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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발도르프교육에서 바라보는 중학교 시기의 발달특성 본문

인지학/발달론과 기질론

발도르프교육에서 바라보는 중학교 시기의 발달특성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9. 12. 24. 06:28

발도르프교육에서 바라보는 중학교 시기의 발달특성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사춘기의 아이들은 지상의 삶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춘기를 생물학적으로 한정해서 본다면 성적 기관의 성숙이겠지만, 이차성징 이후에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더 성숙해야 합니다. 성적으로 성숙했다고 해서 성인이 된 것은 아닙니다. 이차성징의 완성은 세 번째 7년 주기가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와 같습니다. 청소년기는 자기만의 독립적 감정생활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시기를 뜻합니다.

 

몸은 성인과 비슷해졌다고 해도 마음은 미숙한 상태인 청소년기의 자아는 아직 세상을 직접 대면할 만큼 성숙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신체적 변화를 낯설어 하며 자기 몸에 대해 이질감을 갖기도 합니다. ‘이런 몸으로 세상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지?’라는 질문이 듭니다. 심지어 걸어 다니는 것조차도 갑자기 문제가 됩니다. ‘발을 어떻게 디뎌야 하나?’, ‘걸음 너비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현상은 정신적 삶이 내면에 생겨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동물의 경우에는 신체적인 성숙기와 성년 사이에 청소년기라는 중간 단계가 없습니다. 오직 자아를 가진 인간만이 되어 가는시기로서 청소년기가 있으며, 섬세하지만 불안정하고 심지어 위험해 보이기까지 하는 발달단계를 겪는 것입니다. 온전한 인간으로서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입니다. 슈타이너는 이 시기를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시공간과 무관한 정신적인 요소가 깨어난다. 내적 세계가 눈을 뜨는 것이다. 그것은 바깥 세계를 향해 격렬하게 돌진한다. 몸에 리듬을 부여하던 힘이 성적 성숙과 함께 고삐가 풀리고, 그 힘은 이제 청소년을 이상주의에 이끌리게 한다. 청소년들은 자신의 내적 본성을 바깥 세상에 투영한다. 이 시기의 젊은이는 자신이 이제껏 살아온 세상과 지금 눈앞에 열린 세계가 전혀 다르다고 느낀다. 솟아 넘치는 욕망은 끝없는 저항에 굴하지 않고 맞선다.”

 

아이들의 감정생활은 독립했지만 사고의 측면에서는 독립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한 개인으로서의 자아 정체성과 책임감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개인의 내적인 삶은 판단력을 형성하는 능력에 의해 독립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 아이들에게는 교육에서 세계의 객관적인 법칙들을 경험하고 자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진정한 판단이란 오직 현상의 참된 본질을 인식하는 것에 기초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또한 감정적으로 좋지 않게 느껴지더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 때 그 토대가 마련됩니다. 올바른 판단은 개인이 자기 행동에 따른 책임을 질 수 있을 때 가능합니다. 청소년기 동안 아이들의 내적인 모든 힘과 집중력은 주위의 관계를 향하게 됩니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아 정체성을 찾는 것은 청소년기의 핵심적인 과제입니다. 이 시기에 아이들의 지적 발달은 최고조에 달합니다. 지적인 능력이 가장 발달하는 시기인 동시에 정체성을 찾는 시기이므로 내적 모순이 생길 수 있습니다. 머리로는 아는 게 많아지지만 인간관계 속에서 실제 행위나 태도는 미숙하고 어색하며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합니다.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들의 경우 자아 정체성을 찾기보다 이 과제에서 달아나고 회피하려 할 것입니다. 그래서 허구적인 자아 정체성을 갖거나 주변 환경에 피상적으로 대처하게 됩니다. 누구든 이 시기를 제대로 거쳐야 비로소 21세에 자아의 탄생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1) 13: 중학교 1학년

 

13세의 아이들은 크게 두 가지의 모순된 특성을 갖습니다. 하나는 외향적으로 활동적인 성향이고, 다른 하나는 심리적으로 내향적인 상태인데 이 둘은 뒤섞여 있습니다. 세상의 현상들에 대해 명확히 알고 싶은 강렬한 욕구와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자기 성찰과 반성의 자극이 뒤섞여 나타납니다. 또한 성적인 정체성과 신체적인 변화는 더욱 뚜렷해집니다.

 

이때는 신체적 변화가 심리적 발달을 다소 앞서는 경향이 있습니다. 독립의 욕구와 고독한 느낌, 그리고 동경심이 생겨나고, 알 수 없는 불안과 감정적 민감함으로 인해 스스로 당혹스러워하기도 합니다. 때때로 일어나는 내적 에너지의 폭발과 사회적으로 많은 경험을 하고자 하는 욕구는 무기력과 답답함 등 억압된 내면을 벗어나려는 모습입니다. 아직 어른은 아니지만 더 이상 어린아이도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가 낯설 수밖에 없습니다.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가 지속되면서 아이들은 돌파구를 찾고자 합니다.

 

일반적으로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은 이 시기의 도전을 대면하는 방식에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남자아이들이 좀 더 외향적인 활동에 몰두하고 내면을 억누른다면, 여자아이들은 내적인 자기 세계에 집중하고 외부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편입니다. 교육과정에서는 아이들의 그러한 욕구, 즉 외부 세계로의 탐험과 내적인 여행을 반영해야 합니다. 탐험의 여정을 담은 역사, 정서와 문체에 중점을 둔 문학, 연소를 다루는 화학과 물체의 운동을 다루는 역학, 그리고 영양학과 위생학 등이 중요하게 제시되는 주제입니다.

 

이 시기에 교사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전망을 제시해야 합니다. 특히 아이들의 관심을 세상으로 이끌어 줌으로써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추상적이고 논리적인 세계의 특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주관적으로 받아들였던 태도와 사고는 도전받아야 하며, 다른 사람은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의 관점을 공식화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교사는 차츰 아이들의 개인적인 판단력에 호소하고, 아이들이 교실의 공동체 관계에서 사회적인 책임감을 훈련하도록 이끌어 갑니다. 한 명 한 명이 세계시민이자, 사회적 책임을 갖는 개인임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14: 중학교 2학년

 

14세의 아이들은 이제 사춘기의 절정에 접어듭니다. 몸과 마음에 많은 변화가 있는데, 신체적으로는 이전의 12~13세 시기보다 더 튼튼해 보이고 키도 급격히 자랍니다. 성적인 발달도 뚜렷해집니다. 이 시기에는 관념의 세계가 아이들에게 큰 의미를 갖게 되며, 비판적인 능력이 눈에 띄게 날카로워집니다. 기존의 틀과 규칙에 대해 의문을 갖고 저항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비판적 경향에 균형을 주는 것은 아이들 내면에 자라나는 합리적 이성입니다.

 

아이들의 감정생활은 독립적으로 변하며, 뒤따르는 감정적인 혼란이 교사와 부모에게 중대한 도전이 됩니다. 아이들의 감정은 수시로 변하고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여자아이들이 단짝들과 삶에서 받게 되는 감정 그리고 사회적이고 개인적인 면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반면, 남자아이들은 그에 비해 아직 성숙하지 못한 모습입니다.

 

남자아이들은 말이 없고 감정적으로 거칠어 보이기도 합니다. 심하면 건방지거나 음울한 경향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는 변성기의 영향이 큰데, 목소리가 쉬고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면서 사회적 의사소통의 주요 기관이 깨지게 된 것입니다. 흔히 이로 인해 생겨나는 마음의 불안정이 과소평가되곤 합니다.

 

그러한 겉모습과 무관하게 남녀 아이들 모두 예민한 마음과 연약한 심성, 중력과 부조화를 이루는 팔다리로 인해 이 시기에는 전혀 새롭고 알 수 없는 전망 앞에 멈추어 있게 됩니다. 학년 말이 되면 아이들은 이미 새로운 권위와 역할의 모델을 찾고 있을 것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분투하는 윤리적 개인으로서, 그동안 배운 모든 것을 자기 안으로 가지고 와서 새롭게 정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발도르프 학교에서 제안되는 8학년의 1년간의 독립적인 연구 프로젝트는 아이들을 한 극점으로 데려가 줍니다. 한 해 동안 한 주제를 연구하고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과정을 통해 앞으로 배우게 될 높은 수준의 학문적 지식 탐구를 준비하게 됩니다. 동시에 학급의 모든 학생이 참여하는 연극을 통해 아이들은 감정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과 다른 친구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3) 15: 중학교 3학년

 

15세가 된 아이는 이제 본격적으로 청소년기에 발을 들여놓게 됩니다. 청소년기는 자아의식과 세계의식이 함께 출현하게 됨을 의미합니다. 이제 아이들은 자신의 고유한 세계를 갖기 시작하며, 자신이 만나는 모든 것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고 참여하고자 합니다. 현대사회의 놀라운 기술적 성과인 컴퓨터와 스마트폰, 영화, 자동차 등은 아이들을 감탄과 놀라움으로 사로잡습니다. 아이들은 점차 세상에 직면하는 모든 것과 개인적인 관계를 경험하게 되고, 이제 각자의 새로운 개별성이 태어나게 됩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교사와 부모로부터 새로운 방식으로 인정받기를 기대합니다. 아동기와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이 인도되기를 원합니다. 모든 것은 아주 개별적인 방식으로 일어나야 하며, 아이들은 스스로를 새롭게 발견하고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청소년기에 막 들어선 아이들을 예전처럼 어린아이로 대하거나, 아니면 다 큰 어른으로 대하는 방식은 현명하지 못한 접근입니다.

 

이제 교실은 새로운 학급 형태로 발전해야 하고, 그럼에도 교사는 역시 계속해서 주도적으로 아이들을 이끌어야 합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쉽게 산만해지고 쉽게 좌절하며 쉽게 혼란을 느낍니다. 교사는 아이들이 세상에 대해 건강하게 가치를 평가하고 분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이것은 아주 섬세한 작업입니다.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아이들의 독립된 감정과 개성이 어떤 일로 상처받게 된다면 아이들은 반항하고 무례하게 굴 것입니다. 이때 교사는 여유를 갖고 항상 적당한 양의 유머를 구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시기의 교육과정은 아이들의 중대한 발달상의 변화와 노력들이 민감하게 반영되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육체라는 물질성 속으로 돌진하는 강렬한 경험을 하게 되고, 동시에 추상적인 사고의 비물질성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양극성의 경향에는 긴장이 자리 잡게 되는데, 종종 긴장감 속에서 발버둥치는 것이 기존 질서에 대한 반항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내적 경험을 위해 외부 현상들에 자신을 반영합니다. 따라서 물리학에서 아이들은 엔진에 대해 공부하면서 가열과 냉각의 양극성을 배우고, 화학에서는 기체의 팽창과 수축을 배웁니다. 역사에서는 이상을 향한 세계 곳곳의 투쟁과 혁명을 다룹니다.

 

이러한 혼돈과 투쟁의 긴장을 통해서 아이들은 정확히 관찰하는 힘을 키워야 합니다. 과학에서는 실험을 하며 일어난 일에 대해 정밀하게 묘사하고 이론적인 설명 없이도 논증할 수 있게 합니다. 문학에서는 세부적인 것들에 주의를 집중함으로써 등장인물의 본성을 잊지 않고 사건들의 결과를 명확히 열거하게 합니다. 여기에서의 목표는 아이들이 관찰하는 힘을 연습하고, 주위 현상들의 맹렬한 작용 속에서 숙고를 통해 스스로 사고를 안정화시키는 것입니다. 깨어 있는 지각의 힘은 이후의 공부를 위한 토대를 형성할 것입니다.

 

 

 

- 김훈태, <교사를 위한 인간학 - 발도르프 교육의 인간 이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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