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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인지학에서 바라본 사춘기 (2) - 리타 테일러 본문

인지학/발달론과 기질론

인지학에서 바라본 사춘기 (2) - 리타 테일러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8. 11. 6. 10:46

그리고 요즘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서도 짚어보겠습니다. 요즘은 사춘기가 과거보다 훨씬 빨리 시작합니다. <형식과 자유사이>의 저자인 베티 스텔리(Batty Staley) 선생님이 쓰신 <사춘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분은 상급교사로 오래 재직하셨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그 책을 쓰셨습니다. 여기에서는 오늘날 아이들이 여덟 살부터 열두 살까지 천천히 발달하는 게 아니라 압축된 발달을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아동기가 이 시기에 너무 빨리 중단된다는 겁니다


게다가 우리는 소비중심의 사회, 물질주의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장사꾼들은 이 시기를 트윈스라고 이야기합니다. 아동기와 사춘기의 중간시기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아주 영리하게 이 나이대 아이들을 공략합니다. 비디오, 텔레비전, 광고 뭐든 이 나이대의 아이들을 공략합니다. 더 어린아이들도 뭔가 물건에 중독되게 만듭니다. 장난감, 과자 같은 것들에 말입니다


이런 흐름의 영향으로 아직 신체적으로 성숙하지도 않은 아이들이 어른들의 옷을 입고 보여주려고 하고, 자랑하려고 하는 현상들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십대 아이들에게는 갭(gap, 격차, 공백)이 있습니다. 어떤 갭인가 하면 신체적인 성장과 심리적, 정서적 성장 간의 간극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신체적 성숙보다 정서적인 성숙이 뒤쳐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때 아이들은 온전하게 성장되지 않은 시기, 굉장히 다치기 쉬운 시기에 쉽게 좌지우지 될 수 있는 상태, 즉 비디오, 또래문화, 대중문화들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이 시기에 마약, , 섹스 이런 것에 너무 일찍, 점점 더 일찍 손을 대기 시작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미디어는 성적인 어필(appeal)에 대해서 굉장히 강조하고 끊임없이 이야기합니다. 그런 영향이 이 민감한 시기의 아이들에게 굉장히 많은 해를 끼칩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이제 호르몬이 변화하면서 행동에서 뭔가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은 호르몬에 의해 자기 몸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변화들에 대해 굉장히 불안해합니다. 자기 몸이 변하는 것을 보면서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그러기 때문에 누가 조금만 뭐라 해도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옛날보다 몸놀림이 둔하고, 서투르며 (뭔가를)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사춘기 후반으로 가면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의 영향으로 남자아이들은 굉장히 위험한 경계까지 가는 활동이나 도전을 마구 찾아다니기 시작합니다. 여자아이들은 훨씬 더 자기에 집중합니다. 물론 이 아이들은 부모가 간섭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그리고 공상을 합니다. 내가 어른이 되면, 자유로워지면, 이런 사람하고 이런 연애를 하면... 모두 이 시기에 그랬던 것이 기억나시나요? 그런데 이 아이들이 자라면서 자기들이 보는 세상에 대해 점점 실망을 합니다. 그래서 세상에 대해 냉소적이고 비판적이고, 부정적으로 반응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느끼는 분노, 세상이 완전하지 않음에 대한 분노를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르게 때문에 전혀 맥락에 맞지 않은 것에서 갑자기 분출하기도 합니다


(분노가 내면을 향하면) 죽음에 대한 소망, 동경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저의 열여섯 살을 떠올려보면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자살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깊이 가지는 않았지만요. 하지만 청소년들은 실제로 자살을 하기도 합니다. (어느 사회든) 청소년들의 자살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열여섯, 열일곱쯤 되면 이를 어느 정도 극복합니다. 이제 좀 더 자기 자신을 잘 볼 수 있게 됩니다.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자기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습니다. 열아홉, 스물이 되면 자기 삶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좀 더 잘 이해하고 느끼게 됩니다


인지학적인 관점에서 여기에 몇 마디 덧붙인다면, 슈타이너는 사춘기를 '지구적인 성숙'이라고 했습니다. 단지 성적으로 몸이 완전히 성숙한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온전한 지구인으로 살 수 있을 만큼의 성숙을 말합니다. 육화의 과정이 마무리되어 간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제 젊은이들은 완전히 지상에 착륙을 합니다. (더 좋은 것을 위해? 아니면 더 나쁜 것을 위해?) 인지학에서는 사춘기에 아스트랄체가 태어난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0세 때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는 것은 물질체의 탄생이고, 7세에는 아이 고유의 에테르체가, 14세에는 자기만의 아스트랄체가 탄생을 합니다. 탄생했다는 말을 다른 말로 한다면 과거로부터 떨어져서 독립된 개체로서의 삶을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제 아이들은 자기의 고유한 아스트랄적인 힘을 쌓아가기 시작하는데 주변, 특히 부모의 영향이 그 속으로 들어오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이때 이미 자아체의 희미한 징조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아직은 자아가 약해서 아스트랄체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만큼 강하지는 않습니다. 몹시 질풍노도의 시기입니다. 아스트랄체가 양극의 긴장 사이에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도 모르게 기분이 막 업되었다가 다운되었다가, 이렇게 행동했다가 저렇게 행동했다가 도대체 예측할 수도 없고 자신도 모르는 시기입니다


이때 아이들이 느끼는 양극의 힘, 너무나 다른 힘 속에서 자기들이 왔다 갔다하는 것을 느끼는데, 그 중 하나가 이상과 성적 욕구(밑에서 잡아당기는) 사이의 긴장입니다. 이상에 대해서는 뒤에 더 이야기할 것입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사춘기 아이들은 자기만의 개성을 만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유전, 부모와 주변의 영향들로부터 독립된 자기만의 개성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가족이라든지 외부세상과 떨어진, 자기만의 내면세계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자기만의 내면세계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사춘기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입니다


이 시기 전까지는 기질의 영향이 굉장히 강했다는 것을 아시지요. 기질(기력과 체질)은 물질체와 에테르체에 밀접한 특성입니다. 그런데 이제 사춘기가 되면서 아이들은 외부세상에 대해 내면의 힘, 자기 영혼의 힘을 갖고 관계를 맺기 시작합니다. 이 영혼의 힘은 이미 자아의 힘과 관계된 것입니다. 따라서 사춘기에 태어난 영혼의 힘은 기질과는 다릅니다. 아스트랄적인 힘과 영혼적인 힘은 비슷한 용어로 쓰이는데요, 이미 자아의 힘과 관계가 되어 있기 때문에 이때 아이들에게서 아스트랄적 힘이 발현된다는 것은 아이들이 자신의 고차적 자아를 만날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는 뜻이고, 고차적 자아를 만나는 시기는 보통 20, 21세 경에 일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사춘기 아이들을 이해할 때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아이들의 행위와 보여주는 힘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서 오는 힘을 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춘기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래에서 오는 자아의 힘에 영향을 받는 그런 아이들의 모습으로서 봐주어야 합니다. 아주 미운짓을 골라서 하고, 정말 말 안듣고 그런 사춘기 아이들을 볼 때 이 아이들이 미래에서 오는 자아의 상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본다면 아이들의 본모습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슈타이너가 아주 흥미로운 지적을 했던 강연이 있습니다. 아스트랄적인 힘이 사춘기 때 풀려나면 아이들은 외부의 세상을 흡수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발도르프 상급 교육과정은 이러한 관점을 토대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의 깨어난 아스트랄이 세상을 탐험하고 받아들이는 데 쓸 수 있도록 교육과정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상급 교육과정을 통해 교육을 받으면서 자기 안으로 몰입하는 데에서 빠져나와 세상의 자연, 사회, 사람들에게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을 관찰하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세상의 신비를 보고, 대답할 수 있도록, 세상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스스로 답하는 것을 통해 '내가 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지요.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어라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깨어나는 아스트랄적 힘이 세상을 향해 잘 깨어나지 못하면 되레 악화되어서 권력과 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게 됩니다. 이 힘이 변질되면 권력에 대한 쾌락적 추구를 발달시키게 됩니다. 그리고 성에 대한 지나친 자극, 그쪽에 대한 자극을 찾아다니는 것과 같은 형태가 됩니다. 사람들은 사춘기면 의례히 그렇다고, 동물들처럼 서열을 정하는 것이고, 깨어났으니까 당연히 예뻐 보이려는 거라고 합니다. 이건 당연한 현상이 아니라 무언가가 결핍되었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사춘기에게 주어야 하는 이상이 없기 때문이고, 올바른 교육이 없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교육을 통해 진실을 추구하는 마음으로 자기가 스스로 세상을 알아가는 힘을 갖습니다. 아이들은 타락하지 않기 위해 이 힘이 필요합니다


사춘기 아이들한테 이런 식의 모습이 나타나게 되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뭐가 부족한지, 우리가 충분히 주지 못한 것이 무엇이지 생각해야 합니다. 왜냐면 사춘기의 본성은 성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는 오히려 이상적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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