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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인지학에서 바라본 사춘기 (1) - 리타 테일러 본문

인지학/발달론과 기질론

인지학에서 바라본 사춘기 (1) - 리타 테일러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8. 11. 2. 06:53

인지학에서 바라본 사춘기


리타 테일러



사춘기는 인간의 생에서 가장 귀중한 시간 중 하나입니다. 아주 많은 것이 변하고 아주 많은 것이 위험하고 약한 시기로 또 많은 것이 태어납니다. 부모와 교사들에게 사춘기 아이들은 두 가지 중요한 것을 가르쳐줍니다. 하나는 놓는 연습을 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아이를 손에 쥐고 놓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 부모들의 마음이기 때문에 그 소중한 아이를 내려놓고, 그들과의 관계를 좀 더 유연하고 움직일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의 사춘기는 우리가 정말 사랑하는 것을 내려놓는 연습을 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그 아이들이 가르치는 것은 조건 없이 사랑하는 것입니다. 아기들은 아무런 조건 없이도 사랑하기가 쉽습니다. 사춘기 아이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조건 없는 사랑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 그토록 사랑했던 그 사랑스럽고 예쁜 아이가 아닙니다. 무례하고 예측할 수 없고 반항적입니다. 이 두 가지, 조건 없는 사랑과 내려놓는 힘은 사춘기 아이들이 우리에게 주는 두 가지 선물입니다. 그래서 사춘기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서 시를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자신의 어린시기가 사라져가는 것을 보며 쓴 10세 아이의 시를 들려주고자 합니다



열 살이 된다는 것


빌리 콜린스


그 생각을 하면 나는 온통

밑으로 떨어져 버리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배 아플 때보다 더 기분 나쁘고

흐릿한 불빛 아래서 책을 읽다가 생기는 두통보다

더 싫은 뭔가와 함께 -

그건 정신의 홍역,

영혼의 수두 같은 것.


회상이란 걸 하기엔 제가 아직 너무 어리다고 하셨죠.

하지만 그건 당신이 잊었기 때문이에요.

한 살 때의 완벽한 단순함과

두 살이 되며 알게 된 아름다운 복잡성을.


난 이불에 누워 하나하나 떠올려볼 수 있어요.

네 살 때 난 아라비아의 마법사였죠.

우유 한 잔을 특별한 방법으로 마시면

투명 인간이 될 수도 있었답니다.

일곱 살 때 난 군인이었고, 아홉 살에는 왕자였어요.


하지만 지금 나는 하염없이 창가에서

늦은 오후의 햇살을 바라만 봅니다.

그 전에는 석양빛이 이토록 무겁게

나무 위 놀이집 옆을 내려간 적이 없었는데,

내 자전거가 오늘처럼

파아란 속도를 모두 잃은 채

차고 옆에 그저 세워져 있던 적도 없었는데.


이제 슬픔이 시작되는 거야, 혼잣말하며

난 운동화를 신고 세상을 헤매입니다.

지금은 상상 속 친구들에게 작별을 고해야 할 때,

두 자리 숫자 나이로 넘어가야 할 때.


내 살갗 안쪽으론 온통 환한 빛밖에 없다고,

당신이 날 벤다면 빛이 뿜어져 나올 거라고 믿던

그때가 바로 어제인 듯한데,

이제 인생의 길을 걷다 넘어지면

무릎이 까집니다, 붉은 피를 흘립니다.



여러분 가운데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볼 때, 찬란했던 어린 시절의 마법이 끝나고 어른시기가 시작되는 것이 기억나는 분이 있나요? 사춘기 아이들이 도대체 어떤 존재인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그 시기를 어떻게 건넜는지, 아동기에서 사춘기로 지내는 시기에 내가 도대체 어땠는지 기억해 보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저는 스위스에서 태어나서 자라다가 11살 때 완전히 낯선 캐나다로 이사를 갔습니다. 새로운 현실이 눈앞에 펼쳐진 거죠. 빌리 콜린스의 이 시는 어린 시절의 꿈에서 갑자기 현실세계로 추락하는 느낌을 잘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슬픔과 외로움의 느낌이 들어 있지요. 이 시는 서양 아이들, 만 나이로 10세 아이의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어요. 초기 사춘기 혹은 사춘기 직전 시기의 아이들입니다


이 아이는 자기 어린 시절의 상실을 풍요로운 상상력의 상실로 느끼고 있습니다. 그 순수함의 상실에 대한 비통함, 애도가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자기 의식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빛은 사라졌고 새로운 무언가가 태어나려고 합니다. 그 다음에 오는 것은 첫 번째 사춘기 단계인 11세부터 12세로, 이 시기에는 사고가 좀 더 추상적이고 개념적으로 변합니다. 이제 아이들은 새로운 종류의 사고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까 자기 방식으로 스스로의 생각을 떠올릴 수 있는 힘이 이 시기에 시작됩니다. 이러한 사고의 탄생과 함께 강한 내면 세계가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자기 중심적이고, 자기 안으로 몰두하는 시기가 됩니다


이때부터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좀 더 명확하게 볼 수 있습니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남자아이들은 자기 안으로 들어가면서 내성적으로 변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여자아이들은 반대지요. 바깥으로 나가고 외향적이고 좀 더 말을 많이 합니다. 이건 일반적인 경향을 이야기하는 것이라 예외는 항상 있습니다


사춘기 시기에 이르면 인간관계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이때까지는 부모님과의 심리적인 관계가 더 가까웠다면 이제부터는 또래 아이들과의 관계가 좀 더 강해집니다. 여자아이들과 남자아이들은 관계맺기 방식이 다릅니다.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릅니다. 어떤 아이들은 서로를 도발하기도 합니다. 여기 가서 이 말, 저기 가서 저 말을 하며 이간질하기 시작하고, 다른 아이들을 경멸하고 못살게 굽니다


여자아이들은 자기가 다른 사람을 누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숨기려고 합니다. 나서서 누르지 않고 돌려서 하는 반면, 남자아이들은 직접적으로 하지요. 그래서 이때 아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자기에 대한 정의와 관계 있습니다. 공정하고 싶어 해요. 그리고 진실하지 않은 어른, 가식적인 어른, 허위에 가득 찬 어른들을 정말 싫어합니다. 일관성을 원하는 것입니다. 이시기 남자아이들의 자존감은 행동에 있습니다. 그런데 여자아이들의 자존감은 그 중심에 관계가 있습니다


이제 사춘기 때 겉으로 드러나는 특성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사춘기라는 단어 'puberty'는 라틴어로 털이 자란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큰 신호입니다. 팔다리, 손발, 키가 갑자기 부쩍부쩍 자라기 시작합니다. 여자아이들도 변성기가 되면서 목소리가 낮아지는데 남자아이들은 한 옥타브가 내려갑니다. 중간에 듣기 싫은 소리가 나는 때가 있지요. 본인들에게 그 상황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요. 신체의 무게 중심도 내려갑니다. 이때 남자아이들이 굉장히 어설프고 어기적거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자아이들은 몸의 굴곡이 생기기 시작하지요. 가슴, 허리가 둥글둥글해지고, 혈압도 올라갑니다. 흥미롭게도 심장이 무거워집니다. 크기가 커지는 게 아니라 무게가 무거워집니다


온갖 호르몬들이 분비되기 시작하지요. 영어에서는 사춘기를 "분노의 호르몬, 호르몬이 분출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합니다. 호르몬이라는 말도 그리스어에서 왔는데 "흥분하다"라는 뜻입니다. 이때 남자아이들은 몸이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다고 느낍니다. 뼈가 자라는 거예요. 그래서 이때 아이들이 7, 8학년쯤 되면 엄청나게 잠을 잡니다. 잠을 잘 때 근육이 느슨해지고, 그 속에서 뼈가 더 쉽게 자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감정적인, 신체적인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이 아이들에게 운동, 춤추기, 연극 같이 몸을 쓰는 활동을 많이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 얼마나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지 여러분도 그림을 그려볼 수 있고, 아이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2013 9 28일 강연

통역 : 하주현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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