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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의 관점에서 본 아동기 고유성 - 정윤경 본문

인지학/발달론과 기질론

슈타이너의 관점에서 본 아동기 고유성 - 정윤경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9. 5. 28. 06:51

슈타이너의 관점에서 본 아동기 고유성

 

정윤경(전주교대, 교육학)

 

 

1. 에테르체의 탄생으로 내면세계의 발달이 두드러진다.

 

초등학령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으나, 대개 만 6세부터 시작해서 6년간 이루어지는 것이 주류이다. 이것은 심리학적 측면에서 아동 발달을 고려할 때 6-12세까지의 아동이 초등교육에 적합하다는 것에서 근거를 찾는다(고재천, 2000: 308).

 

슈타이너 역시 7세에 초등교육을 시작하는 것은 유치원 단계 유아기와 구분되는 특징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7세 경에 시작해서 14세까지 아동기에 나타나는 발달 단계의 특징을 결정짓는 중요한 것은 '에테르체의 탄생'이다. 이 시기에 에테르체가 외피를 벗어버리고 새로 태어나므로, 비로소 에테르체에 교육의 힘이 작용할 수 있게 된다.

 

슈타이너는 인간의 네 가지 구성체로 우리가 몸이라고 하는 물질체(Physical body)와 이외에 에테르체(Etheric Body), 아스트랄체(Astral Body), 자아(I)를 들고 있다. 에테르체, 아스트랄체, 자아라는 용어는 슈타이너가 인간의 보이지 않는 영혼적이고 정신적인 속성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말이다.

 

에테르체는 생명계 고유의 힘을 나타내며, 식물계 및 동물계와 공유하는 부분이다. 아스트랄체는 고통과 기쁨, 충동, 갈망, 열정 같은 것의 전달자이다. 이것은 감각적 감정, 감각작용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간이 동물계와 공유하고 있는 부분이다. 자아는 지상의 어떤 존재와도 공유하지 않는 인간 고유의 속성이다(Steiner, 1972a: 26-28).

 

슈타이너는 에테르체가 유기체로 하여금 하나의 개체로서 자립시키는 생명력이라는 점에서 생명체(life-body)라고도 하며, 물질체의 형태를 형성하고 보존하는 작용을 하기에 형성력체(formative force body)라고도 한다(Steiner, 1971a: 14-15).

 

이러한 형성력의 변화로 유치원단계 주로 놀이였던 교육이 초등단계에서 변화를 보인다. 형성력이 유아기에는 주로 아이의 신체발달에 관여하였는데, 이제 형성력의 일부가 생물학적 영역에서 자유롭게 되어 내면적 수준에 더욱 영향을 주게 된다. 즉, 기억을 하고 습관과 성향을 형성하며 의식과 인격을 견고하게 하고 환타지와 기질을 건강한 방향으로 안내하는 것에 관련된 때가 된 것이다. 이것은 이제 교육이 이러한 내면 생활(inner life)의 발달에 관련되어야 할 때라는 뜻이다.

 

이때 내면은 슈타이너가 말하는 영혼(soul)을 뜻한다. 슈타이너는 영혼의 주된 활동을 크게 의지, 감정, 사고로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세 영역이 서로 별개의 것으로 간주되거나 분명한 경계가 있는 것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살아 있는 영혼은 세 영역 각각의 활동이 서로 관련될 때 제대로 파악될 수 있기 때문이다(Steiner, 1966: 71).

 

이 시기에 성장과 발달의 힘은 머리로부터 아래쪽으로 흐르고, 반면 의지의 힘은 손발과 신진대사체계로부터 위쪽을 향해 흐른다. 슈타이너는 이것이 교육상 중요한 인지학적 지식이라고 강조한다(Childs, 1991에서 재인용, p.41).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사고의 힘과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의지의 두 힘은 7-14세 동안에는 밀접하게 관련되지도 않고, 서로 섞이지 않으면서 가슴 부분에서 만난다. 호흡 및 혈액 순환과 관련 있는 리듬체계인 가슴 부분은 또한 영혼의 활동 중 감정 특성과 관련된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만일 우리가 7-14세 동안 감정 특성을 올바르게 발달시킨다면, 서로 다른 방향의 두 힘의 올바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Steiner, 1972: 91-92). 사고하는 힘과 의지를 내보이는 힘 사이의 올바른 관계는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둘 간의 바른 관계가 형성될 때, 비로소 인간의 행위는 도덕적 행위가 되며 아동은 도덕적 행위자가 될 수 있다. 슈타이너는 아동기 감정의 교육을 통해 의지와 사고가 중재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 시기 교육이 내면의 발달 중에서도 주로 감정 활동에 역점을 두어야 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에테르체의 탄생으로 인해 생기는 7년 동안의 변화를 좀 더 세분해서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7-9세 동안은 아직 7세 이전의 성향인 모방이 강하게 남아 있고, 아직 자기 자신과 주변의 환경을 구분하지 못한다. 이것은 여전히 신체 · 영혼 · 정신이 한 덩어리인 존재로서 세계를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때 아동은 주변 세계에 관해 상상력, 환타지라는 예술적인 형태의 인상을 갖게 된다. 따라서 추상적 개념으로 하는 교육은 효과가 없으며, 철저하게 예술적인 접근의 교육이 요청된다.

 

9세 경(3학년)에 아동은 자기 자신과 주변의 대상을 구분해서 인식하게 되고, 이때 내적으로는 놀람과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이로 인해 주변 대상과 환경과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긴다.

 

이 단계에서 발도르프교육은 아동에게 이제까지 통일되어 있던 세계의 해체의 의미와 뜻을 삶의 현상들을 통해서 제시함으로써 이와 같은 변화에 답을 주게 된다. 예를 들어 이때 산수 수업에서 분수를 가르치는데(4학년), 분수에서는 자연수의 고통스런 파괴가 일어나며 수의 새로운 차원을 배우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이것은 아동의 자아의식 속에서 단일했던 세상이 해체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해체 속에는 더욱 확대된 세계관에 대한 열쇠가 놓여 있다(Saßmannshausen, 1996: 9).

 

9-12세 사이에 나타나는 또 다른 특징은 에테르체가 아스트랄체와 자아로부터 분리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자아의 의식이 완전히 깨인 상태는 아니지만, 의식적으로 꿈 상태로 나타난다. 이것은 아동이 이전까지 무조건 세계에 대해 믿었던 신뢰감 대신 '세계가 정말 믿을 만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 시기 아동들은 '선생님 말이 정말일까?', '선생님은 어떻게 알았지?' 하는 마음에서 교사를 곤란하게 하는 질문을 많이 던진다. 이때는 교육적으로 아동에게 신뢰감을 재확신시켜 줄 권위 있는 어른이 필요한 때이다. 바로 이 역할을 해야 할 이가 초등학교 교사이다. 이때 아동의 신뢰감이 확고해지지 않으면 불안감이 자라서 성격과 기질뿐만 아니라 신체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슈타이너는 이때 교사가 아이들에게 해 줄 말보다는 교사 자신이 이런 아동에게 공감할 수 있는 내적 전략이 중요함을 역설한다(Steiner, 1982: 82). 즉, 의문이 생겨나는 아동을 공감하고 이런 아동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슈타이너에 의하면 12세 경을 전후로 에테르체는 또 변화를 보인다. 11세 전에 골격의 발달은 근육계의 발달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런데 에테르체의 힘이 근육계에 퍼지면서, 골격은 근육으로부터 더욱 독립적이 되고 물질세계로부터 오는 외부 요구에 더 많이 반응하게 된다. 따라서 11세 전 아동의 움직임은 외부 세계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자기 내부의 의지와 감정의 영향을 받은 표현에 가까웠다. 그러한 것이 12세가 되면서 움직임은 더욱 외부 물질계의 비율과 균형이라는 기계적 법칙에 의해 안내된다(Blunt, 1995에서 재인용, p.76).

 

이것이 아동의 의식에 시사하는 점은 다음과 같다. 12세 경에 에테르체가 처음으로 골격에 도달함으로써, 아동은 살아 있는 것과 죽어 있는 물질의 세계를 구분하게 된다. 골격은 근육에 비해 광물 세계의 성질에 가까운 것으로 에테르체 안에서 깨어나게 된다. 따라서 광물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되고, 그 결과 아동은 더욱 객관적으로 세계를 인식할 수 있게 된다. 기계적 법칙에 관해 인식하게 되면서 아동은 인과관계의 법칙을 알 수 있는 토대를 갖게 된다. 그러나 아직은 인과법칙이 내적으로 경험될 때에만 인과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과학이나 역사 교과를 가르치는 데에서 객관적인 인과법칙 자체를 가르치기보다는 자신의 경험이 될 수 있게 가르치는 것이 교육적으로 중요하다.

 

 

2. 아동은 7년 리듬의 발달단계에 따라 성장해가는 존재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에테르체의 탄생과 그로 인해 나타나는 아동기 고유성은 대략 7년 리듬의 발달단계별로 성장해가는 존재로서의 인간 특징으로 이해된다. 슈타이너의 인간관은 인간을 끊임없이 성장하고 진화해가는 발달론을 전제한다. 인간 본성의 변화가 크게 나타나는 시기를 경계로 인간 발달의 단계를 세 단계로 구분하는데, 대략 7년 리듬의 주기로 특징적인 발달단계가 나타난다. 7년 리듬의 발달이 나타나는 것은 젖니에서 영구치로 바뀌는 이갈이(7세 경) 시기와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사춘기(14세 경)이다. 이와 같은 신체적 변화는 영혼과 정신의 변화와도 관련을 갖는다. 이갈이는 신체 · 영혼 · 정신의 긴밀한 결합이 파괴되고 영혼이 두드러지게 활동하는 것이 가시적으로 나타난 것이며, 2차 성징의 발현은 세 요소가 각각 독립적으로 되고, 정신이 두드러지게 발달하기 시작하는 사태를 알리는 현상이다. 이와 같이 인간은 대략 7년 주기의 리듬에 따라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달하는데, 태어나서 처음 7년은 머리 부분이, 두 번째 7년은 가슴 부분이, 사춘기를 지나고 나면서 신진대사체계의 발달이 이루어진다.

 

7년 주기로 고유한 특징을 보이는 인간의 발달을 슈타이너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기도 한다. 슈타이너에 의하면,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사건이 7, 14, 21세 경에 일어난다. 출생을 포함한 4번의 계기를 통해서 인간은 네 가지 구성체를 갖게 된다(정윤경, 2004: 86), 7세를 기점으로 하나의 통일체였던 신체 · 영혼 · 정신이 분리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세 요소가 각각 분리되는 것이 아니고, 세 요소 중 둘씩 분리한다. 신체적 · 영혼적 부분과 영혼적 · 정신적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슈타이너는 신체적 · 영혼적 특성의 부분을 물질체와 에테르체, 영혼적 · 정신적 특성의 부분을 아스트랄체와 자아라고 부른다. 크게 두 부분으로 분리되기는 하지만, 그 근저에서는 상호 긴밀하게 결합돼 있다.

 

 

3. 아동은 신체, 영혼, 정신의 통합적 존재이다.

 

에테르체의 탄생으로 아동기에는 내면세계의 발달, 그 중에서도 감정 영역의 두드러진 발달이 나타난다. 이것은 아동이 신체(body)만의 인간이 아니라, 자기 고유의 내면세계를 갖는 영혼(soul)의 존재임을 의미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슈타이너의 인간관은 신체와 내면세계라고 표현되는 영혼 이외에 정신(spirit)의 차원을 포함한다.

 

7-14세 아동기 교육이 주로 내면, 즉 영혼 영역 중에서도 감정의 발달에 역점을 두지만, 궁극적으로 신체 · 영혼 · 정신의 통합적 존재로서 성장하게 하는 것이 발도르프 교육이 추구하는 바이다.

 

슈타이너에 의하면, 인간은 극히 복잡한 유기체로서 신체 · 영혼 · 정신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은 사고과정을 통해 개념을 형성하고 추상작용을 하며, 느끼는 과정을 통해 슬픔 · 기쁨 · 좋고 싫음의 감정을 가질 뿐만 아니라, 의지를 내보이는 존재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보이지 않는 내적인 면을 갖게 되는데, 이것을 슈타이너는 인간의 영혼이라고 한다. 의지 · 감정 · 사고로 대표되는 영혼의 활동을 통해 인간은 고차원의 정신세계와도 관계한다. 아동은 이와 같이 눈에 보이는 신체만이 아니라, 영혼의 활동을 통해 자기만의 내면세계를 형성해가며, 그것이 정신세계와 관계를 맺어 가는 신체 · 영혼 · 정신의 통합적 존재이다.

 

보통 신체와 정신, 마음과 육체로 이분해서 인간을 이해하는 것과 달리, 슈타이너는 인간을 삼원적 구조로 파악한다. 그가 영혼이라고 하는 영역은 영어의 정신 또는 마음으로 번역되는 mind와 차이가 있다. mind가 주로 사고나 생각을 뜻하지만, 영혼은 생각만이 아니라 감정, 직관, 지각, 의지의 활동도 포함한다. 여기에 정신이라고 하는 영역을 더하여 고차원적 세계와의 관련성 속에서 인간을 이해하는 우주론적 인간관을 보여준다. 이것은 합리적 이성을 가진 인간으로 설명하는 서구 근대적 인간관과 달리, 합리성 외에 비의적이고 영적인 차원을 포함하는 인간관이다.

 

또 신체, 영혼, 정신의 통합적 인간을 설명하는 데에서 슈타이너의 독특성이라고 하면, 보이지 않는 영혼과 정신의 세계를 눈에 보이는 신체, 물질의 세계와 긴밀하게 관련지어 이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체적 요소와 심리 · 정신적 요소를 상호관련지어 설명한다. 예를 들어, 슈타이너가 인간을 설명할 때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영혼과 정신 활동을 주관하는 신경-감각체계, 들숨과 날숨, 혈액의 순환 등 모든 순환을 담당하는 리듬체계, 그리고 신진대사체계와 손발(사지)이 그것이다. 이는 신체적으로 말하면 머리 부분, 가슴 부분, 손발 부분으로 나뉘며, 영혼의 관점에서 말하면 각각 사고, 감정, 의지 활동 영역이다.

 

 

 

[출처 : 정윤경, <아동기 고유성에 따라 결정되는 자유발도르프 초등교육 : 이갈이 시기에서 사춘기까지>, 교육과학연구 제36집 제1호(2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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