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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루돌프 슈타이너 자서전의 추천사 본문

책소개 및 서평/발도르프교육 및 인지학

루돌프 슈타이너 자서전의 추천사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8. 5. 30. 12:43

서울교육연수원 원장님을 지내셨던 송순재 교수님의 추천사를 올립니다

루돌프 슈타이너 자서전이 곧 발간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추천사


송순재 (전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 전 서울시교육연수원장, "삶을 위한 교사대학" 대표)

 

 

마침내 루돌프 슈타이너의 자서전이 우리말로 번역*출간되었다. 이 번역서는 한국인지학출판사가 시작한 출판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작품이다. 이 기획은 너무도 방대한 것이라서 믿기지 않을 정도이나 - 시작이 반이라 했으니  머나먼 그 길을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함께 떠나 보기로 한다.

 

그 동안 대안교육운동의 빠른 확산에 발맞추어 관련 도서와 문헌 논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마도 루돌프 슈타이너와 발도르프 교육학에 관한 책들이 가장 많지 않았는가 싶다. 질과 양에 있어서 그렇다. 이 영역에 종사하는 교사와 학부모 층의 남다른 열정과 노력, 나아가 독일 쪽의 내용 지원과 협력도 큰 몫을 한 것 같다. 이 지점에서 슈타이너의 주요 저작물로 꼽히는 자서전이 출간된 것이니 이는 교육운동에서 역사적인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그 동안 슈타이너와 발도르프 교육학 영역에서 거둔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다면 번역서들이 대체로 2차 문헌으로 한정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이렇게 볼 때 전집 번역 기획과 이 자서전은 그러한 한계를 넘어서는 뜻 깊은 행보라 생각된다. 현장과 학계 모두 특별히 축하해 마지않을 일이다.

 

자서전은 그야말로 자기가 살고 일해 온 역정에 대한 성찰적 기록이니 만큼, 이것보다 더 슈타이너의 삶과 정신세계를 이해하도록 도울 수 있는 길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서전 쓰기는 늘 어렵고 늘 위험을 수반하는 일이다. 왜냐하면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기억이나 기술의 착오가 있을 수 있고 또 혹여 자신의 어두운 부분을 감추고 때로 교묘하게 미화하기까지 하는 등의 오류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수식어 없이 과감하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자 했던 루소나 톨스토이 등의 작품은 이런 점에서 귀감이 될 만하다. 루돌프 슈타이너 역시 나름의 이유 때문에 자서전 같은 건 쓰지 않으려 했다고 한다. 즉 한 사람의 개인적인 면모는 말과 행동을 통해 드러나야지 개인사를 돌아보는 따위의 과정을 통해서 드러낼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가 붓을 들게 된 이유는 자신과 자신의 일을 둘러싼 주위의 몰이해나 잘못된 판단을 가능한 한 객관적인 시각을 통해 바로잡을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슈타이너의 심경을 대하면서 나는 훨씬 공감적 시선을 가지고 이 작품을 읽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그 동안 궁금했던 점들, 이를테면 그의 성장과정과 학문적 배경이 어떠하였기에 현대인의 삶 전체에 의미심장한 자극을 던질 수 있었는지, 교육학 뿐 아니라 의학, 건축학, 사회학, 농법, 예술 등의 분야에 마치 세계의 천재로 꼽히는 괴테처럼 혹은 그 이상으로 현재도 여전히 새롭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 인지학의 배경은 무엇인지, 정신과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그가 말하는 종교와 기독교란 어떤 것인지 등에 대해서 직접 탐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말 흥미진진하고 가슴 뛰는 일이 아닌가?

 

한편 그 동안 현장 일각에서는 루돌프 슈타이너와 발도르프교육의 이해에 대한 의구심과 해소되지 않는 다양한 의문이 제기되곤 했다. 이는 독특한 만큼 의례적으로는 이해되기 어려운 사상의 깊이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모든 비범한 사상가들은 자기만의 언어와 어법, 행동양식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현대 실존주의 철학자 중 카를 야스퍼스 Karl Jaspers의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그가 고안해 낸 독특한 언어세계와 마주하게 된다. 그런데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의 철학세계에는 결코 접근할 수 없다. 그런 식으로 초보자로서 슈타이너의 독특한 언어와 정신세계에 대한 답사를 자서전을 가지고 시작한다면, 슈타이너의 세계를 쉽게 단정 짓거나 애초부터 문을 잠그는 오류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탐구와 노력은 창설 100주년을 기념하는 세계적인 발도르프 교육학이 우리 땅에 더욱 튼실하게 안착시키고 성장해나가는 토대가 될 것이다.  

 

사단법인 한국슈타이너인지학센터는 발도르프교육의 확산을 위해 꾸준히 힘써왔다. 그 깊이를 더하기 위해 한국인지학출판사를 설립한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지난 세기 초의 독일어로 슈타이너가 말하고자 했던 내용들을 소화해서 우리말로 옮기는 일 자체가 얼마나 난해한 작업인지는 많은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번역전집발간 위원회가 양질의 번역을 위해 책임을 다하며 전문용어를 정리하느라 쏟아 부은 시간과 노고, 그리고 뜨거운 열정에 대해 깊은 감사와 축하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부디 루돌프 슈타이너의 자서전이 혁신교육을 추구하고 있는 우리 교육계는 물론 문화와 정신계 전반에 걸쳐 또 다른 차원에서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생산적 자극제가 되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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