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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청소년의 성장과 미래 - 한스 요하임 젠녹 본문

인지학/발달론과 기질론

어린이와 청소년의 성장과 미래 - 한스 요하임 젠녹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0. 1. 10. 20:16

어린이와 청소년의 성장과 미래

 

한스 요하임 젠녹

2009523과천자유학교 강연

 

 

 

왜 발도르프학교가 존재해야 할까요? 우리는 아이들을 어디로 안내하게 될까요?

우선 발도르프학교운동이 어떻게 시작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첫 번째 발도르프학교가 세워질 당시(1919) 독일을 포함한 유럽 전역은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루돌프 슈타이너는 강연을 통해서 '무엇이 정의로운 것인가? 개인이 어떻게 다른 사람과 올바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가? 경제와 부는 어떻게 나눌 수 있는가? 어떻게 식량을 생산할 것인가? 인간은 자연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 이와 같은 사회적 문제들을 제기했고, 이것이 교육과 인지학적 영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인지학적 관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오히려 공격을 했습니다. 그래서 슈타이너는 고정되지 않은 유연한 사고와 열려 있는 가슴, 이기적이지 않은 행동을 이끌어 내는 새로운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에밀 몰트라는 사업가의 부탁으로 슈투트가르트에 처음으로 발도르르프학교가 탄생되었을 때 학교에는 인지학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자녀들과 공장 노동자의 자녀들이 함께 모여 있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이들이 모두 함께 배워야 할 것들을 가르쳤습니다. 아이들에게 인지학을 가르치지는 않았습니다. 인지학은 교사와 어른들을 위해 필요한 것이지, 발도르프학교가 인지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학교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발도르프학교의 목표는 아이들이 졸업했을 때, 자아가 독립하여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유로운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다른 학교들이 "우리도 다르지 않다"고 얘기할 것입니다. 그런데 슈타이너는 인간이 자유와 더불어 다른 사람에 대한, 그리고 자연과 환경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발도르프학교의 목표는 인간이 자유와 동시에 책임을 갖는 것입니다. 그것은 외부에서 강압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의 내면의식을 통해 행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독일의 한 사회문제연구소에서 현대의 사회적 현상에 대해 미국, 유럽, 아시아 몇 개국에서 조사를 했습니다. 각각의 문화마다 차이점은 있지만 모든 인류에게 공통으로 적용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는 옛날과 다르게 외부에서 주어지는 관습이 점점 축소되고 개인의 고유한 영역은 넓어지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결국 개개인이 더욱 자유로워지고 개성이 강해지므로 공동체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연구소는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인간형에 대한 조사를 하였습니다.

연구소에서 바라보는 현대 인간의 의식 상태는 모든 것이 나를 위해 필요하고 나를 향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올바른 인간은 나뿐 아니라 내가 속한 가족이나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새로운 시대의 바람직한 인간은 내가 속한 조직의 사람들에게 책임감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예전의 인간은 자신의 성공을 위해 학교에서 배우지만, 새로운 인간은 '학교에서 배워서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예전의 사람들은 나를 위해 무엇을 가져올까를 생각하지만 새로운 인간은 내 인식을 가지고 어떻게 새로운 것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나를 위해 다른 사람을 어떻게 이용할까를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다른 사람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에 관심을 갖는 사람입니다. 예전의 인간은 내가 옳은 것을 향하므로 규칙은 지켜져야 하고 나머지는 상관없다고 생각하지만 새로운 인간은 규칙과 고유성을 견주어보고 조화를 꾀하는 사람입니다.

루돌프 슈타이너가 100년 전, 인간의 이기적인 경향으로는 이 시대의 과제를 해결할 수 없고 새로운 느낌과 행동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 연구소와 일치하는 결론입니다. 과거 사람들은 규칙을 강조하고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했지만 루돌프 슈타이너는 사고가 아주 능동적이고 유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각자의 인식에서 행위가 나와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예전에는 지침서대로 이것저것을 해야 했다면 이제는 행위하는 주체가 중요합니다. 과거의 의견을 참고하되 최선을 만들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발도르프 학교에는 ()’, 다시 말해 교장이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입니. 회의를 통해 각자의 의견을 나누고 결과를 도출해 냅니다. 사람들이 묻습니다. 이것이 쉬운 일인가하고요. 예전에는 의무라는 것이 있었지요. 이제는 사랑을 통해 스스로 행위가 일어나야 합니다. 단지 학교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체 삶 속에서 필요한 일일 것입니다. 물론 어렵고 힘든 과제입니다. 개인의 고유성이 강조되면 공동체와는 갈등이 생기기 쉽습니다. 이기주의가 강화되는 경향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또 한 가지는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개인의 고유성을 잘 견지해 나갈 수 있는가의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고유성의 성장 경로에서 혼자 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인내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프랑스 어느 기관에서는 5살에서 15살 어린이들의 절반 정도가 치유센터에 가야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독일도 아비투어를 통과할 때까지 엄청난 과외수업이 필요한 상황인데 새로 입학한 1학년 30명 중 10명의 아이들이 집중력이 결여된 아이들이고 좀 더 정확하게 관찰해 보면 나이에 걸맞는 정상적인 수준은 한 반에서 고작 5~6명 정도입니다. 아이들의 문제행동들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두려움, 집착(중독)으로 나타나는데 나이별로 두드러지는 경향이 다릅니다. 0-7세에는 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으로, 7-14세는 두려움으로, 14-21세는 집착과 중독으로 나타납니다.

독일에서도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입니다. 많은 사람이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고 문제 제기를 하지만 사람들은 특별한 해결책 없이 약과 치료방법을 연구합니다. 발생하는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 없이 약물 치료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큽니다. 그런데 주의력 결핍 아이들에게 약(리탈린)을 계속 투여하면 개인의 성향이 바뀌게 됩니다. 제가 사는 곳 근처 학교에 16살 아이가 6시간 동안 총을 들고 다니며 14명의 아이들과 교사들에게 총기난사를 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이것은 아무 감각도, 도덕적 책임감도 없고 정신이상 혹은 환각상태에서 나온 행위였습니다. 이 아이는 약을 복용한 상태였을 거라고 추측합니다.

우리는 사회로 나가는 아이가 마음속에는 사랑이 가득하고, 자유로운 행동을 하며, 책임감 있는 존재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인지학 관점에서 바라본 어린이와 청소년 발달의 특징>


   신체(Leib)의 발달     영혼(Seele)의 발달   정신(Geist)의 발달
  <---------------> <---------------> <--------------->
   0                     7                   14                   21
                        
      주의력 결핍             두려움               집착, 중독

 

 

영유아기


첫 번째 7년 주기는 신체가 발달하고 의지가 부각되는 시기입니다. 의지는 놀이의 과정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이는 놀이를 통해 모든 것을 얻습니다. 이 시기의 신체 발달과 감각의 발달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감각기관은 모태에서부터 형성되어 나오지만 다듬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인지학에서 12감각은 다른 말로 하면 세상을 향한 12개의 문이라고 합니다. 태아는 12개의 문을 동시에 다 열 수 없고 성장하면서 열어갑니다. 아이들은 이 12개의 문을 통해 드러나지 않은 이 세상의 영혼 상태를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세대의 경우 어렸을 때 자연을 많이 접하고 실제적인 상황이나 사물에 연결되어 살았습니다. 냄새 맡고 듣고 보고, 새소리, 바람소리, 이 모든 것이 실제였습니다. 12감각이 동시에 자극되고 연결되어 활동했습니다. 바람은 피부로 느낄 수도 있고 들을 수도 있었습니다. 꽃향기도 바람을 통해 맡을 수 있고 바닷가에서는 짠맛을 냄새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종합적인 감각체험입니다.


어린 아이일수록 알고자 하면 만지고 입에 대봅니다. 만약 어린아이가 잡아 보지도 쓰러트려 보지도 못하면 그것을 경험할 수 없습니다. 0~7세 아이들은 다양한 놀이를 통해 감각으로 배웁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놀기만 한다고 일찍 교육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감각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이지, 청소년들처럼 생각을 통해 배우지 않습니다. 감각을 통해 배울 때는 모방을 합니다.


컴퓨터나 TV 앞에 어떤 아이가 있습니다. 자연이 모사되어 있습니다. 좋은 프로그램압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떤 일이 생길까요? 그 아이는 한두 가지의 감각만 사용하고(시각과 균형감각...) 보여지는 것들은 인위적인 것들입니다. 감각은 뇌와 연결되어 있고 그 뇌는 전 생애를 통해 발달이 되는 것인데, 이런 교육 방식은 감각을 손상시킵니다. 자판을 치는 손가락으로는 뇌의 지적 기능을 제한적으로 발달시킬 수 있을 뿐입니다. 균형감각이나 소근육이 발달되지 못한 아이들이 많습니다. 아이들 내면에 힘이 있는데 그 힘이 세상과 소통되지 못하면 주의력 결핍장애나 과잉행동을 보이게 됩니다. 인간의 뇌는 점점 빈약해지고 잠을 자는 상태, 의식이 없는 상태가 됩니다. 깨어나는 것이 필요합니다. 주의력 결핍장애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으로 얘기합니다. “나의 영혼에 필요한 양식을 주세요. 감각의 발달에 필요한 양분을 주세요.”  말씀드렸듯이 정상적으로 보이는 5~6명의 아이들은 발도르프유치원을 다녔던 아이들입니다.

 

아동기

7~14세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영혼의 도구는 가슴(느낌)입니다. 두려움과 공포는 영혼의 활동이 강조되는 이 시기에 생깁니다. 아이들은 낯선 상황을 만나면 움츠러들고 마음의 문을 닫습니다. 잠을 자기 전에 두려움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자기를 거부하거나 조롱받을 때 두려움과 공포가 생깁니다. 학교에 처음 들어오면 이야기로 영혼을 어루만져 줍니다. 2학년이 되면 우화와 성인 이야기로 잘못된 판단을 교정하고 최선의 도덕성을 경험합니다. 3학년에는 수공업이나 농사짓기 수업으로 세상의 의식주를 받아들입니다. 4~5학년은 동네학을 통해 내가 살고 있는 곳을 경험하고 지역을 넓혀 대륙까지 나가 고유의 전통문화나 다른 문화를 배웁니다. 역사를 통해서는 이 시대가 어떻게 흘러갔는가를 배웁니다. 영혼의 상태는 점차 넓어지고 인식을 위한 기반이 생깁니다.


어떤 아이들이라도 두려움이나 공포를 만납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냥 성장 과정 중 하나의 위기인가, 병리적 현상인가를 구분해 내야 합니다. 어떤 아이들은 낯선 곳에서 잠자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점차적으로 나이에 맞게 경험할 수 있도록 안내하면서 극복하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세상은 두려운 세상이 아니라 배울 만한 세상입니다.

 

청소년기


14~21세의 집착과 중독은 앞의 시기에도 올 수 있지만 사고의 힘이 요구되는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많이 오는 상황입니다. 사고는 무엇을 이해하는 데 필요합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자기에게 의미가 있는 것들을 이해하고자 합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를 알아채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이 세상에 이상적인 삶의 의미를 경험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이 시기는 모델링이 필요합니다. 옛 세대는 공동체 안에서 앞서 나가는 사람이 이런 역할을 했지만 오늘날에는 이상을 전해줄 만한 내용이 없는, 예를 들어 팝스타(비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가 모델의 대상이 됩니다. 고유한 자신의 이상을 향해 나갈 수 있는 긍정적 모델이 필요합니다.

 

이 시기는 큰 변화를 겪는 시기이며 남녀 구별이 뚜렷해지고 사춘기를 겪으며 성정체성에 대해 풀어야 할 과제가 생깁니다. 내가 어떻게 세상에 왔는가? , 가정에서도 관계에 어려움이 생기는데 어른은 뭔가 답을 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스스로 답을 내기를 원합니다. 상급과정에서는 사려깊은 행동 속에서 사고를 분명히 하고 사고를 통해 세상을 알고 자존감, 자기 확신을 찾을 수 있게끔 도와줍니다. 사고는 수학적, 물리적 법칙을 공부하면서 세상에 굳건히 설 수 있도록 준비하게 합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이 확신을 못 가지면 혼자 서기보다는 의지할 만한 다른 것을 찾게 됩니다. 독일에서 집착(Sucht)이라는 단어는 찾는다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주의력 결핍, 두려움, 집착(중독)을 걷어내는 작업을 하면 졸업 시기의 아이들은 자유롭고 자심감과 책임감을 갖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발도르프 학교의 100년 역사 속에서 학령기 아이들이 배우는 과정은 첫 학교가 세워졌을 때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교육과정은 미래를 위한 것입니다. 아이들이 성장 과정에서 규칙성, 법칙성을 배우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더불어 자기 고유성과 책임감을 지닌 인간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현대적인 발도르프학교의 목표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려운 과제를 함께 안게 되었습니다. 용기 잃지 마시고 이 내용들을 기억하면서 힘을 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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