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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사회적 힘과 반사회적 힘, 공감의 대화 본문

인지학

사회적 힘과 반사회적 힘, 공감의 대화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8. 10. 18. 04:18

 

 

우리의 마음은 사고, 감정, 의지의 세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호감과 반감의 작용이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호감은 끌어안아 하나가 되고자 하는 힘이고, 반감은 밀어내 분리되고자 하는 힘입니다. 감정적으로는 좋거나 싫음으로 나타납니다. 이때 호감은 공감과 그 의미가 다릅니다. 호감이 단순히 좋아하는 감정, 무조건 감싸안는 마음이라면 공감은 (거리를 두면서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이심전심, 역지사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마음에서 반감은 사고를, 호감은 의지를 이끌어냅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싫을 때에는 정작 일어나지는 않으면서 온갖 생각만 떠오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의지가 강한 사람은 그냥 벌떡 일어납니다. 뭔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더욱 힘차게 일어날 수 있지요.

 

호감은 또 사회적 힘과 관련이 있습니다. 사회적 힘은 의식적으로 잠들어 상대방의 주장을 수용하는 힘입니다. 사회적 힘이 발달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줍니다. 이와 달리, 반사회적 힘은 깨어나 자기 주장을 펼쳐내는 힘입니다. 이때 반사회적이라고 해서 비도덕적인 것은 아닙니다. 반사회적 힘이 없다면 늘 다른 사람들의 주장에 중심을 못 잡고,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며 끌려다닐 수 있습니다. 다만 인류 역사에서 지금 시대는 지나치게 반사회적 힘이 강한 때입니다. 우리 사회만 봐도 저마다 자기 주장이 강해서 자기 권리를 내세울 뿐 양보하려는 모습은 부족합니다. 조금도 손해보려고 하지 않지요.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지 않으니 갈등이 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요근래 심각하게 여겨지는 아이들의 문해능력 저하는 공감능력의 저하와 연결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의식적으로 사회적 힘을 길러야 합니다. 내 의견을 잠시 내려놓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온전히 경청하는 연습이 필요한 것입니다.

 

갈등이 생기면 우선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마음이 딱딱하게 굳는 게 시작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몸, 특히 얼굴이 경직되고 웃음기가 사라집니다. 언성이 높아지고 말싸움이 시작되면 갈등이 고조되어 가는 것입니다. 이때 우리는 갈등이 더 이상 고조되지 않도록 상황을 멈추고, 대화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대화를 통해 내 마음을 표현하고 상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고 -> 감정 -> 의지의 순으로 자기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살피고 나누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래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은 의식적인 사고입니다. 무의식 또는 잠재의식의 차원에 있는 감정과 의지를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좀 더 깨어 있어야 합니다. 첫 번째 질문은 사고와 관련됩니다. "무슨 일이 있었지? 무얼 들었지? 무얼 보았지? 무얼 겪었지?" 이것은 돌아보는 것, 떠올리는 것으로 표상과 기억입니다. 관찰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요. 벌어진 일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떠올려 보는 작업입니다. 두 번째 질문은 감정에 대한 것입니다. "느낌이 어떻지? 기분이 어땠는지? 어떤 감정인가?" 머리를 쓰지 않고 가슴으로 느껴 봅니다. 느낌은 관찰보다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생각으로 가짜 느낌을 만들지 않고 내면의 감정을 온전히 느끼는 게 중요합니다. 

 

세 번째 질문은 의지, 즉 욕구에 관한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바라는 게 무엇일까? 당신은 원하는 게 무엇이지? 스스로 바라는 게 있다면?" 욕구는 감정의 뿌리입니다. 감정은 대체로 충족되지 않은 욕구 또는 충족된 욕구의 부산물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스스로 생각하고 믿는 가치관과 세계관에 의해 감정이 좌우되기도 합니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타인을 향하기보다 자기 자신을 향해 마음의 심층, 즉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들여다봅니다. 네 번째 단계에 가서야 상대방에게 바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합니다. 상대방에게 부탁을 하는 것입니다. 때에 따라서 순서는 달라질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방식으로 대화를 한다면, 우리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풀리고 공감으로 연결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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