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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농가월령가 본문

인지학/생명역동농법

농가월령가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8. 6. 25. 23:37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조선 후기 실학파의 대가인 약용 둘째 아들인 정학유의 작품인 노래는 농가에서 1 동안 해야 농사에 관한 실천 사항과 철마다 다가오는 세시 풍속 지켜야 범절 등을 달에 따라 상세히 읊은 월령체(달거리) 가사이다.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1월령

 

정월은 이른 봄이니 입춘 우수 절기로다/ 산속 깊은 골짜기에 눈과 얼음 남았으나 평야 마을 넓은 들은 풍경이 바뀌도다/ 어와! 우리 임금 백성을 사랑하고 농사를 중히 여겨 농사에 힘쓰라는/ 간절한 교서를 나라에 널리 펴니 슬프다! 농부들아 아무리 모른다 해도/ 몸을 돌본다고 임금 뜻을 어길소냐/ 밭을 서로 나눠 있는 다하리라/ 일년 풍흉은 미리 알지 못하여도/ 있는 정성을 다하면 하늘 재앙 벗어나니/ 각각 노력하여 게으름 부리지 말라

일년 농사는 봄에 달렸으니 모든 미리 하라/ 봄에 만일 놓치면 농사 망치니/ 농기구 정비하고 일할 소도 보살피고/ 재거름 재워 놓고 쪽으로 실어 내어/ 보리밭에 오줌 주기 작년보다 힘써 해라/ 늙은이 힘이 부쳐 힘든 못하여도/ 낮에는 이엉 엮고 밤에는 새끼 꼬아/ 때맞게 이으면 근심 덜리로다/ 과일 나무 버곳 깎고 가지 사이 끼우기/ 초하루 새벽에 시험 삼아 하여 보자/ 며느리 잊지 말고 좋은 하여라/ 온갖 꽃이 피어 나면 꽃밭에서 취하여 보자/ 정월 보름달 보고 가뭄 장마 안다 하니/ 늙은 농부 경험으로 대강은 짐작한다

새해 세배함은 인정많고 좋은 풍속이니/ 차려 입고 친척 이웃 서로 찾아/ 어른 아이 없이 삼삼오오 다닐 적에/ 와삭 버석 울긋불긋 차림이 화려하다/ 사내아이 날리기 계집아이 널뛰기요/ 윷놀이 내기 하니 소년들 놀이로다/ 사당에 세배 하니 떡국에 과일이구나/ 움파와 미나리를 무엄에 곁들이면/ 보기에 싱싱하여 오신채가 부러우랴/ 보름날 먹는 약밥 신라에서 것이다/ 묵은 산나물 삶아 내니 고기맛에 비길소냐/ 밝히는 약술이며 부스름 삭히는 생밤이라/ 먼저 불러 더위 팔기 달맞이 횃불 놓기/ 내려오는 풍속이요 아이들 놀이로다.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2월령


이월은 봄이라 경칩 춘분 절기로다/ 엿샛날 좀생이로 풍흉을 안다 하며/ 스무날 날씨 보아 대강은 짐작하니/ 반갑다 봄바람이 변함 없이 문을 여니/ 말랐던 뿌리는 힘차게 싹이 트고/ 개구리 우는 곳에 논물이 흐르도다/ 맷비둘기 소리나니 버들빛 새로와라/ 보습 쟁기 차려 놓고 봄갈이 하여 보자/ 기름진 가리어서 봄보리 많이 심고/ 목화밭 되갈아 두고 제때를 기다리소/ 담배 모종과 잇꽃 심기 이를수록 좋으리라/ 뒷동산 나무 다듬으니 이익도 되는구나/ 첫째는 과일나무요 둘째는 뽕나무라/ 뿌리를 다치지 말고 비오는 심으리라/ 솔가지 찍어다가 울타리 새로 하고/ 담장도 손을 보고 개천도 올리소/ 안팎에 쌓인 검불 말끔히 쓸어 내어/ 놓아 받으면 거름을 보태려니/ 온갖 가축 못다 기르나 기르리라/ 씨암탉 두세 마리 안겨 깨어 보자/ 산채는 일렀으니 들나물 캐어 먹세/ 고들빼기 씀바귀며 소루쟁이 물쑥이라/ 달래김치 냉잇국은 입맛을 돋구나니/ 본초강목 참고하여 약재를 캐오리라/ 창백출 당귀 천궁 시호 방풍 산약 택사/ 낱낱이 적어 놓고 맞추어 캐어 두소/ 집에 거리낌 없이 값진 쓰겠느냐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3월령


삼월은 늦봄이니 청명 곡우 절기로다/ 봄날이 따뜻해져 만물이 생동하니/ 온갖 피어 나고 새소리 갖가지라/ 대청 제비는 옛집을 찾아오고/ 꽃밭에 범나비는 분주히 날고 기니/ 벌레도 때를 만나 즐거워함이 사랑홉다/
한식날 성묘하니 백양나무 난다/ 우로에 느껴 슬퍼함을 과일로 펴오리라/ 농부의 힘드는 가래질 첫째로다/ 점심밥 차려 맞추어 불리소/ 일꾼의 집안식구 따라와 같이 먹세/ 농촌의 두터운 인심 곡식을 아낄소냐/ 물꼬를 깊이 치고 도랑 밟아 물을 막고/ 한편에 모판하고 나머지 삶이 하니/ 날마다 두세 번씩 부지런히 살펴보소/ 약한 세워낼 어린아이 보호하듯/ 농사 가운데 논농사를 아무렇게나 못하리라/ 개울가 밭에 기장 조요 밭에 팥이로다들깨모종 일찍 뿌리고 삼농사도 하오리라/ 좋은 가리어서 품종을 바꾸시오/ 보리밭 갈아 놓고 못논을 만들어 두소
농사 하는 틈에 채소 농사 아니할까/ 밑에 호박이요 처맛가에 심고/ 근처에 동과 심어 막대 세워 올려 보세/ 배추 아욱 상치 고추 가지 마늘을/ 하나하나 나누어서 없이 심어 놓고/ 갯버들 베어다가 개바자 둘러막아/ 개를 막아 주면 자연히 자라리/ 오이 밭은 따로 하여 거름을 많이 하소/ 시골집 여름 반찬 밖에 있는가/ 눈을 살펴보니 누에 되었구나/ 어와 부녀들아 누에 치기에 쏟으소/ 잠실을 깨끗이 하고 모든 도구 준비하니/ 다래끼 도마며 채광주리 달발이라/ 각별히 조심하여 내음새 없이 하소/ 한식 앞뒤 삼사 일에 과일나무 접하나니/ 단행 이행 울릉도며 문배 참배 능금 사과
엇접 피접 도마접에 행차접이 사느니/ 청다래 정릉매는 늙은 그루터기에 접을 붙여/ 농사를 마친 뒤에 분에 올려 들여놓고/ 바람 추운 날씨 봄빛을 홀로보니/ 실용은 아니지만 고고한 취미로다/ 집집이 요긴한 담그기 행사로세/ 소금을 미리 받아 법대로 담그리라/ 고추장 두부장도 맛맛으로 갖추 하소/ 앞산에 비가 개니 살진 나물 캐오리라/ 삽주 두릅 고사리며 고비 도랏 어아리를/ 일부는 엮어 달고 일부는 묻혀 먹세/ 떨어진 꽃잎 쓸고 앉아 병술로 즐길 적에/ 아내가 준비한 일품 안주가 이뿐이라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4월령


사월이라 한여름이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 끝에 볕이나니 날씨도 좋구나/ 떡갈잎 퍼질 때에 뻐꾹새 자주 울고/ 보리 이삭 패어 나니 꾀꼬리 소리 한다/ 농사도 한창이요 누에치기 바쁘구나/ 남녀노소 일이 바빠 집에 있을 틈이 없어/ 적막한 대사립을 녹음에 닫았도다/ 면화를 많이 하소 방적의 근본이라/ 수수 동부 녹두 참깨 사이심기 적게 하소/ 갈대 꺾어 거름할 베어 섞어 하소/ 무논을 써을이고 이른 내어 보세/ 양식이 모자라니 환곡 보태리라
자고 일어난 누에 하루도 열두 밥을/ 밤낮을 쉬지 말고 부지런히 먹이리라/ 따는 아이들아 날을 생각하여/ 오랜 가지 찍어 내고 햇잎은 두고 따소/ 찔레꽃 만발하니 적은 가뭄 없을소냐/ 때를 이용하여 생각하소/ 도랑 물길 내고 새는 지붕 손질하여/ 장마를 방비하면 훗날 근심 없나니/ 봄에 매는 필무명도 때에 널어 말리고/ 모시 형편대로 여름옷 지어 두소/ 벌통에 새끼 나니 통에 받으리라/ 천만이 하나같이 여왕을 받들으니/ 먹기도 하려니와 군신 도리 깨닫도다

석탄일에 달기는 산촌에 바쁜 아니나/ 느티떡 콩찌니는 때에 별미로다/ 내에 물이 주니 고기잡이 하여 보세/ 길고 바람 자니 오늘 놀기 좋겠구나/ 맑은 시내 모래밭을 굽이굽이 찾아가니/ 찔레 늦은 꽃은 봄빛이 남았구나/ 가는 그물 둘러치고 은빛 고기 후려 내어/ 너럭 바위에 노구솥 걸고 솟구쳐 끓여 내니/ 아무리 산해진미라도 맛과 바꿀소냐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5월령


오월이라 한여름되니 망종 하지 절기로다/ 남쪽 바람 맞추어 보리 추수 재촉하니/ 보리밭 누른 빛이 밤사이 나겠구나/ 문앞에 터를 닦고 보리 타작 하오리라/ 드는 베어다가 헤쳐 놓고/ 도리깨 마주 서서 흥을 내어 두드리니/ 불고 듯하던 집안 갑자기 벅적인다/ 가마니에 남는 곡식 이제 바닥이더니/ 중간에 곡식으로 입에 풀칠 하겠구나/ 곡식 아니라면 여름 농사 어찌할까/ 천심을 생각하니 은혜도 끝이 없다/ 목동은 놀지 말고 농우를 보살펴라/ 뜨물에 먹이고 이슬 자로 뜯겨/ 그루갈이 심기 힘을 빌리리라/ 보릿짚 말리우고 솔가지 많이 쌓아/ 땔나무 준비하여 장마 걱정 없이 하소

누에 치기 마칠때에 사나이 힘을 빌어/ 누에섶도 하려니와 고치나무 장만하소/ 고치를 따오리라 맑은 가리어서/ 위에 엷게 널고 뙤약 볕에 말리우니/ 쌀고치 무리고치 누른고치 고치를 하나하나 나누어서/ 조금은 씨로 두고 나머지 켜오리라/ 자애를 차려 두고 왕채에 올려 내니 같은 실오라기/ 사랑스런 자애소리 금슬을 고르는 / 여자들 공을 들여 재미 보는구나/ 오월 오일 단오날에 빛깔이 산뜻하다/ 오이밭에 첫물 따니 이슬이 젖었으며/ 앵두 익어 붉은 빛이 아침 볕에 눈부시다/ 맺힌 영계소리 연습삼아 자주 운다/ 시골 아녀자들아 그네는 뛴다 해도/ 청홍 치마 창포 비녀 좋은 시절 허송 마라/ 노는 틈틈이 일이 약쑥이나 베어 두소

하느님 느그러워 뭉게뭉게 구름 지어/ 미쳐 오는 비를 능히 막을소냐/ 처음에 부슬부슬 먼지를 적신 뒤에/ 되어 오는 소리 주룩주룩 하는구나/ 관솔불 둘러앉아 내일 마련할 / 논은 심으고 앞밭은 뉘가 갈꼬/ 도롱이 접사리며 삿갓은 벌인고/ 모찌기 자네 하고 논삶이 내가 함세/ 들깻모 담뱃모는 머슴아이 맡아 내고/ 가짓모 고춧모는 아기딸이 하려니와/ 맨드라미 봉숭아로 너무 즐거워 하지 마라/ 아기 어멈 방아 찧어 들바라지 점심하소/ 보리밥 찬국에 고추장 상치쌈을/ 식구들 헤아리니 넉넉히 준비하소/ 새참 문을 나서니 개울에 넘는다/ 농부가로 답을 하니 격양가 아니런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6월령


유월이라 늦여름 되니 소서 대서 절기로다/ 비도 때로 오고 더위도 극심하다/ 초록이 무성하니 파리 모기 모여들고/ 평지 위에 고이니 참개구리 소리 난다/ 봄보리 귀리를 차례로 베어 내고/ 늦은 기장을 베기 전에 심어 놓아/ 땅힘을 쉬지 말고 알뜰히 이용하소/ 젊은이 하는 일이 김매기 뿐이로다/ 밭을 번갈아 삼사차 돌려 / 가운데 목화 밭은 더욱 힘을 써야 하니/ 틈틈이 나물밭도 김매 주고 가꾸소/ 집터 울밑 돌아가며 잡풀을 없게 하소/ 새면 호미 들고 긴긴 없이/ 흘려 흙이 젖고 막히고 빠진

때마침 점심밥이 반갑고 신기하다/ 정자나무 그늘 밑에 앉을 자리 정한 뒤에/ 점심 그릇 열어 놓고 보리 단술 먼저 먹세/ 반찬이야 있고 없고 주린 창자 채운 뒤에/ 맑은 바람 배부르니 낮잠이 있구나/ 농부야 근심 마라 수고하는 값이 있네/ 오조 이삭 푸른 콩이 어느 사이 익었구나/ 일로 보아 짐작하면 양식 걱정 오랠소냐/ 해진 돌아올 노래 끝에 웃음이라/ 자욱한 저녁 때는 산촌에 잠겨 있고/ 달빛은 아스라이 발길을 비추누나/ 늙은이 하는 아주 없다 하겠느냐 / 아침 일찍 오이 따기 뙤약 볕에 보리 널기/ 그늘에서 누역 만들기 창문 앞에 꼬기라/ 하다가 고달프면 목침 베고 허리 피고/ 북쪽 바람 잠이 드니 좋은 세월이로구나/ 깨어 바라보니 급한 지나가고/ 나무에 쓰르라미 해지기를 재촉한다

할머니가 하는 일은 여러 가지 되지만/ 묵은 들고 앉아 알뜰히 피어 내니/ 장마 때의 심심풀이 낮잠 자기 잊었도다/ 삼복은 속절이요 유두는 좋은 날이라/ 원두밭에 참외 따고 밀갈아 국수하여/ 사당에 올린 다음 모두 모여 즐겨 보세/ 아녀자 헤피 마라 밀기울 한데 모아/ 누룩을 만들어라 유두 누룩 치느니라/ 호박나물 가지김치 풋고추 양념하고/ 옥수수 맛으로 없는 사람 먹어 보소/ 장독을 살펴보아 맛을 잃지 마소/ 맑은 따로 모아 익는 대로 떠내어라/ 오면 덮고 아가리를 깨끗이 하고/ 이웃 마을 힘을 모아 구덩이 파보세/ 삼대를 베어 묶어 익게 벗기리라/ 고운 길쌈하고 굵은 밧줄 꼬고/ 촌집에 중요하기는 곡식에 버금가네/ 메밀 먼저 갈고 갯가 나중 가소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7월령


칠월이라 한여름 되니 입추 처서 절기로다/ 화성은 서쪽으로 가고 미성은 하늘 복판이라/ 늦더위 있다 해도 계절을 속일소냐/ 빗줄기 가늘어지고 바람도 다르구나/ 가지 위의 매미 무엇으로 배를 불려/ 공중에 맑은 소리 다투어 자랑하는가/ 칠석에 견우 직녀 흘린 눈물 비가 되어/ 섞인 지나가고 오동잎 떨어질 / 눈섭 같은 초승달은 서쪽 하늘에 걸리고/ 슬프다 농부들아 우리 다해 가네/ 얼마나 남았으며 어떻게 되어 갈까/ 마음을 놓지 마소 아직도 멀고 멀다

거두어 김매기 포기에 고르기/ 갈아 두렁 깎기 선산에 벌초하기/ 거름을 많이 베어 더미 지어 모아 놓고/ 이른 논에 보기와 이른 밭은 허수아비/ 밭가에 길도 닦고 덮힌 흙도 쳐올리소/ 기름지고 연한 밭에 거름하고 깊게 갈아/ 김장할 배추 먼저 심어 놓고/ 가시 미리 막아 잃지 않게 하여 두소/ 부녀들도 생각 있어 앞일을 헤아리고/ 베짱이 우는 소리 자네를 위함이라/ 소리 깨쳐 듣고 정신을 가다듬어/ 장마를 겪었으니 집안을 돌아보아

곡식도 바람 쐬고 옷가지 말리시오/ 명주 조각 어서 뭉쳐 춥기 전에 짜아 내고/ 늙으신 어른 기운 빠져 환절기를 조심하고/ 가을이 가까우니 입는 살피시오/ 빨래하여 바래고 먹여 다듬을 / 달빛 다듬이 소리 소리마다 바쁜 마음/ 부녀자 힘들지만 한편으론 재미있다/ 채소 과일 흔할 때에 뒷날을 생각하여/ 호박 얇게 썰어 말리고 오이 가지 짜게 절여/ 겨울에 먹어 보소 귀한 반찬 있을까/ 면화밭 자주 살펴 일찍 익은 목화 피었는가/ 가꾸기도 하려니와 거두기도 달렸느니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8월령


팔월이라 가을이니 백로 추분 절기로다/ 북두성 자루 돌아 서쪽하늘 가리키니/ 서늘한 아침 저녁 가을이 완연하다/ 귀뚜라미 맑은 소리 사이에 들리는구나/ 아침에 안개 끼고 밤이면 이슬 내려/ 백곡은 열매 맺고 만물 결실 재촉하니/ 구경 돌아보니 힘들인 보람 나타난다/ 백곡은 이삭 패고 무르익어 고개 숙이니/ 서쪽 바람에 익는 빛이 누런 구름 일어난다/ 백설 같은 면화송이 산호 같은 고추송이/ 처마에 널었으니 가을 명랑하다/ 안팎 마당 닦아 놓고 발채 망태기 장만하고

면화 따는 다래끼에 수수 이삭 가지요/ 나무꾼 돌아올 머루 다래 과일이로다/ 뒷동산 대추는 아이들 차지구나/ 아름 모아 말리어서 대면 쓰게 하소/ 명주를 끓어 내어 가을 햇볕에 널어 말리고/ 들이고 들이니 울긋불긋 하는구나/ 부모님 나이 드시니 수의를 준비하고/ 나머지는 말려 놓고 자녀의 혼수하세/ 위의 익은 박은 긴요한 그릇이라/ 대싸리 비를 매어 마당질에 쓰오리라/ 참깨 들깨 거둔 뒤에 중오려 타작하고/ 담배 녹두 팔아다가 필요한 마련하자/ 구경도 하려니와 흥정할 잊지 마소/ 북어쾌 젓조기로 추석 명절 쇠어 보세

오려 송편 박나물 토란국을/ 성묘를 하고 나서 이웃끼리 나눠 먹세
며느리 말미 받아 친정집 다녀갈 / 잡아 삶아 내고 떡상자와 술병이라
초록 장옷 반물치마 차려 입고 다시 보니/ 여름 동안 지친 얼굴 회복이 되었느냐/ 가을 하늘 밝은 달에 마음놓고 놀고 오소/ 할일 못하여 내년 계획 짜봅시다/ 밀대 베어 더운 갈이 밀과 보리 심어 보세/ 끝끝이 익어도 급한 대로 걷고 가소/ 사람 힘만 그러할까 계절도 그러하니/ 조금도 없이 마치면 시작이라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9월령


구월이라 늦가을이니 한로 상강 절기로다/ 제비는 돌아가고 떼기러기 언제 왔느냐/ 창공에 우는 소리 이슬 재촉한다/ 단풍은 연지를 물들이고 / 노란 국화 가을 빛깔 뽐낸다/ 구구절 좋은 꽃부침개로 제사 지내세/ 절기를 따라가며 조상 은혜 잊지 마소/ 보기는 좋지만은 추수가 급하다/ 들마당 집마당에 개상에 탯돌이라/ 습한 논은 베어 깔고 마른 논은 두드려 / 오늘은 점근벼요 내일은 사발벼라/ 밀따리 대추벼와 동트기 경상벼라

들에는 더미 근처 가리/ 타작 마친 뒤에 나면 두드리세/ 비단차조 이부꾸리 매눈이콩 황부대를/ 이삭으로 먼저 잘라 종자로 따로 두소/ 젊은이는 태질이요 계집 사람 낫질이라/ 아이는 몰고 늙은이는 싸매기/ 이웃집 힘을 합쳐 일하듯 하는 것이/ 뒷목 줍기 널기와 마당 끝에 키질하기/ 한쪽에서 면화 트니 씨아 소리 요란하다/ 차려 기름짜기 이웃끼리 합력하세/ 동유도 하려니와 음식도 맛이 나네

밤에는 방아 찧어 밥살을 장만할 / 찬서리 긴긴 밤에 우는 아기 돌아볼까
타작 점심 차려 내니 닭국 배갈 없을소냐/ 새우젓 계란찌게 벌어지게 차려 놓고/ 배춧국 나물에 고춧잎 장아찌라/ 가마로 지은 밥이 태반이나 모자란다/ 추수하여 흔할 때에 나그네도 대접하니/ 한동네 이웃하여 한들에 농사하니/ 수고도 나눠 하고 없는 것도 서로 도와/ 때를 만났으니 즐기기도 같이 하세/ 아무리 바쁘지만 일하는 보살펴라/ 조피대에 살을 찌워 공을 갚을지라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10월령


시월은 초겨울이니 입동 소설 절기로다/ 나뭇잎 떨어지고 고니 소리 높이 난다/ 듣거라 아이들아 농사일 끝났구나/ 남의 생각하여 집안 먼저 하세/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냇물에 깨끗이 씻어 소금 맞게 하소/ 고추 마늘 생강 파에 조기 김치 장아찌라/ 옆에 중두리요 바탕이 항아리라/ 양지에 움막 짓고 짚에 깊이 묻고/ 장다리 아람 수월찮게 간수하소/ 방고래 청소하고 바람벽 매흙 바르기/ 창호도 발라 놓고 구멍도 막으리라/ 수숫대로 울타리 치고 외양간에 거적 치고/ 깍짓동 묶어 세우고 땔나무 쌓아 두소/ 우리 부녀들아 겨울옷 지었느냐/ 빚고 떡하여라 강신날 가까웠다/ 꺾어 단자하고 메밀 찧어 국수 하소/ 잡고 돼지 잡으니 음식이 널렸구나

마당에 치일치고 동네 사람 모여 앉아/ 노소 차례 틀릴세라 남녀 분별 따로 하소/ 풍물패 불러오니 광대가 줄무지라/ 치고 피리 부니 솜씨가 제법이구나/ 이풍헌 김첨지는 잔소리 끝에 취해 쓰러지고/ 최권농 강약정은 체괄이 춤을 춘다/ 들어 올릴 때에 동장님 높이 앉아/ 받고 하는 말씀 자세히 들어 보소
어와 오늘 놀음 놀음 덕인가/ 하늘 은혜 그지없고 임금 은혜 끝이 없다/ 다행히 풍년 만나 굶주림을 벗어났구나/ 향약은 아니라도 마을 규약 없을소냐/ 효제 충신 대강 알아 도리를 잃지 마소

사람의 자식 되어 부모 은혜 모를소냐/ 자식을 길러 보면 그제야 깨달으리
온갖 고생 길러 내어 결혼을 시켰는데/ 혼자만 생각하여 부모 봉양 잊을소냐/ 기운이 없어지면 바라느니 젊은이라/ 음식 잠자리를 정성껏 살펴 드려/ 어쩌다가 나실까 밤낮으로 잊지 마소/ 섭섭한 마음으로 걱정을 하실 때에/ 삐죽거려 대답 말고 좋은 얼굴 하여 보소/ 들어온 지어미는 남편의 행동 보아/ 그대로 따라 하니 보는 조심하소/ 형제는 기운이 몸에 나눴으니/ 귀중하고 사랑함이 부모의 다음이라/ 간격 없이 합치고 따지지 마소/ 남남끼리 모인 동서 틈나서 하는 말을/ 귀에 담아 듣지 마소 자연히 따르리니

몸가짐에 먼저 공손함이 첫째이니/ 부모만 공경하고 남의 어른 다를소냐/ 말씀을 조심하여 인사를 잃지 마소/ 하물며 위아래 도리 높낮음이 분명하다 / 도리 다하면 잘못 짓지 않으리니/ 임금의 백성되어 은덕으로 살아가니/ 거미 같은 우리 백성 무엇으로 갚아 볼까/ 갚아야 환곡이 무엇 많다 할꼬/ 기한 전에 바쳐야 사람 구실 것이라/ 하물며 전답 세금 토지따라 나눠 내니/ 생산량을 생각하면 십일세도 되나니/ 그러나 굶주리면 재해로 줄여 주니/ 이런 알면 세금 내기 거부할까

동네 집에 여러 성씨 모여 사니/ 서로 믿지 아니하면 화목할 없으니/ 결혼을 서로 돕고 장례를 보살피며/ 어려울 도와 주고 필요할 꾸어 주어/ 나보다 사는 욕심 내어 시비 말고/ 그중에도 외로운 특별히 구휼하소/ 정해진 자기 억지로 바꾸니/ 자네들 분수 알고 말을 잊지 마소/ 이대로 살아가면 생각 아니 나리/ 주색잡기 하는 사람 처음부터 그랬을까/ 우연히 들어 하고 하면/ 마음이 방탕하여 그칠 모르나니/ 자네들 조심하여 적은 허물 짓지 마소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11월령


십일월은 한겨울이라 대설 동지 절기로다/ 바람 불고 서리 치고 오고 얼음 언다/ 가을에 거둔 곡식 얼마나 되었던가/ 섬은 환곡 갚고 섬은 세금 내고/ 얼마는 제사 지내고 얼마는 씨앗 하고/ 도지도 되어 내고 품값도 갚으리/ 벼를 낱낱이 갚고 나니/ 많은 듯하던 것이 남은 거의 없다/ 그러한들 어찌할꼬 양식이나 아껴 보자/ 콩기름 우거지로 죽이라도 다행이다 / 여자들아 할일이 메주 남았구나/ 익게 삶고 매우 찧어 띄워서 재워 두소/ 동지는 좋은 날이라 () 생기기 시작하는구나/ 특별히 팥죽 쑤어 이웃과 즐기리라/ 달력 널리 펴니 내년 절기 어떠한가

짧아 덧이 없고 길기 지리하다/ 공채 사채 갚으니 관리 면임 아니 온다/ 사립문 닫았으니 초가집이 한가하다/ 짧은 저녁되니 자연히 없나니/ 등잔불 긴긴 밤에 길쌈을 힘써 하소/ 베틀 곁에 물레 놓고 틀고 타고 잣고 짜네/ 자란 아이 배우고 어린아이 노는 소리/ 여러 소리 재잘거림이 집안이 재미구나 / 늙은이 없으니 돗자리나 매어 보세/ 외양간 살펴보아 여물을 가끔 주소/ 넣어 만든 두엄 자주 쳐야 모이나니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12월령


십이월은 늦겨울이라 소한 대한 절기로다/ 덮힌 산봉우리 저문 빛이로다/ 새해 전에 남은 날이 얼마나 걸렸는가/ 집안 여인들은 옷을 장만하고/ 무명 명주 끊어 내어 온갖 색깔 들여 내니/ 짙은 빨강 보라 엷은 노랑 파랑 짙은 초록 옥색이라/ 한편으로 다듬으며 한편으로 지어 내니/ 상자에도 가득하고 횃대에도 걸었도다/ 입을 그만하고 음식장만 하오리라/ 떡쌀은 말이며 술쌀은 말인고/ 갈아 두부하고 메밀쌀 만두 빚소/ 설날 고기는 계에서 나오고 북어는 장에 가서/ 납평일에 덫을 묻어 잡은 마린가/ 아이들 그물 쳐서 참새도 지져 먹세/ 강정 강정에 곶감 대추 생밤이라/ 술동이에 들이니 틈에 샘물 소리/ 앞뒷집 치는 소리 예서 제서 들리네/ 등잔 세발 심지 불을 켜고 새울 때에/ 윗방 봉당 부엌까지 곳곳이 떠들썩하다/ 초롱불 오락가락 묵은 세배 하는구나

어와 듣소 농업이 어떠한고/ 내내 힘들지만 가운데 즐거움 있네/ 위로 나라를 받들고 아래로 부모를 봉양하니/ 형제 처자 혼인 장례 먹고 쓰고 하는 것을/ 농사 짓지 아니하면 감당 누가할까/ 예로부터 이른 말이 농업이 근본이라/ 부려 일을 삼고 부려 장사하기/ 전당 잡고 꿔주기 장날에 이자 놓기/ 술장사 떡장사며 주막차리고 가게 보기/ 아직은 잘살지만 번을 실수하면/ 거지 빚쟁이 살던 남은 자취도 없다

농사는 믿는 것이 몸에 달렸느니/ 계절도 가고 오고 농사도 풍흉 있어
홍수 가뭄 바람 우박 없기야 하랴마는/ 열심히 힘을 쏟아 가족이 한마음 되면/ 아무리 흉년이라도 굶어 죽지 않으리니/ 고향 내가 지키고 떠날 두지 마소/ 하늘은 너그러워 화를 냄도 잠깐이로다/ 자네도 헤아려 년을 내다보면/ 칠분은 풍년이요 삼분은 흉년이라/ 갖가지 생각 말고 농업에 오로지 하소/ 하소정 빈풍시를 성인이 지었는데/ 뜻을 본받아서 대강을 기록하니/ 글을 자세히 보아 힘쓰기를 바라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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