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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도르프 성교육 : 발달단계에 맞는 유아 성교육을 위해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0. 9. 15. 16:28

발도르프 성교육 : 발달단계에 맞는 유아 성교육을 위해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얼마 전 여성가족부가 '나다움 어린이책' 사업에서 책 7종을 회수하는 일이 벌어졌다. 아동문학 작가와 평론가, 초등학교 교사 들이 1년간 성교육을 주제로 기획하고 심사한 책들 134종 중 회수된 7종은 보수정당과 일부 개신교 세력의 항의를 받은 책들이다. '조기성애화, 동성애 조장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가장 논란이 된 책은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페르 홀름 크누센 지음, 정주혜 옮김, 담푸스, 2017)이다. 

 

 

처음 보는 사람은 놀랄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1971년 처음 출판되었고, 전세계적으로 어린이 성교육 참고도서로 많이 활용되어 왔다. 국내에서 이 책을 펴낸 담푸스 출판사에서는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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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는 1971년 덴마크에서 처음 출판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이 책은 수많은 부모가 자녀에게 읽어 주고, 그 자녀들도 자라서 자신의 자녀에게 읽어 주는 책이 되었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건, 이 책이 아이가 태어나기까지의 과정을 솔직하면서도 따뜻하고 간단명료하게 전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기는 어떻게 태어나?
“아기는 어떻게 태어나?”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받으면 혹시 당황하거나 막막하신가요? ‘엄마한테 물어 봐’ ‘아빠한테 물어 봐’ 하며 회피하지는 않나요?
아이들은 모두 자신이 어떻게 태어나게 되었는지, 내 동생이 어떻게 태어나는 건지 궁금해 합니다. 그리고 이런 궁금증을 갖는 건 아주 당연합니다. 꼭 알아야 하는 중요한 일이기도 하지요. 무엇부터, 어떤 식으로, 어디까지 알려줘야 할지 모르겠다고요? 그렇다면 이 책을 한번 보세요.

올바른 성교육의 중요성
우리나라 어른들은 성교육을 부끄럽게 여깁니다. 그래서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거나 ‘학이 물어다 줬다’는 식의 동화 같은 이야기로 얼버무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답변은 아이가 성에 대해 올바른 가치관을 갖는데 오히려 나쁜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성에 대해 올바르게 교육 받지 못한 아이들은 호기심에 인터넷을 포함한 각종 매체를 통해 무분별하고 잘못된 방식으로 성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게 되고, 이는 왜곡된 성 인식을 갖는 원인이 됩니다. 어렸을 때부터 올바른 성교육이 중요한 까닭입니다.

빠를수록 좋은 성교육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어떻게 성교육을 하고 있을까요? 북유럽 국가들은 유아동 성교육이 가장 잘 이뤄지고 있는 나라로 꼽힙니다. 덴마크에서는 1971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성교육이 의무 과목으로 지정되었지요.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는
덴마크에서 1971년 출시되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여전히 성교육에 대해 보수적으로 움츠러들고 있는 반면, 유럽에서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선진화된 성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정확한 성교육을 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던 것이지요. 특히 부모님이 아이들과 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아이들이 성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갖는 것을 방지하고 올바른 성 인식을 형성하는 데 정말 중요합니다.

충격적이지만 꼭 필요한 책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는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의 언론에 여러 번 보도되며 사람들에게 또 한번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1971년에 출시된 책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충격적인 수준의 그림과 글이라고 화제가 되며 아마존 사이트에서는 한화로 80만원이 넘는 금액에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책이 단지 수위 높은 그림과 글만 담겨 있을까요?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를 쓰고 그린 페르 홀름 크누센은 이 책이 특별할 때만 꺼내 보는 책이 아니라 가까이 두고 보는 평범한 책이라고 말합니다. 선생님이자 심리 치료사, 성 연구가인 작가는 사랑을 바탕으로 한 관계가 얼마나 행복하고 즐거운 일인지 솔직히 얘기하고 아기가 태어나는 과정을 간단하면서 따뜻한 시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얘기하지요. “이 책을 보고 놀라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꼭 필요한 책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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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성교육이 화두로 떠오른 이유는 소위 'n번방' 사건의 영향이 크다. '디지털 성범죄'에 무분별하게 노출된 청소년들의 피해가 상상 이상으로 심각했을 뿐 아니라, 미성년 여성을 성착취해 영상을 만들어 판매하고 유포한 가해자 가운데 가장 어린 나이는 12세였다. 

 

많은 아이가 SNS 및 유튜브를 통해 성지식을 얻는 현실에서 올바른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동감한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이다. 어떻게 해야 아이들에게 올바른 성교육을 할 수 있을까?

 

초등학교에서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같은 내용의 방송을 틀어주는 식으로 성교육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 역시 누구나 알고 있다. 중요한 것은 발달단계를 고려하여 필요한 지식을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전달하는 데 있다. 

 

 

위에서 소개한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는 만 9세에서 10세, 다시 말해 초등 3,4학년에게 적합하다. 여기에서는 <발도르프 성교육>의 내용을 바탕으로 설명해보고자 한다. 이 시기에 아이들은 어린 시절의 동심에서 벗어나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의심하는 단계이다. 내면에서 새로운 감정이 싹트고 세상에 대해 미묘한 거리감이 생겨난다. 아이는 눈에 보이는 현상을 의문 없이 받아들이는 대신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세상은 어떻게 생겨났지? 우리 엄마가 진짜 엄마가 맞나?" 이런 질문에서 나아가 "아기는 어떻게 엄마 뱃속에 들어가는 거지?" 같은 성적 질문도 나오게 된다.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사실적인 묘사를 해줄 수 있지만 지나치게 물질적인 접근보다 아직은 영혼적이고 정신적인 측면을 암시하는 것이 좋다.

 

"너를 위해서 몸을 만들고 키우는 숙제를 받았을 때 엄마 아빠는 무척 기뻤단다. 너를 잉태하게 된 과정을 이야기해줄게. 엄마와 아빠가 사랑하면서 포옹하고 애무하다가 아빠의 음경이 엄마의 질 속으로 들어갔고, 아빠는 엄마를 꼭 껴안아 아빠의 정자가 엄마 뱃속으로 들어가게 했어. 그래서 엄마 자궁 안에 있는 난자와 아빠의 정자가 만나서 네 몸이 생겨나게 되었단다."

 

만 9-10세 아이들은 이런 내용을 그다지 성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시기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고유함과 함께 자기 몸이 부모로부터 왔고 자기 존재가 부모의 연속임을 깨닫는 것이다. 이때보다 어린 시기인 만 3-7세의 아이들은 같은 내용을 다른 방식으로 전달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 시기의 아이들이 던지는 질문에 우리는 최대한 진지하게 답해야 하지만 부모가 먼저 그런 주제로 말을 꺼낼 필요는 없고, 또 아주 사실적으로 답변할 필요가 없다. 그저 내면의 그림을 줄 수 있다면 충분하다.

 

"구름 속 아득히 먼 곳에 넓은 초원이 있는데, 그곳에서 네가 아주 많은 사람과 함께 살고 있었어. 그런데 어느 날 사랑하는 하느님이 너를 불러서 이 세상에 오게 했고, 너는 엄마 뱃속으로 들어와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 엄마 아빠는 마침 아기를 기다리고 있었단다. 한참동안 자란 너는 엄마 뱃속이 비좁아지자 세상 밖으로 나오고 싶어 했어. 그래서 엄마는 널 세상 밖으로 내보내고, 포근하고 따뜻하게 옷을 입혔단다. 엄마는 너에게 따뜻한 젖을 먹이고 부드러운 이불 위에 뉘었지."

 

구체적인 생물학적 정보를 말해줄 필요는 전혀 없다. 아이는 그런 지식을 이해할 수도 없거니와, 그런 지식은 아이의 세계에 속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아기 아이는 임신 과정과 성적 사실들을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어린 동생이 태어나는 것을 가까이에서 보는 등의 경험으로 아이가 그런 질문을 던지는 경우, 판타지를 통해 아이에게 그림을 전달해주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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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발도르프 성교육 - 아동 발달을 토대로 한 성교육 지침> 마티아스 바이스, 엘케 륍케, 미하엘라 글렉클러, 볼프강 괴벨, 만프레드 반 도른 (지은이), 이정희,여상훈 (옮긴이) 씽크스마트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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