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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영혼달력에 대한 해설 본문

인지학/슈타이너 시

영혼달력에 대한 해설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2. 7. 12. 16:36

영혼달력에 대한 해설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슈타이너는 영혼달력이 부활절을 중심으로 시작되길 원했다. 부활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날이다. 예수는 유대교의 3대 축일 중 하나인 유월절에 십자가형을 받았다고 복음은 전한다. 그리고 숨을 거둔 지 사흘째 되는 날인 안식일에 부활하여 제자들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유월절은 이스라엘 민족이 모세의 지도를 받아 이집트를 탈출한 사건을 기념하는 명절로, 유대력 니산월(1) 14일 저녁에 시작해 15일까지이다.

 

그런데 기독교 교회력의 절기 중 가장 중요한 기념일이라 할 수 있는 이 부활절은 교파마다 날짜에 차이가 있다. 동방교회는 유대인의 유월절과 같은 날인 니산월 14일에 부활주일을 지켰고, 서방교회는 예수가 안식일에 부활한 것을 중시하여 지금과 같이 일요일을 고집했다. 춘분이 지난 뒤 첫 보름날이 유월절이므로, 서방교회의 전통에 따른 부활절은 춘분 후 첫 보름날 바로 뒤의 일요일이다. 이때 춘분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시점으로 낮의 길이가 밤의 길이보다 길어지기 시작하는 절기이다.

 

유대인들은 유대력으로 그들의 12월이 지날 때 보리 이삭이 보이면 새해 첫 달을 바로 시작했고, 아직 보리 이삭이 나오지 않았으면 윤달을 넣어 태음력과 계절을 맞추곤 했다. 따라서 새해 첫 달인 니산월은 이삭의 달인 것이다. 니산월에 여문 보리 이삭 첫 단을 신에게 바치는 날이 바로 유월절이고, 첫 단을 바치는 그날까지 유대인들은 떡이든, 볶은 곡식이든, 생 이삭이든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이와 유사한 동양의 명절이 바로 한식寒食이다. 그리고 한식은 청명淸明과 거의 한날이다.

 

 

크리스마스(1225)가 본래 태양의 부활을 기뻐하는 고대 미트라교의 축제일에서 연원했던 것처럼, 부활절은 봄의 부활을 기념하는 이교의 축제와 유대교의 유월절 그리고 예수의 부활사건이 접목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부활절을 뜻하는 독일어 오스턴Ostern은 봄의 여신 오스타라Ostara에서 온 것이다. 오스타라 여신은 달걀과 토끼처럼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며, 게르만 민족의 신화에서는 떠오르는 태양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부활절에 많은 교회에서 해맞이를 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렇듯 기독교의 부활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동시에 이교의 풍습이 섞인 봄의 축제이다. 이제 겨울은 완전히 물러가고 새로운 계절이 돌아왔다. 농부들은 한해 농사를 준비하고 파종을 하기 위해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정확히 하자면 영혼달력은 매년 달력의 날짜를 수정해야 한다. 음력을 고려한 부활절의 날짜가 해마다 달라지기 때문이다. 니케아공의회에서 손을 들어준 서방교회의 방식에 따르면 부활절은 322일에서 425일 사이에서 정해진다. 따라서 1912/1913년 영혼달력 초판에서 부활절은 1912년이 47일이고, 1913년은 323일이었다. 1918년 재판에서는 331일이었고(책에서는 41일부터 시작한다), 그 이듬해에는 420일이 되었다. 19253판에서는 412, 그 이듬해인 1926년에는 44일이었기 때문에 52편의 시를 온전히 한해에 담기 어려웠고, 판본별로 날짜가 다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 책에서는 부활절의 날짜를 청명인 45일에 맞추었다. 청명은 춘분 바로 뒤에 오는 절기로서, 봄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청명에 이르러서야 정말로 봄이 왔음을 실감한다. 의 기운이 음의 기운보다 강해지기 시작하는 춘분을 지나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명에 와서야 봄은 완전히 되살아났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의 음력 명절인 삼짇날도 대략 이 즈음이다. 또한 천문학자 브래들리 섀퍼Bradley E. Schaefer의 연구에 따르면,* 예수의 사망 당시 유월절은 서력 3343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예수의 부활은 사망 사흘째인 45일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슈타이너는 앞뒤로 3편 정도의 시들이 비슷한 분위기를 띠기 때문에 날짜가 절대적이지는 않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첫 번째 시의 시작일을 45일로 정한 이유이다.

 

* Schaefer, Bradley E.(March 1990). “Lunar Visibility and the Crucifixion”. Quarterly Journal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기독교의 축일들은 태양의 흐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봄의 절정인 부활절을 시작으로, 요한축일은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지 즈음이다. 미카엘축일은 추분에 맞닿아 이어지며, 그리스도의 강림을 기다리는 대림절 기간은 대설에서 동지까지를 포함한다. 하지를 지나 6개월 동안 계속 남쪽으로 이동하던 태양은 동지에 와서 가장 작게 보일 뿐만 아니라 동지부터 사흘 동안 남쪽으로의 움직임을 멈춘다. 이른바, 태양의 죽음이다. 이때 태양은 남십자성에 머물다가 1225일이 되어야 새롭게 북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여기에도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상징이 담겨 있다. 슈타이너는 비학 강연에서 그리스도 존재가 태양에 머물고 있으며 태양을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태양의 움직임과 계절의 변화는 우리의 자아와 영혼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다.

 

겨울의 정점(40)일 때 우리의 자아­의식은 가장 깨어나게 된다. 그리고 여름의 정점(13)에서 자아­의식은 잠들어 꿈꾸는 듯한 의식의 상태가 된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처럼 일 년은 이러한 흐름으로 진행된다. 다시 말해, 여름이 가까워올수록 자아는 잠들어가고, 여름에서 멀어질수록 깨어난다. 마찬가지로 겨울에 가까이 갈수록 자아는 깨어나며, 겨울에서 멀어지면 잠들어 버린다. 이것은 상대적인 모습으로 52번째 시는 1번째 시보다 자아의 측면에서 깨어 있다. 역시 1번째 시는 2번째 시보다 깨어 있다. 이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영혼달력은 전체적으로 24절기와 연결된다. 절기력은 태양을 기준으로 한 양력으로 태양이 지나가는 길을 따라 벌어지는 여정을 보여준다. 이렇듯 일 년은 그 자신의 고유한 생애를 지니며 매년 반복된다. 슈타이너는 우리가 명상을 통해 일 년의 생애를 체험하게 된다면 올바른 자기인식의 길에 들어설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 명상을 통해 우리 내면의 리듬과 세계의 리듬을 연결하여 영혼 깊은 곳에서부터 정신의 본성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대극으로 마주보는 두 시를 함께 담는 형태를 취했고, 1918년 재판의 수정된 사항을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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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번째 주, 2: das Geistesweben

19번째 주, 4: Es soll

20번째 주, 5: An sich

23번째 주, 6: des Herbstes Weltenschlaf

26번째 주, 4: meine Geistestriebe

28번째 주, 2: Erfüllen

 

 

 

[출처 : <루돌프 슈타이너 명상시집>, 슈타이너사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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