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세계 경제와 루돌프 슈타이너의 사회삼원론 - Nigel Hoffmann (1) 본문
세계 경제와 루돌프 슈타이너의 사회삼원
Nigel Hoffmann 박사
2019년 5월 9일
슈타이너사상연구소 김훈태 옮김
최근 그리스의 전 재무장관이자 유럽의 경제 및 정치 문제에 대한 저명한 평론가인 야니스 바루파키스(Yanis Varoufakis)의 TED 강연을 보았다. 그는 대체로 독립적인 경제 영역 내에서 기업의 권력이 터무니없이 커졌다고 말했다. 특히 막대한 자본의 건전한 순환을 막음으로써 얻은 이러한 과도한 권력은 정치 영역의 ‘식민화와 식인화’로 이어져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었다고 말한다. 바루파키스는 스스로를 마르크스주의자라고 공언하며, 잘 알려진 대로 마르크스주의는 근본적으로 경제-정치적 분석이다.
바루파키스가 고려하지 않는 것, 그리고 사회주의자들과 자본주의자들(또는 실제로 이 둘을 혼합한 자들)이 일반적으로 근본적인 방식으로 다루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사회의 “문화-정신” 영역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를 구성하는 세 가지 영역은 경제 영역, 정치-법률 영역, 문화-정신 영역이다. 각각은 다른 영역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어느 하나도 다른 두 영역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사회를 이렇게 세 영역으로 구분하여 인식한 것은 독일의 저명한 사회학자 위르겐 하버마스*이고, 그보다 앞선 이로는 철학자이자 교육자였던 루돌프 슈타이너가 있다.
* 위르겐 하버마스(Jürgen Habermas), Legitimation Crisis(Legitimationsprobleme im Spätkapitalismus), 토마스 매카시(Thomas McCarthy) 옮김, Beacon Press, 1975, 5-6. 하버마스는 이 세 가지 상호 연관된 영역을 경제 체계, 정치-행정 체계, 사회-문화 체계라고 부르며, 각각은 조직적 측면에서 별도의 “통제 센터”를 갖는다.
슈타이너는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 개혁에 관한 상세한 그림을 그렸다. 경제에 대해 다른 두 영역과 분리하여 말하는 것은 그에게 지구 및 태양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식물에 대해 말하는 것만큼이나 무의미하다. 슈타이너의 사회적, 경제적 아이디어는 아직 제대로 평가되거나 이해되지 않고 있지만, 나는 ‘새로운 경제’에 대한 아이디어가 유용하려면 이러한 전체론적(holistic) 관점에 기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루파키스는 놀라운 제안을 한다. (비록 그는 마르크스주의 좌파가 이미 100년 전에 그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분화된 경제와 정치가 재통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정치 영역으로부터 경제 영역의 분화는 수천 년에 걸친 문화적 진화의 결과이다. 유럽 문명에서 경제 영역의 결정적인 해방은 산업혁명 기간 동안 시장이 사회를 지배하게 되었을 때 일어났다. 그러나 우리는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가서,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로 돌아가 결국 경제적 해방으로 이어진 상거래 계약과 상업 협정의 출현에 필요한 논리적이고 법률적인 사고방식의 기원을 찾아야 한다. 민주적 원칙을 지닌 정치-법률 영역이 고대 이집트와 같은 신정 사회의 전체주의적(totalising) 종교 제도와 분리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 시기였다. 로마 세계는 정교한 정치-법률 구조가 특징이었다. 문화-정신 영역에 관해서는, 서양에서 문화-정신 생활은 비교적 최근까지 왕정과 교회에 묶여 있었다. 18-19세기의 낭만주의 시대 이후에서야 문화 영역이 결정적으로 분리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우리는 슈타이너와 하버마스를 통해 현대 사회가 삼지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적어도 초기 형태에서는 그렇다. 강조해서 말하면, 서구 발전의 추진력은 사회의 삼지적 분할을 향해 있었다. 재통합의 필요성과는 거리가 먼 슈타이너는, 사회 질서의 세 영역에 대한 인식과 더욱 의식적인 표현이 우리 시대의 사회적 쇄신과 건강한 세계 경제의 진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그렇다면 이 아이디어는 분리되고 전능해진 경제 영역이 현재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는 바루파키스의 우려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슈타이너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경제가 정치와 재통합되어야 한다는 바루파키스의 마르크스주의적 제안 대신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까? 아래에서 나는 해결책이 존재하며, 그것은 자본에 대한 적절한 이해를 포함한다는 걸 보여주고자 한다. 이 해결책에 체계적으로 접근하려면 먼저 사회의 삼지적 전체성에 대한 생생한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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