 하는 정도의 수준을 넘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도 홈 경기 때 팬들이 지나치게 승부에 집착하거나,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훌리건 때문에 많은 사고가 나고 무장경찰이 투입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미디어 또한 지나치게 경쟁심을 유발하면서 상업적 이익을 극대화시킵니다. 여기에 아직 스스로 판단력이 명확하지 않은 어린아이들이나 청소년들 역시 쉽게 주 타깃으로 선정됩니다. 

발도르프 학교 저학년의 경우 주로 놀이 위주의 체육수업이 진행됩니다. 특별한 준비나 도구, 장치 없이 몸 전체를 사용하는 자유로운 움직임 활동을 위해 최소한의 규칙만을 정하고, 숫자를 통해 점수를 매기고 승패를 둘로 가르는 것을 배제하거나 최소한 하려고 합니다. 

발도르프 학교에서, 특히 저학년의 경우 팀 경기로서 축구는 대개 허용하지 않습니다. 자유로운 움직임을 제약하는 필요 이상의 많은 규칙이 움직임에 적용되기도 하고(물질체와 에테르체의 균형적인 발달 저해), 승패에 집착하게 되면 특정 아이들이 서로 편을 먹거나 특정 아이를 배제하는 등 협력과 배려보다는 불필요한 다툼과 경쟁심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아스트랄체와 자아의 균형적 발달 저해). 또한 경기에 따라 좋은 결과를 위해 값비싼 좋은 장비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놀이의 경우 승패가 크게 의미가 없거나 술래가 계속 바뀌기도 하고(술래가 더 재미있기도 하고), 결국 모두가 승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그때 그때 규칙도 정하기 나름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담임과정 아이들에게 축구를 권장하지 않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팀 스포츠를 어릴 때 일찍 경험한 아이들은 상급학생이 되어서 다른 여러 스포츠를 경험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놀이에서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하였다면 커서도 다양한 스포츠를 경험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경쟁적인 스포츠를 일찍 접한 경우 흥미를 잃기 쉬울 수 있습니다. 일찌감치 국내외 프로리그 선수들의 경기나 월드컵 등을 통해 강렬한 열기를 경험한 아이들은 학교에서 하는 여러 활동이 시시해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또한 감정표현 역시 풍부하고 섬세하기보다는 강하고 직선적이며 단조로울 수 있습니다. 

실제 건강한 경쟁은 십대 청소년들(13세-19세)을 위한 것입니다. 축구는 너무 일찍 ‘청소년 무드’를 조장하며 아이들의 감성을 일방적으로 강하게 깨울 수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의 아스트랄체가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깨어나고 태어나게 됩니다. 발로 차는 행위는 강한 에테르적 힘을 아래쪽 발에 집중시킵니다. 이갈이를 하면서 에테르의 힘이 좀 더 자유로워지고 그 힘이 가슴쪽의 리듬계로 내려오면서 담임과정에서는 ‘가슴을 통한 생각’을 활성화시키고자 합니다. 축구나 발로 차는 활동은 가슴에서 떠오르는 이러한 느낌과 생각을 아래로 끌어내리는 경향을 유발합니다. 

요즈음 아이들에게 더 필요한 것은, 중력의 힘을 극복하면서 무게를 이겨내고 위쪽으로 끌어올리려는 의지의 힘입니다. 의지의 힘을 통해 몸을 위쪽으로 끌어당기고 이를 통해 아이들은 활기를 띠게 됩니다. 근래들어 점점 더 바르게 서고 또 하늘의 해와 별을 올려다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선수를 묶어두는 복잡한 경기 규칙이나 경기에 필요한 다양한 장비 등도 역시나 지상적 요소(아리만적인 경향)를 담고 있고 아래를 향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축구를 많이 하는 일부 아이들은 툭툭 이유 없이 발을 뻗어 다른 아이들의 발을 걸거나 물건을 발로 차는 경향성을 띨 수 있고, 지속적인 하체 움직임을 통해 몸의 균형잡힌 신체 성장과 감성 영역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축구는 또한 좌우 양측 모두의 다양한 기술을 요구합니다. 양측 사용은 학습에서 보이지 않는 어떤 부담감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축구는 신체적으로 위와 아래, 앞과 뒤 공간을 충분히 익히기 전에 아이들의 움직임을 좌우측면 공간 움직임으로 내몰 수 있습니다. (자유롭고 우아한 팔과 손의 사용은 3세에서 12세까지 성취해야 할 발달목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축구는 팔과 손의 사용을 극히 제한하며 움직임은 주로 하체에 집중됩니다. 따라서 발이나 무릎, 허벅지 등의 부상을 가져오기 쉽습니다. 그리고 머리 부분의 충격과 척추 압박이 경기 중 지속됩니다. 프로축구 선수들 가운데 50퍼센트 정도가 머리 부상에 준하는 흔적을 보이고, 여가를 위해 즐기는 아마추어 역시 약 35퍼센트 정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고 합니다. 비슷한 이유에서, 학교 체육에서 권투를 가르치지는 않겠지요. 이와는 별개로 축구와 같은 팀 스포츠의 경우 경기 결과나 상대방의 실수, 자기비판, 전술, 능력별 선수 등급, 심판의 판정결과 등에 따른 비판적이고 공격적인 생각을 끌어오게 만듭니다.

물론 팀 경기가 주는 장점도 많이 있습니다.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협력하고, 진정한 스포츠맨 정신을 발휘하며 상대에게 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팀 내 좋은 결과를 끌어내는 방법도 익힐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힘과 속도, 민첩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운동이기도 합니다. 전세계 많은 발도르프 학생들 역시 축구를 합니다(담임과정 중/고학년 또는 상급생들). 또한 농구나 배구를 하면서 점수를 매기기도 합니다. 축구든 농구든 그 경기 자체로는 놀이가 발전된 형태일 것이고 규칙도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일정 부분 가치 중립적으로 일장일단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유심히 지켜봐야 할 지점은, 무엇보다 항상 가장 적절한 시기에 발달시키고 성숙시켜야 할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 해당 영역의 틀만 가지고 우리 사회가, 특히 어른들이 이미 만들어놓은 사회적, 문화적 큰 영향 하에서 모든 아이들을 일률적으로 거기에서 배제시키거나 무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미디어와 움직임, 감성과 의지, 놀이 문화와 스포츠 등 이 모든 주제를 앞으로 오랫동안 성장하고 배워야 할 우리 아이들과 연결지어 생각하게 될 때 앞으로도 많은 도전과 책임이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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