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인지학 은행에 대하여 - 나나 괴벨 Nana Göbel 본문
인지학 은행에 대하여
- 나나 괴벨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가봅시다. 먼저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윤리적이고 생태적인 은행, 또는 인지학 은행은 그 나라의 은행법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 은행은 아주 구체적인 목표와 뚜렷한 방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개인들이 생각하는, 펼치고자 하는 모든 이상을 실현시킬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오늘 저는 실제 어떻게 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이상적인 차원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실행되는 모습은 각 나라의 은행법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입니다. 이 은행에 대한 생각은 ‘돈은 무엇인가? 돈은 어떤 특질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제 주머니에 6달러가 있다면 저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몹시 화가 날 것입니다. 커피 한 잔에 6달러는 말도 안 되게 비싼 가격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쨌든 마실 수는 있습니다.
돈의 특질 중의 하나는 ‘구매력’입니다. 모든 사람이 돈을 가지고 구매를 합니다. 아니면 그 6달러를 발도르프학교에 기부할 수 있습니다. 그럼 그 돈을 어디에 쓸 건지에 대한 결정권은 이제 나를 떠났습니다. 나는 학교에 기부를 했기 때문에 그 결정권은 오로지 학교에 있게 됩니다. 구매를 할 때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합니다. 기부를 할 때, 나는 다른 사람의 자유의지가 무슨 행위를 할 수 있도록 가능하게 해줍니다. 이런 것을 위해서는 은행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옛날에는 예를 들어 현금을 베개 밑에 저금했습니다. 뭔가를 사기 위해선 돈이 있어야 하고, 보통은 돈을 모아야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검정색 멋진 세단을 사려면 정말 많이 모아야 합니다. 그렇게 멋지고 비싼 세단을 사고 싶은데 그렇게 많은 돈을 모아놓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하죠? 돈을 빌립니다. 친구나 아는 사람에게 빌릴 수도 있고 은행에서 빌릴 수도 있습니다.
그 빌린 돈을 가지고 나는 사는 행위를 할 수도 있고, 아니면 기부를 해서 다른 사람이 그 사람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그 빌린 돈으로 어떤 사업체를 시작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그 돈에 부여한 특질은 내가 거기에 부여한 것입니다.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돈을 빌려주는 행위가 일종의 사업, 즉 그것 자체가 하나의 장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은행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일입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우리는 이자를 물어야 됩니다. 그리고 은행은 그 이자를 통해 수입을 얻습니다. 이 상황에 대한 새로운 태도가 있습니다.
두 가지 차원이 있는데, 하나는 은행에 돈을 맡길 때 그 돈에 목적, 쓰임새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은행에 돈을 저축합니다. 저축하면서 그 사람이 ‘이 돈은 이렇게 쓰여야 돼’라고 그 돈의 쓰임새를 지정을 해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돈은 저축한 사람의 의지에 따라 쓰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은행에 저금을 하면서 이 돈은 반드시 유기농업을 하는 데 쓰여야 하며, 화학비료를 쓰는 농업 분야에 쓰여서는 안 된다고 지정합니다. 또는 우리는 석유 채굴이나 원전 개발이 아니라 태양열 에너지나 풍력 에너지 사업에 돈을 준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정말 인간적인 대접을 받으면서 교육받는 기관에 재정지원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저축하는 사람들이 은행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 은행은 자본이 아니라 사람이 주인인 은행입니다. 저축하는 사람들이 특정한 목적과 방향을 가진 분야를 윤리적으로, 생태적으로 육성하고 키우기 위해 은행에 돈을 빌려줍니다.
두 번째 차원은 이런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어떤 학교를 세우기를 원한다고 합시다. 건물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우리한테 건물 살 돈을 빌려줄 은행을 찾아야 합니다. 이윤을 만들려고 일하는 은행에서는 절대 대출해주지 않을 것입니다. 다시 돌려받을 보장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돈을 빌린다는 것에 대해 아주 좁은 이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안정된 자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 돈을 빌릴 수 있는 것이 요즘입니다. 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에 그것을 담보로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담보로 맡길 자산을 가지고 돈을 빌리는 학교는 없습니다.
그럴 때 인지학 은행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예를 들어, 학교공동체에 100명의 부모가 있는데, 이들이 이제 내가 학교를 위해 10년 동안 기부를 하겠다고 은행과 약속을 합니다. 그러면 은행은 “좋습니다. 이 정도 액수의 돈에 대해서는 앞으로 그런 식으로 갚겠다고 보증을 하셨습니다. 그걸 토대로 돈을 빌려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이 경우에는 개개인의 사람이 돈을 돌려줄 안전장치입니다. 이 은행은 은행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돈을 벌지 않습니다. 그냥 세금 내고 은행을 운영할 수 있는 돈만 나오면 되는 곳입니다.
이 은행들은 “우리는 개별 사람들의 의도에 봉사하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스스로 존재이유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내가 은행에 돈을 빌렸을 때 내는 돈, 우리가 보통 이자라고 말하는 돈은 단지 그 은행에 내는 비용이지 그 이상의 돈을 내진 않습니다. 이제 이런 식의 학교 단위가 아니라 사업체에 대해서는 망할 수 있는 위험부담이 있으므로 좀 더 복잡해집니다.
인지학 은행의 기본 개념은 누군가가 다른 사람의 자유 또는 의도, 그가 품은 뜻을 가능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이때 그 사람이 받는 이익은 무엇일까요? 그 돈이 합리적으로 쓰이는 것이 바로 그 이익이 됩니다. 여기서는 돈이 계속 불어나는 것만 좋은 것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본 시장에서 흔히 하듯 돈을 가지고 장난하지 않습니다. 돈을 가지고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을 하지 않습니다. 이게 바로 인지학 은행의 기본 방향입니다.
- 2013년, 인지학컨퍼런스, <오후-분과토론-사후세계-및-인지학-은행에-대해-강의>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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