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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마음에 힘을 주는 치유동화 - 추천의 글 (낸시 멜런) 본문

인지학/옛이야기와 동화

마음에 힘을 주는 치유동화 - 추천의 글 (낸시 멜런)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9. 10. 19. 17:45

마음에 힘을 주는 치유동화 - 추천의 글

 

 

전자매체의 범람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야기 들려주기 문화가 세계 곳곳에서 눈에 띄게 부활하고 있다. 전자 기기의 위용에 눌려 귀 기울여 듣고 말하는 힘이 다 사라진 것처럼 보일 때도 있었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인간적이고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한편에서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문자메시지의 해악을 예견이라도 한 듯 각국의 이야기꾼들은 오랜 세월 외면당하던 이야기 들려주기 문화를 되찾기 위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21세기 초반, "이야기꾼이 되자. 나의 두 발을 지금 이곳에 굳건히 딛고 서자. 심장과 숨결에 온기를 불어넣자. 상상력을 다듬자. 몸과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살아 있는 언어를 되찾자!"라는 외침에 수만 명이 호응했다.

 

실물 크기에 육박하는 초대형 TV가 거실과 안방, 부엌을 점령하고, 책이나 신문 같은 인쇄물은 아무도 읽지 않아 먼지를 뒤집어쓴 채 집안 곳곳에 처박혀 있는 시대에 전혀 다른 소통을 원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이야기 모임을 만들고 있다. 이야기를 통해 다음 세대에게 인류의 지혜를 전수하는 역할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 조부모, 교사, 공동체 지도자들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들의 노력으로 온전한 문장과 본래의 줄거리, 맛깔스런 입말이 되살아나고 풍성해지면서 가정과 학교를 비롯한 수많은 모임에서 우리가 그토록 소망하던 따뜻한 온기가 가슴과 가슴으로 전해지고 있다.

 

예로부터 이야기꾼은 청중을 즐겁게 하는 예능인이자 예술가였으며, 이야기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보듬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실제로 고대엔 이야기꾼의 길과 치유자의 길이 별개가 아니었다. 정신적 영감이 살아 있는 이야기는 지극히 짧은 시간에도 이야기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를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다. 상상 속에서 우리는 모든 문제의 본질을 상으로 그릴 수 있으며, 상상이야말로 무심코 지나쳤거나 애써 외면해온 진정한 변형의 지혜와 해결책의 무한한 원천임을 깨달을 때, 이야기꾼의 내면에는 과거의 마을 주술사들과 유사한 힘이 깨어난다.

 

2000년대 초반,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려는 교사와 상담자, 치료사들이 모여 마음의 병을 치료하고 아이들과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수단으로 이야기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더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곧 여기저기서 답신이 이어졌다. 이야기를 가지고 작업하던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곳곳에 세미나와 협의체가 만들어졌다. 지금은 <국제 치유 이야기 연맹 International Healing Story Alliance>이 조직된 상태다. 미국에 기반을 둔 이 단체에 영국, 스웨덴, 호주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이야기 단체들이 결합해서 구전의 전통을 되살리고 살아 있는 입말이 가진 온전함과 기쁨을 회복시키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

 

여러 단체와 협력하던 중 나는 이야기가 몸과 마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강연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2006년 처음 호주를 방문했다. 일정 중 우연찮게 바이런 베이에 들렀다가 이 책의 저자인 수잔 페로우의 초청으로 그녀의 집에 머물게 되었다. 수잔은 내게 그간 이야기꾼과 교사로 일하면서 어떤 일을 해왔는지 겸손한 어조로 조금씩 털어놓았다. 대화가 무르익어가면서 수잔의 서랍과 공책에서 이야기를 가지고 해왔던 수많은 시도와 성과가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고, 나는 긴 세월 동안 수잔이 치유 이야기꾼의 부름에 얼마나 성실히 응해왔는지, 얼마나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는지를 알고 놀라움과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지금 여러분 손에 들려 있는 이 책은 그때 우리 둘 사이에서 오갔던 감동과 영감의 결과물이다.

 

몇 달 동안 애쓴 끝에 수잔 페로우는 이야기꾼으로 걸어온 영감 넘치는 모험의 길을 이 책 한 권으로 정리했다. 나는 수잔의 따뜻한 마음씨와 상상력, 지혜가 이야기 들려주기의 즐거움에 불을 붙이고 독자들 내면에 깃든 치유의 힘을 일깨우리라 확신한다. 부디 이 책을 통해 여러분의 입에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든 이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치유의 언어가 흘러넘치기를 소망한다.

 

 

낸시 멜런, 아이들에게 이야기 들려주기의 저자

 

 

 

 

 

 

[출처 : 수잔 페로우, <마음에 힘을 주는 치유동화_만들기와 들려주기>, 푸른씨앗,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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