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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학의 수행법 - '인식의 좁은 길' 중에서 본문

인지학

인지학의 수행법 - '인식의 좁은 길' 중에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2. 4. 27. 17:31

인지학의 수행법

- '인식의 좁은 길' 중에서


지금까지 살아 온 인생경험에서 얻는 판단의 기준만으로 현실을 상대하는 사람은 그 판단 때문에 현실이 그에게 던지는 은밀한 작용에 문을 닫아 버린다. 배우는 자는 어떤 순간에도 이질적인 세계를 받아들일 수 있는, 완전히 텅 빈 그릇이 되어야 한다. 나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판단이나 비판을 모두 잠재우는 순간만이 인식의 순간이다.

어떤 사람과 만났을 때, 그 사람보다 내가 더 현명한가 아닌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예의 모르는 어린아이라도 위대한 현자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현자가 아무리 그의 현명함으로 어린아이를 비판한다 하더라도, 그 비판으로 인하여 그 현명함은 흐려져 어린아이가 그에게 열어 줄 진실을 가려 버린다.

자신과는 다른 세계가 보여 주는 것에 내적으로 몰두해야 한다. 자신이 이러한 몰두를 어디까지 실천할 수 있는지 시도해 본다면 틀림없이 놀라운 발견을 할 것이다. 인식의 좁은 길을 걸으려 하는 사람은 어떤 순간에도 편견을 지워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을 버렸을 때만, 다른 것이 그의 내부로 흘러들어 온다. 자신을 무로 하고 대상에 몰두하는 순간, 모든 방향에서 인간을 감싸고 있는 고차적 정신적 실재가 흘러들어 온다.

우리는 혼자 힘으로 의식적으로 이런 능력을 기를 수 있다. 가령 주위 사람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지 않는 시도를 해 보자. 좋다거나 싫다거나, 어리석다거나 현명하다거나 하는 일상적인 판단의 기준을 지워 버리는 것이다. 그런 척도 없이 인간을 순수하게 그 인간 그 자체로 이해하려고 시도한다.

최상의 수행은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에 대해 이렇게 해 보는 것이다. 있는 힘을 다해 혐오감을 억제하고, 마음을 열고 그 사람이 행하는 모든 것이 내 안으로 흘러들어 오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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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떤 사물이나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고 사물이나 사건이 나에게 말을 걸게 해야 한다. 이런 자세를 자신의 사고세계에까지 넓혀야 한다. 자신 속에 어떤 사고내용을 만들어내려는 움직임을 억제하고, 오로지 외부의 사상이 사고내용을 만들어낼 때까지 조용히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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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행을 통하여 주위의 모든 사물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수용 능력에 올바른 평가 능력이 결합되어야 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사람은 고차적 인식의 통로를 스스로 닫는 꼴이 되고 만다.

세상의 사물이나 일이 대해, 그것들이 주는 기쁨과 고통의 관점에서만 평가하는 자도 그런 과대평가의 태도에 사로잡혀 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자신의 기쁨, 자신의 고뇌로서 그가 체험하는 것은 사물에 관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관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에 대한 호의는 그와 나의 관계를 느끼게 할 따름이다. 만일 내가 판단하고 태도를 결정할 때, 오로지 기쁨과 호감에만 따른다면, 나는 자신의 성격을 전면으로 드러내는 셈이 된다. 나는 세상에 대해 나의 성격을 강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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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신의 성격에 잘 맞는 것에만 관용을 베풀고 있다. 그 외의 모든 것에 대해 나는 반발하려 하고 있다. 감각세계 속에 사로잡힌 사람은 특히 모든 비감각적 영향에 반발한다. 배우려는 사람은 사물이나 인간의 어떤 사소한 가치나 의미도 긍정할 수 있는 성격을 길러야 한다. 호감과 반감, 쾌감과 불쾌감은 전혀 새로운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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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거나 괴로워도, 어떤 호감과 반감이 생겨도, 자기중심적으로 반응하지 않을 때, 늘 변하는 외부세계의 인상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루돌프 슈타이너, <신지학> '인식의 좁은 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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