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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인셀: '강남역 사건' 서구판… 여혐범죄 키우는 '인셀'의 세계 본문
인셀: '강남역 사건' 서구판… 여혐범죄 키우는 '인셀'의 세계
조나단 그리핀
BBC 트렌딩
2021년 8월 24일
지난 12일 영국 데번주 플리머스에서 총기로 5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제이크 데이비슨은 '인셀'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다.
인셀(incel)이란 젊은 남성들이 자신을 스스로 '비자발적인 독신주의자(involuntarily celibate)'로 표현하는 용어다.
앞서 미국에서도 '인셀'이 연관된 집단 살인 사건이 2건 이상 발생하면서 이들의 활동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인셀 집단의 온라인 활동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무엇일까.
실패와 좌절
"여성을 유혹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별로 없다"는 잭 피터슨은 온라인 토론 커뮤니티 '레딧'과 다른 인셀 웹사이트들을 드나드는 수천 명의 젊은이 중 하나다.
피터슨은 "안 좋은 연애를 몇 번 경험했고 그래서 보시다시피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기가 어렵다"며 "내게 꽤 나쁜 짓을 한 여자들이 몇 명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듯 연애의 실패와 좌절에 대한 분노, 증오의 감정은 인셀 커뮤니티에서 쉽게 볼 수 있다. BBC는 스스로 인셀이라 칭하는 젊은이들과 인터뷰했다. 그들은 10대 혹은 20대 초반이고, 다수가 여성으로부터 거절 또는 부정적인 관계를 경험했다.
그들은 외로운 나머지 온라인 게시판에 접속한다. 게시판은 자신들이 우월한 유전자를 갖지 못했다며 분노하는 남성 집단의 글들로 넘치지만, 그들이 실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피터슨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과 팟캐스트를 운영한다. 그는 2018년 4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한 '인셀'이 밴을 몰고 10명을 살인한 사건 직후 언론 인터뷰에 응했던 몇 안 되는 인셀이다.
다른 인셀 회원들은 가명을 쓴다는 조건으로 이번 인터뷰에 응했다. 이들은 연애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쑥스러워하지만, 많은 인셀들은 본인의 극단적인 견해를 숨기고 있다.
영국 출신의 리암(가명)은 어릴 적부터 인셀 토론장에서 활동했다. 그는 현재 직업이 없고 가족과 함께 산다.
리암은 "나의 여성 혐오적인 시각이 일반적으로 내 삶에 도움을 주진 않는다"고 시인했다.
"여성을 혐오하나"라는 질문에 그는 더듬거리며 "맞다, 어떤 면에서는"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러지 않으려고 하는데, 단지 토론장의 글들을 봐 왔다는 이유만으로 해서는 안 될 말을 하려는 나 자신을 본다"고 털어놨다.
그의 대화는 너무 격식을 차려 부자연스러웠고, 생각은 차츰 사라졌고, 침묵은 대화를 중단시켰다. 리암에게 그가 현실에서 내뱉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말 중 어떤 말을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여성들에게 중얼거리는, 기사에는 차마 쓸 수 없는 욕을 나열했다. 그의 이런 행동은 인셀 커뮤니티에서 시간을 보낸 결과일까.
그는 자신의 언행이 인셀 커뮤니티와 연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게 바로 인셀 커뮤니티의 특성"이라며 "당신은 인셀에 흡수되고, 경험이 유사한 사람들과 같은 이야기만 메아리처럼 울리는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당신은 작은 일 하나를 생각하지만, 당신보다 훨씬 더 급진적으로 생각하는 다른 사람들을 만난다. 그러면 당신의 작은 일들쯤은 용납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리암이 말한 급진적인 생각은 인셀 게시판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성과 유전학
인셀들은 매력적인 여성을 "스테이시"라고 지칭하며, 여성은 모두 돈을 좇고, 많은 남성과 쉽게 잠자리를 가지며, 타인의 심리를 조종한다는 생각을 그들의 커뮤니티에서 강하게 표출한다.
스테이시는 욕망과 조롱의 대상이다. 인셀은 그들의 세계에서 스테이시가 자신들 대신 "채드"를 선택한다고 믿는다.
채드는 성적 매력이 있는 남성을 희화화한 용어다. 채드와 인셀의 비교는 성격이나 자신감에서 그치지 않는다. 많은 인셀들은 그들이 채드보다 유전적으로 열등하다고 믿는다.
채드의 이미지는 금발의 성공한 남자로 네온 그린색 바지에 드러난 울퉁불퉁한 근육을 뽐낸다. 그는 스포츠카 소유자지만, 그보다 인셀들이 더 부러워하는 것은 조각처럼 날렵한 턱선이다.
이 조잡하고도 웃긴 캐리커처는 인셀에게 '우리 대 그들'의 이분법적 관념을 만들기 때문에 중요하다. 인셀들은 그들이 섹스, 사랑, 행복을 얻을 수 없으며 이것은 다른 사람들에게만 가능하다고 믿는다.
인셀은 특히 허무주의적인 "검은 약" 이론에 현혹된다. 이는 성적 매력의 승부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결정됐고, 인셀 자신들은 이런 승부 조작을 깨우친 유일한 사람들이라는 이론이다.
인셀 토론장에서 자립이나 긍정성을 표현하면 남들의 야유를 받는다. 여성과 교류하는 데 성공한 사람은 바로 '페이크셀(fakecel)' 즉, '가짜 인셀'로 낙인 찍힌다.
인셀 커뮤니티는 온라인 소셜미디어인 레딧, 페이스북, 포챈 그 외 인셀이 운영하는 다수 웹사이트로 확장돼 왔다. 인셀의 견해를 조롱하는 반(反)인셀 집단도 있다.
한때 인셀로 활동했던 매튜(가명)도 지금은 반인셀 집단 소속이다.
매튜(가명)는 자유분방하고 종종 극단적인 글이 게시되는 포챈에서 인셀을 알게 됐다. 그는 당시 15살밖에 안 된 자신이 인셀에 현혹된 경험을 솔직히 털어놨다.
매튜는 "나는 상당한 과체중이었다"며 "사교성도 없었고 노는 친구들도 매우 제한적이었다. 즉, 매우 불안정했다"고 말했다.
또한 "한 때 교제한 여자애는 상처를 줬고, 이는 내 불안감을 더 키웠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해가 지나면서 여성에 대한 매튜의 태도는 극단적으로 변했다.
그는 "나는 특정인에 대해 분개했다"며 "하지만 인터넷에서 사람들과 이야기해 보니, 그들은 내게 그것(잔악성)이야말로 여성의 공통된 특징이라고 믿게끔 하는 경향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꽤 끔찍하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여성은 선천적으로 남의 심리를 조종하고 남자를 착취하려 한다는 개념이었다"고 밝혔다.
집단 살인
미국 샌타바버라시립대 학생이었던 엘리엇 로저는 종종 '인셀'에선 영웅으로 묘사된다. 그는 2014년 5월 6명을 살해하고 스스로 총을 쏴 목숨을 끊었다.
로저는 인종차별과 여성 혐오적인 비방이 넘치는 장황한 선언문에서 여성들이 자신과 성관계를 원하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인셀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지만, 로저의 행동은 인셀 토론장에서 계속 회자되고 있다. 그에 대한 댓글들은 때론 부정적인 상황을 풍자하는 다크 유머로, 때론 더욱 진지한 의견으로 등장한다.
인셀 토론장에선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다는 글을 볼 수 있고, 여기에는 폭력 행위를 부추기는 댓글들이 달려 있다.
그 중엔 이런 댓글도 있었다. "이기적으로 굴지 마. 자살하기 전에 초등학교에 가서 애들이나 좀 죽여라. 제발!?!"
이런 코멘트는 인셀 커뮤니티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자살 충동이 든다고 고백하는 사람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실행을 부추긴다.
리암은 로저의 살인 난동에 대해 농담하려 했다.
그는 긴장된 표정으로 웃으며 "나는 로저의 행동이 그다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시 묻자, 그는 "살인이 잘못이라는 건 상식"이라고 말했다.
리암은 누군가 분노하거나 자살 충동이 든다면 인셀 토론장에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는 "예전에는 사람들이 듣기 좋은 말을 꾸며냈겠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인셀'에 대한 감독
인셀 그룹을 관리하려는 노력은 상당히 느슨하게 전개됐다. 레딧은 자체 플랫폼에서 인셀 커뮤니티 제거를 몇 번 시도했지만 여전히 많은 그룹이 존재한다.
인셀 토론장을 주시하는 개인들도 있다.
기자는 수년 동안 토론토의 인셀 커뮤니티를 지켜봐 온 캐나다 여성 에밀리를 인터뷰했다. 에밀리는 인셀들과 더 가깝게 연결되고자 레딧 계정을 이용해 남성인 척 행세했다. (에밀리 역시 가명이다. 그는 인셀들로부터 강간 협박을 받았다고 밝혔다)
에밀리는 특히 토론토 테러 이후 나온 인셀들의 발언들을 읽고 심란해 한다. 일부 인셀들이 테러 가해자와 거리를 두려고 애쓰는 한편, 다른 인셀들은 이러한 상황을 불식시키려 한다.
에밀리는 "토론토 테러 다음 날 인셀인 한 영국 학생을 알게 됐다. 그는 의과대학 입시에 떨어졌는데, 그 이유는 입학 면접관인 여성이 그가 의사가 되기에는 너무 못생겼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그날 밤 자살을 계획했고, 사람들은 댓글에서 여성에게 복수하고 '혼자만 구강 성교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덧붙여 "인셀들은 폭력적인 밈을 올린다"며 "그들은 사람들을 공격하도록 서로 부추기고 아무도 이것을 막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만약 ISIS(이슬람국가)가 이런 짓을 했다면 즉시 폐쇄되고 관련자들이 체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밀리는 토론토에 특별히 활발하게 운영되는 인셀 커뮤니티가 있다며, 아마도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페미니스트 선언 등 정치적 배경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평등의 실현이 가까워지면 사람들은 억압받는다고 느낀다"며 "즉 당신이 한때 어디선가 대장 노릇을 했고 지금은 모두가 당신과 비슷한 수준이라면, 당신은 위협을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셀 문화와 과잉 민족주의, 반페미니즘 운동에는 공통점이 있다. 과잉 민족주의와 반페미니즘 모두 집단유전학의 관점에서 세계를 보고, 인종차별적 편견을 갖고 있으며, 스스로를 '정치적 올바름'의 공격으로 부당하게 비방 받는 소수 집단이라고 인식한다. 또한 그들은 거름망이 없는, 자기들만의 농담을 공유한다.
매튜가 인셀에 등을 돌린 이유는 '정치적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인셀이었을 때는 요즘처럼 적대적이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또한 "인셀에는 선동자들이 있다"며 "인셀 토론장들에 모인 사람들은 분노를 자극한다. 그들은 사람들을 종종 반동적인 운동, 가장 흔하게는 극우 운동으로 몰아넣는다"고 밝혔다.
또한 "2016년 말, 나 자신을 더 이상 인셀이라고 부르지 않게 됐다"며 "이 때 호주에서 정치적 담론이 상당히 가열되기 시작했다. 인셀들은 모든 것을 여자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대학생인 매튜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남으로서 여성들과 더 쉽게 어울리고 대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은둔하는 성향이 짙은 인셀들은 이러한 변화가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온라인이 증오로 가득한 가운데 토론토 테러 사건 여파에 관심이 쏠리면서 일부 인셀들의 심리에 변화가 생긴 듯하다.
피터슨은 인터뷰를 하고 며칠 뒤 "내가 인셀을 떠나는 이유"라는 동영상을 올렸다. 기자는 그에게 전화해 이유를 물었다.
그는 자신이 "생산적이고, 바쁘고, 번화가에 가고, 여행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것뿐"이라며 "CNN, BBC, 더 썬과 인터뷰하면서 내 일상 생활이 너무 지루하고 단조롭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한 "이렇게 바쁘다 보니 하루 종일 온라인 토론장에 앉아 내가 얼마나 비참한지 지껄이고 팟캐스트를 만들던 과거로는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달았다"며 "나는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엄마와 살면서 자신이 얼마나 루저인지 밝히는 동영상을 만드는 남성일지라도, 이 세상에 작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언론의 주목을 받은 후 피터슨은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고 있음을 알게 됐다.
"내가 모르는 페미니스트들과 좌파들이 내게 긍정적인 평가를 해주고 있었다. 그러자 인셀 커뮤니티가 나보고 자살하라고 했다. '아마 이것은 건강한 방식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밀리는 이렇게 극단적인 시각을 보이는 커뮤니티에 놀라울 만큼 깊이 공감한다. 기자는 에밀리에게 이 기사를 읽을 인셀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에밀리는 "당신이 세상에 사랑을 투영하면 사랑을 돌려받을 것"이라며 "당신이 여성에게 부정적이라면 그들은 절대 당신과 교제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덧붙여 "따라서 당신은 영혼 탐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세상은 증오하는 곳이 아니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당신은 못 생기지 않았다. 당신은 중요한 존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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