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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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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학

인지학에 따른 경제생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6. 5. 25. 13:32

인지학에 따른 경제생활

 

김종철


 

안녕하세요? 제가 생각했던 모임과는 다르네요. 저는 발도르프학교 교사들 몇 분과 학부모님과 간담회하는 줄 알았어요. 이 정도면 거의 선거분위기가 나네요. 시간이 없으니까 바로 시작하지요.

 

루돌프 슈타이너의 경제생활이라고 강연 제목을 정했습니다. 요청을 받았을 때는 작년이었습니다. 저는 4월달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모르고 그 사이에 공부를 하면 되겠지, 했는데 당황스럽습니다. 그래서 어제 오전부터 저녁까지 책을 좀 보려 했는데 못 봤습니다. 물론 인터넷에 보면 영어로 된 슈타이너의 자료가 굉장히 많지요. 하지만 엄두가 안 나서 일본에서 나온 슈타이너 일반경제학을 읽어보려고 했습니다. 강연내용이 제목과 핀트가 안 맞을 수도 있습니다.

 

슈타이너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발도르프학교. 누구나 발도르프학교에 대해 먼저 알잖아요. 그 다음에 생명역동농법. 그리고 여기 와계신지 모르겠는데 리타 테일러 선생님을 통해 접했습니다. 그분은 예전에 병을 인지의학적인 방식으로 고치신 분입니다. 인지학협회 회원이시구요. 슈타이너는 여러 가지 방면에 다 작업을 하신 분입니다.

 

저는 정농회 분들도 많이 알고 있는데, 그분들은 나이가 많으시니 일본말을 한국말보다 더 잘하십니다. 그래서 일본판 농업 관련 책을 번역하셨다고 합니다. 저에게 감수를 부탁해서 영어판과 비교해서 봤는데 번역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그때만 해도 제가 순진해서 이것을 좋은 책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제가 일이 많은 사람이라 그게 되겠습니까? 그래서 몇 장 하다가 돌려보냈는데 나중에 보니까 그냥 출판했더라구요.

 

일본판도 문제가 있겠지만 슈타이너도 문제가 있습니다. 왜 그 모양으로 쓰는지 모르겠어요. 나무는 어머니와 같고 풀은 남성과 같고... 사기 치는 것 같지는 않지만 너무 어렵습니다. 농법에 따른 달력도 있습니다. 별들 보고 씨앗을 심는 방법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을 보통 농부에게 과학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잖아요. 저도 구해서 먹어본 적이 있습니다. 쌀알이 굵더군요. 특별히 맛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암소뿔에 똥을 넣어서 숙성을 시킨다고 하는데 잘 이해가 안 갔습니다. 정농회 분들도 몇 번 하다가 그만 두시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할 수 있는 만큼 했으면 합니다. 이 책(슈타이너 일반경제학)도 참 그렇더라구요. 좀 쉽게 쓰지. 강의 준비를 하면서 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그냥 제 재미로는 이것저것 봤으니까요. 보니까 생각이 창의적인 사람이 틀림없더라구요. 그리고 발도르프학교는 그 취지에 반대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문제는 이게 섬이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나름대로 해방구라는 의미는 있지만 섬이 되어 있습니다. 용어를 보편적으로 써야 합니다. 일반 학교에서도 받아들일 수 있게 쉽게 써야 합니다.

 

제가 슈타이너에 미친 사람은 아니니까 제 수준에서 이해한 만큼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는 원래 지역통화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1996년이라고 기억합니다. 그때부터 지역통화에 사람들이 큰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IMF가 터지고 확산이 되는 듯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해지면서 지금은 몇 군데 안 남았습니다. 거기에도 슈타이너 이름이 나오더군요.

 

키엠가우어 Kiemgauer라는 독일 지역의 발도르프학교 출신자들이 지역화폐를 쓰는 걸 봤습니다. 인터넷에서 동영상으로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느끼는 건데, 인간존엄성에 대해 굉장히 생각을 많이 하시는 분이더군요. 지금 이렇게 살다보면 임금의 노예가 된다고 했습니다. 자본주의에 대해 비판하지만 사회주의자는 아닙니다. 인간 노동력의 상품화에 대해 분노와 슬픔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볼 때는 거기에서 출발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 사는 모습이 인간 이하라는 것입니다. 인간이라면 노동도 품위 있는 노동을 하면서 정당한 임금을 받고 정신적이고 문화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노동 형태가 비인간적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이 말은 여러 사상가들이 했지요. 다만 슈타이너의 경제학은 여기에서 출발했다는 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사람의 삶을 위엄 있게 이끌어 가느냐 하는 것이 중심과제였습니다.

 

20세기 초에는 특히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에 아나키스트 사상가들이 많았습니다. 아나키즘이 맑스-레닌 때문에 사회주의에서 비주류로 밀려나고 지식인의 관심을 못 끌었는데 사실 굉장히 중요한 사상입니다. 협동조합도 그렇고, 발도르프학교 같은 경우는 전형적으로 아나키즘적인 것이지요. 국가 자본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개인들이 연합해 학교를 운영해 나갑니다. 현대는 의지할 데가 국가 아니면 교회나 절 같은 곳밖에 없지요. 하지만 현재 종교단체는 거의 기업화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의지할 데가 없고 외롭고 힘듭니다.

 

하지만 아나키즘은 개인들의 연합을 지향합니다. 기본적으로 슈타이너 사상의 뿌리는 그 무렵 한창의, 물론 사회적인 주류는 아니지만 비주류 사회주의 사상이라고 할 아나키즘 사상과 깊숙이 연관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분의 경제사상도 테두리는 아나키즘이라고 봅니다. ‘associative’라는 말을 계속 쓰거든요. 개인들의 결사체 경제입니다. 아이들 교육도 국가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 아이와 부모와 지역사회가 떠맡아나갈 문제다, 그것이 근본적인 자치다, 이거죠.

 

일본에서 파시즘과 싸웠던 사람이 세운 자유학교가 있습니다. 발도르프학교 하는 분들은 다른 사상이나 문화는 공부 안 하십니까? 왜 그러십니까? 인간 세상이란 그런 것 같습니다. 일단 객관적인 조건이 주어지면 비슷한 반응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동양이니까 다르다, 이런 게 아니라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를 경험하지 못했으니까 그런 거지 일단 자본주의에 진입하면 비슷한 모습이 나오는 것입니다. 다 똑같습니다. 아시아 사람이나 아프리카 사람이나 아마존 사람도 다 그렇습니다. 화내면 싫어하고 잘해주면 좋아하고 뇌물 주면 좋아하고 칭찬하면 방긋방긋 웃고.

 

일본 군국주의가 사회를 지배할 때 자유학원을 만든 사람이 있습니다. ‘하니 고로라는 분입니다. 이분은 원래 귀족인데 하니는 자기 처가의 성입니다. 일본에서는 처가 성을 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똑똑한 사위를 얻으면 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런 생각 때문에 일본이 우리보다 근대화가 앞섰던 것입니다. 일본에 주부의 벗이라는 유명한 잡지가 있습니다. 자기 처가가 이 잡지를 창간한 사람입니다. 이 양반은 맑시스트입니다. 감옥살이도 했지만 오래는 안 했습니다. 워낙 귀족집안이고 권력자들도 다 친구였습니다.

 

30년대면 일본이 중일전쟁을 일으켜서 굉장히 암흑시기로 들어갑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국기 걸어놓고 애국가 부르는 것도 다 그때 생긴 거 아닙니까? 이 양반은 교육부터 고쳐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곧 70인데 기본적인 감수성과 생각 등은 어릴 때 형성됩니다. 제 아버지가 항상 야당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항상 야당이 되었습니다. 물론 나중에 수정될 시기가 옵니다. 하지만 그 경험은 고통스럽습니다. 모자란 놈은 더 고통스럽습니다. 더 모자란 놈은 끝까지 고집합니다.

 

이 사람이 군국주의에 저항하는 방법으로 자유학원을 만들었습니다. 왜 학원이라고 했느냐? 당시 문부성의 지시를 다 따라야 했습니다. 그래서 양재학원, 주산학원 같은 학원을 한 겁니다. 그래서 초등, 중등, 지금의 대학과정인 고등과정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엄혹한 시기에도 학생이 다 찼다고 합니다. 그런데 전시 하에서 이게 무슨 영향력이 있었겠습니까? 그걸 모를 리가 없었을 겁니다. 그러면 왜 하느냐? 인간 정신성을 계승해야 한다는 거죠. 로마가 망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정신을 고립된 수도원의 수도사들이 이어갔듯이 누가 이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동경 한 복판에 보존되어 있습니다. 건물은 당대 최고의 건축가가 지었습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입니다. 세계 최고의 건축가였습니다.

 

그 사람이 동경학원에 와서 공짜로 설계를 해줍니다. 갔다 온 사람들이 말하길 규모는 작지만 예술품이라고 합디다. 저는 전쟁 직후에 학교를 다녔으니까 어쩔 수 없지만 왜 학교 건물과 형무소 건물이 왜 그렇게 똑같은지 모르겠습니다. 건물은 예술이잖아요. 사람들이 살면서 건물을 다니니까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습니다. 하니 고로는 학교건물이 예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상 이전에 미적 감각입니다. 추하면 더 이상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인간관계도 그 사람 인상 좋네, 하면 계속 좋게 봅니다. 학교건물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나무도 많고. 작년에 심은 거 말고 백년 전에 심은 나무 말입니다.

 

제가 영남대에 근무할 때 거기에는 오래된 나무가 많았습니다. 어느 날 산보를 하다보니까 내가 사랑했던 나무가 없어진 거야. 관리를 하는 박물관장에게 전화를 해보니 자기가 필요해서 베었다는 거야. 어찌나 화가 나는지. 학교에 좋은 나무 한 그루는 시시한 선생 10명보다 낫다고 했습니다. 사람이 자라면서 어떤 경우로 철학자가 됩니까? 나무 보고 됩니다. 괴테 보고 되는 줄 알아요? 괴테도 나무 보고 괴테가 된 겁니다. 저는 이 나이에도 나무를 보면 마음이 이상하게 얄궂어집니다. 특히 하늘로 향해 있는 나무의 끝. 혼자서 생각하게 하는 게 나무입니다.

 

형무소 건물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차라리 불타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니 고로가 생각할 때 학교가 좋으려면 첫째 교사가 좋아야 하고, 둘째 계단이 없어야 한다는 겁니다. 계단이라는 건 위계 아닙니까? 인간 평등을 위배하는 겁니다. 장애인 복지 이전에 계단이 없는 겁니다. 그리고 중요한 게 뭡니까? 교장실? 아니요, 식당입니다. 식당에 전교생이 모이는 겁니다. 점심시간에 다 모여서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그날 학교에 손님이 왔으면 손님 이야기를 하고 여러 이야기를 합니다. 이 사람은 정규 커리큘럼이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셋째, 교과서가 없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교과서는 평균 이하의 교사들을 위해 존재한다고 했습니다. 철저하게 국가를 부정하는 것이었습니다. 국가는 국민을 통제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 교과서입니다. 그런 국가가 어디죠? 어디요? 아닙니다. 프랑스입니다. 프랑스의 원전 의존도가 80%가 넘는 이유가 뭔 줄 아십니까? 왜 그런지 아세요? 프랑스는 철저하게 중앙집권적인 국가이고, 군국주의입니다. 그래서 제가 프랑스 지식인들을 믿지 않습니다. 도대체 뭐하는 거냐? 남태평양의 무구한 식민지에 가서 핵실험이나 해서 영구히 땅을 못 쓰게 하고 누대로 사람을 망쳐놓고 자기들은 지적인 유희를 합니다.

 

독일은 분단국가였고, 군국주의를 경험했기 때문에 치를 떱니다. 원자력발전을 왜 하냐면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시라도 핵무기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 겁니다. 원자력을 돌리지 않으면 핵무기를 만들 수 없습니다. 플루토늄은 원자력을 돌려야 나올 수 있습니다. 프랑스는 절대 미국에 지지 않겠다는 드골주의에 따라 그렇게 많은 원자력발전소를 지은 겁니다. 완전히 미친놈들입니다. 그것과 프랑스 교육이 관련 있습니다. 교육부장관이 오전 11시에 개별 고등학교 교실에서 어느 정도까지 진도가 나갔는지 다 압니다. 그래서 제가 세상에서 제일 경멸하는 나라가 바로 프랑스입니다.

 

아나키스트가 없는 나라는 없지만 프랑스는 별로 없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나라는 스페인, 이탈리아입니다. 가난해서 좋아하기도 하지만 아나키스트들의 천국이죠. 하여튼 우리가 알아서 하자는 겁니다. 미국에서 제일 빨리 박사학위 받는 사람이 한국인과 중국인들이죠. 스페인, 이탈리아는 편안합니다. 돌아가면 햇볕과 여자친구가 있다는 겁니다. 가장 식사시간이 긴 나라는 이탈리아입니다. 평균 45. 제가 가르쳤던 학생들이 경악했습니다. 몇 그릇을 먹길래 45분이 걸리는 겁니까? 이 사람들은 포도주도 먹으니까. 그러면 제일 빨리 먹는 나라는 어디인 줄 아십니까? 이런 조사를 하는 것도 일본이니까 하는 겁니다. 학자가 많으면 이렇게 됩니다. 편안한 나라가 되려면 과학자를 줄여야 합니다. 세상이 더 발달해야 합니까? 이해가 안 돼. 제일 빨리 먹는 나라가 한국입니다. 평균 8분입니다. 이것도 학생들이 놀라더군요. 그렇게 오래 걸려요? (웃음)

 

이탈리아 사람은 우리랑 비슷합니다. 키도 비슷하고 반도이고 친척 중에 미국 사는 사람 없는 데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게 다르다는 거죠. 하루 하루를 즐겁게, 재밌게, 맛있게 여자친구랑 남자친구랑 사는 게 좋습니다. 그래서 아나키즘이 많이 나왔습니다. 한국도 전라도는 음식이 맛있습니다. 영남은 그렇지 않습니다. 논도 없고, 유일하게 과거 봐서 서울로 가야 합니다. 그래서 긴장을 많이 합니다. 음식도 맛이 없습니다. 그래서 중앙에서 눈이 벗어나면 죽는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하지만 전라도는 먹을 것도 많으니까 놀기도 잘하고, 그래서 사회주의도 많이 생긴 겁니다.

 

아까 얘기로 돌아와서, 텍스트가 없다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발도르프학교도 없지요. 당연히 없어야지요. 이 양반은 역사와 철학을 가르쳤습니다. 교과서는 그때 그때 마음대로. 때로는 신문을 가지고. 당시에는 다 관보였지요. 볼 게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양반은 빨간펜을 가지고 줄을 쳤습니다. 행간을 보는 거죠. 일본군이 승승장구한다면 지는 겁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비판적인 안목이 굉장히 커진 겁니다. 국가의 종으로, 기업의 종으로 살면 안 된다는 겁니다. 주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거죠. 동양에도 대단히 훌륭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당시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채털리 부인의 사랑도 아이들과 다 읽고 토론을 했습니다. 한 여학생이 발표를 했습니다. 처음부터 그 작품이 반전사상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외설로 보는 사람은 지가 그런 성향이어서 그런 겁니다. 반전사상이 많은 사람은 처음부터 반전으로 보았습니다. 그 양반은 해방 후에 참의원을 하고 일본 국회도서관을 만든 사람입니다. 국회에서는 가장 중요한 게 도서관이라고 했습니다. 국회가 행정부의 시녀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행정부는 국민을 통제하려 하는데 이걸 규제하는 게 국회여야 하니 책을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거기 복도 중앙에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말을 썼습니다. 이걸 가능케 했던 보좌관이 그 여학생이었습니다.

 

자유학원 나오면 문부성에서 주는 졸업장을 못 받는데 학부형들은 그런 거 필요 없다는 겁니다. 그런 사람들이 정신적인 가치를 이어가는 겁니다. 발도르프학교도 그런가요? 그럼 제가 여러분을 세게 칭찬한 겁니다. 교육도 이러한데 경제도 그렇습니다. 사회주의자들은 사유재산을 철폐하고 주요 경제시설을 국유화합니다. 소련도 그렇고 중국도 그렇고 북한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런 걸 사회주의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대체 무엇인지...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픕니다. 남한에서는 미국이 감사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지만 북한에 얼마나 폭탄을 많이 터트렸는지 유럽전쟁 때보다 더 많이 터트렸습니다. 평양에는 건물이 두 채 남았을 정도입니다. 상처가 그만큼 큽니다. 남한에서는 뉴스에 안 나오지만 군사훈련할 때 실제로는 핵무기를 탑재한 폭격기들이 왔다갔다 하는 겁니다. 그러니 저쪽에서는 전율하는 겁니다. 이런 것들을 알고 비판해야 합니다.

 

결국 우리나라 사람들이 망하는 게 원리주의입니다. 북한은 주체 원리주의이고, 남한은 무역 원리주의입니다. 삼성 주식 50% 이상을 외국인들이 갖고 있습니다. 외국기업이에요. 그럼에도 환율, 임금 모든 것이 도와주는 정책을 쓰는 겁니다. 고환율 정책을 쓰면 소비자들만 골탕을 먹습니다. 북한도 중국과 무역을 잘 하면서 어느 정도 살아야 통일도 논할 수 있습니다. 사실은 중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겁니다. 중국과 소련이 사이가 안 좋으니까 주체를 선언한 게 아닙니까? 결국 사상입니다. 물질적인 조건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상이 중요합니다.

 

세상이 지금 보통 상황이 아니잖아요. 저는 손자 없어요. 손자 볼 생각도 없습니다. 저한테 손자가 있으면 미칠 것 같을 거예요. 앞으로 세상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이런 사태가 없었습니다. 인류 사회라는 게 소멸될지도 모릅니다. 지금 젊은이들이요, 환경 이런 건 접어놓고, 지금 젊은이들 대학 나와서 10, 20년 직장 못 갖고 평생 늙어죽을 사람들 수두룩합니다. 정부가 하는 게 뻔합니다. 다시 부동산 부양하려고 합니다. 세계경제가 망해도 일단 5년만 넘겨보자는 것입니다. 지난 번 선거에서도 간단하다고 합니다. 아파트 가진 사람들은 전재산이 아파트에 다 있으니까 전부 다 새누리당 찍었다는 겁니다. 민주당이 집권해도 마찬가지겠지만 새누리당이 비도덕적인 일도 잘하니까, 과감하게 잘할 거라 믿고 50대들이 왕창 찍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정년연장 해줄 것이다. 이 두 가지라고 하대요. 선거도 이런 토대 위에서 아무리 해봐야 올바른 정부 들어설 수 없습니다. 희망이 없습니다. 요즘 제가 강연을 뜸하게 하는데, 대학에 가서 보면 참 한심한 대학들이 많습니다. 아직도 건물 짓는 대학이 많습니다. 앞으로 10년 안에 없어질 대학이 절반 이상인데 계속 짓고 있어요. 5%, 6% 또 고성장할 거라 믿지만 절대 안 옵니다. 그래서 정치인들, 지식인들 공부를 해야 하는데 맨날 똑같은 소리입니다. 원리주의는 안 됩니다.

 

저는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사상의 빈곤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아베 신조를 보십시오. 일본의 근대국가는 일단 센 소리를 하는 사람에게 표를 주거든요. 장기적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일본은 20113월 쓰나미 때문에, 쓰나미는 어쩔 수 없지요. 원전사고 때문에 일본은 인근 국가에 정중하게 사과해야 합니다. 여러분 명태 먹어요? 고등어 먹습니까? 여러분은 먹어도 애들은 절대 먹이지 마세요. 지금 검사 안 합니다. 부산세관에서 검사 하면 들어올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요.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힌 것도 들어온다고 합니다. 일본 산업쓰레기 얼마나 많이 들어왔습니까? 강원도 시멘트 공장에서 고열로 재를 만들어서 그걸 시멘트에 넣습니다. 최근에 지어진, 10년도 넘었습니다. 20년 동안 지어진 시멘트 건물들, 완전 독성 투성이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사갈 때 낡은 집으로 가요. 그걸 그렇게 문제 삼는 사람이 많은데 정부에서 말을 안 들어요. 일단 이익집단, 기득권구조가 형성되면 절대 안 없어져요.

 

그동안 사회주의자들은 사유재산을 없애고 국유화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차별적으로 기간산업을 국유화했습니다. 소련이 그랬다고 무조건 소련이 나쁜 사회는 아닙니다. 지난 호 녹색평론 보셨습니까? 소련에는 다차라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공을 세운 귀족들만 땅을 나눠줘서 다차가 귀족들의 근사한 별장을 말했습니다. 그런데 소련의 지도자들이 그것을 노동자들에게 나눠줬습니다. 시골의 조그마한 땅덩어리를 노동자에게 주니까 주말마다 가서 텃밭도 가꾸고 꽃도 키웠습니다. 아이들이 아무리 번잡한 도시에 살아도 매주 주말 시골에 가는 겁니다. 소련의 경제난 때도 굶주리지 않았습니다. 자기들이 감자를 키워 먹었습니다. 지금도 90% 이상의 감자 수확량이 개인 텃밭에서 나옵니다. 가서 낚시도 하고 산딸기도 따고 같이 어울려 놀기도 하고. 나름대로 시골에 공동체도 형성되잖아요. 이걸 보면서 제가 느낀 게 지금 이 세상에서 러시아만큼 심신이 건강한 사람도 드물겠다는 겁니다. 사람이 텃밭을 가꾸냐, 안 가꾸냐는 엄청난 차이입니다. 독립심이 생기고 겁이 안 납니다.

 

한국의 노조가입률이 10%도 안 되잖아요. 노동운동이 쇠퇴해간다는 건 노동자, 빈자들이 더 가난해진다는 겁니다. 오로지 자본가들의 선의만 기다린다는 겁니다. 우선 노동운동이 되어야 민주주의도 됩니다. 왜 우리나라 노동운동가들은 잘 나갈 때 농촌과 연결하는 운동을 하지 않았냐는 겁니다. 큰 실수입니다. 작업장의 식당을 농촌과 연결해 왜 협동조합을 못했냐는 겁니다. 사상이 없었던 겁니다. 우리 노동운동가들은 사유재산철폐, 국유화 밖에 없었던 겁니다. 협동조합이 없었던 겁니다. 아나키즘이 없었습니다. 개인들의 연대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아버지 세대인 농부들의 삶을 보지 못했습니다. 자기들 소득 챙기고 자식들 대학 보내는 것만 관심 있었습니다. 농촌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었습니다. 사상의 빈곤입니다. 결국 자기만 손해 보는 것입니다.

 

소련은 결국 국유화를 하면서 산업주의로 갔습니다. 석유로 공장 돌리고 대량생산 했습니다. 북한도 소련에 의존하다가 소련 망하니까 속수무책입니다. 왜 소련으로부터 석유를 풍부하게 공급받던 때에 산림녹화도 안 했는지 화가 납니다. 산이 너무 헐벗어서 비만 오면 홍수가 납니다. 비탈밭도 한꺼번에 사라집니다. 계속 악순환입니다.

 

협동조합과 자립을 통해 개인들이 생활을 주체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아나키즘의 사상이 100년 동안 밀려나 있던 게 인류의 비극이라고 생각합니다. 슈타이너도 그런 사상가 중의 한 명입니다. 하지만 계속 밀려나고 조롱당했습니다. 지금도 한국의 진보진영 이론가들은 아나키즘 사상이 없을 겁니다. 협동조합이 각광 받지만 이론적인 바탕이 없습니다. 발도르프학교 같은 경우는 무의식 중에 아무 생각 없이 했던 거구요. 자기들의 행동이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고 한 거야. 슈타이너를 포함한 독일의 사상가들, 구스타프 란다우, 실비오 게젤 등은 경제문제에 대해 독특한 성찰을 합니다. 경제문제 중에서도 화폐, 금융을 다뤘습니다.

 

녹색평론이 다음 달에 130호가 나오는데요, 130번 책을 내면서 항상 제 머릿속에 생각은 어떻게 하면 경제성장을 멈출 수 있느냐입니다. 한정된 별인 지구에서 어떻게 계속 경제성장을 할 수 있습니까? 말이 안 되잖아요. 지구는 갈수록 황무지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도 석유 떨어지면 다 민둥산이 될 걸요. 지금 대안에너지에 대해서 각성을 했는데 저는 그 이전에 전기를 안 쓰는 생활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내복도 두껍게 입고요.

 

성장 안 하면 죽는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치고 성장을 안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진보적인 경제학자들도 대부분 성장은 해야 한다고 봅니다. 성장이 안 되면 고용을 어떻게 하냐는 거죠. 일자리 문제를 말합니다. 소비생활을 해야 하고 그래야 공장이 돌아간다. 그걸 어떻게 더 인간적으로 할 것이냐에 따라 진보와 보수가 나눠집니다. 성장을 멈추지 않습니다. 지상명령입니다. 한겨레신문이고 조선일보고 관계가 없습니다.

 

노무현 정부 잘못한 게 없다, 오히려 노무현 정부 때 경제성장률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아파트 거품을 다시 키우는 것도 이 성장을 하자는 겁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말로 탐욕을 줄이자고 하면 탐욕이 줄어듭니까? 사람 중에는 더 탐욕적인 사람이 물론 있지요. 생존을 하려는 기본적인 욕구가 있습니다. 우리가 마음가짐으로라도 가난을 받아들이자고 저는 주장합니다. 그렇다고 비참한 가난을 말하는 건 아닙니다. 10년이고 20년이고 일도 못하고 빌어먹는 건 아닙니다.

 

그러면 뭐가 문제냐는 거지. 그러니까 우리를 탐욕스럽게 하는 메카니즘이 있다는 겁니다. 성장을 안 하면 안 되게끔 하는 메카니즘이 뭐냐는 거지. 성장이라는 말은 2차대전 이후에 생겼습니다. 넓혀서 자본주의가 생기기 이전에는 성장이 없었습니다. 중세시대에 무슨 성장주의가 있었습니까? 아버지가 농사를 지었으면 자식도 농사를 지었지요. 오천년, 만년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래프 곡선이 올라가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순환적으로 살아야지요. 녹색경제라는 것이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상승곡선을 내리자는 겁니다. 그러면 문제는 나쁜 놈입니까? 아닙니다. 옛날에도 나쁜 놈은 많았습니다. 결국은 돈이라는 겁니다.

 

슈타이너도 참 머리가 좋았던 사람입니다. 돈에 대한 문제, 노동력의 상품화 문제를 다뤘습니다. 상품이 되어서는 안 될 게 상품이 된다는 겁니다. 위대한 전환이라는 책을 쓴 폴 칼라니도 그런 얘기를 합니다. 사람이 어떻게 노동만 하고 삽니까? 인간이에요. 상품이 되어서는 안 될 토지, 인간, 자본이 상품이 되기 때문에 악이 출발한다는 겁니다. 토지는 하느님이 주신 우리의 공동재산이라는 거죠. 부동산투기로 부자가 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또 인간을 어떻게 임금노동이라는 이름으로 상품화하느냐는 겁니다. 그리고 돈입니다. 자본. 자본은 경제순환을 일으켜서 사람들이 불편함 없이 생활하는 윤활유지, 어떻게 상품이 되냐는 겁니다. 슈타이너는 특히 자본이 상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돈이 상품이 된다. 지금 그렇죠.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무 일 안 하고 은행에 돈만 집어넣고 이자로 먹고 삽니다. 금융자본이 굴리는 돈이 생산을 위해 돌아가는 돈보다 900, 9000배입니다. 파생상품이니 뭐니 그런 거 있잖아요. 그게 금융위기를 불러오는 거잖아요. 금융자본이 그런 일을 합니다. 버진 아일랜드에 한국인이 도피시킨 돈이 870조라고 합니다. 그거 명단 발표되면 재밌겠는데 발표하려는 사람은 암살당할 겁니다. 게젤은 악이란 돈이 상품화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개신교에서 자본주의를 인정하면서 폭발적으로 변화했습니다. 이 양반들은 뭐가 잘못되었다는 데에서 끝난 게 아니고 어떻게 하면 이 시스템을 변화시킬 것인가’, 그래서 인간은 비인간적인 경제를 탈출할 수 있는가’, 이런 걸 디자인했던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노화하는 돈이라는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세월이 가면 돈도 늙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상품 가운데서 돈이 특수한 상품이 되었습니다. 같은 값이면 여러 물건 중 여러분은 아마 돈을 선택할 것입니다. 배추나 무는 시간이 지나면 상해버립니다. 원래 돈이 금이었던 건 안 변하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그냥 증서가 돈입니다.

 

돈은 상품 중에서도 특수한 지위를 누리는 상품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다 돈에 집착하는 겁니다. 다른 상품은 시간이 지나면 죽는데 돈은 이자 때문에 더 젊어져. 가치가 높아집니다. 그래서 비대칭이 생기는 겁니다. 금융자본은 자기들 이익을 위해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습니다. 아마존 때려 부수고 인간과 자연을 파괴해도 돈만 되면 합니다. 부동산... 서민이 죽거나 말거나 상관이 없습니다. 그래서 돈도 망해가야 합니다. 그래서 감가 화폐라는 걸 생각한 것입니다. 그걸 게젤과 슈타이너가 생각한 겁니다. 참 머리 좋죠. 케인즈가 돈을 더 풀면 공황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했는데 어떤 사람은 게젤의 사상을 표절했다고도 합니다. 미래에는 맑스보다 게젤이 인류에게 공헌하는 바가 더 클 거라고 케인즈가 말합니다. 이건 아나키스트가 아니면 발상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돈에 나이가 들게 하려면 어떻게 하느냐? 돈에 유효기간을 적는 겁니다.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 스탬프로 찍어서 감가하는 가치를 찍어서 쓰는 겁니다. 그때는 컴퓨터가 없어서 그런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간단하게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경제대공황 때 이런 방식을 도입한 곳이 있습니다. 1932년 오스트리아 뵈르글이라는 곳에서 그걸 도입했습니다. 운터구게베르거라는 시장은 돈이 돌지 않아 경제활동이 모두 멈추자 의회의 승인을 얻어서 노동증명서라는 이름으로 지폐를 발행했습니다. 지폐 뒷면에 칸을 만들어 매달 스탬프를 찍어야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지역화폐인 것입니다. 한 달만 지나면 가치가 줄어드니까 자기 손에 들어오면 빨리 써야 하는 것입니다. 지폐란 본래 교환수단인데 저장수단이 되어 문제를 일으키니 이렇게 한 겁니다.

 

돈이라는 것은 화폐량이 많아서 유통될 수 있지만 유통속도가 빠르면 또 잘 돌아갑니다. 공무원 월급이나 상점이나 세금으로도 이렇게 쓰니 도시가 살아났습니다. 활기가 생기고 무너진 도로가 다시 생기고 좋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도시에서 구경을 하러 옵니다. 그런데 유럽의 은행가들이 이걸 보니까 기가 차거든. 큰일 났다 이거야. 자기들이 몇 백년간 유지해온 금융제도가 무력화될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1년 조금 더 가서 오스트리아 중앙은행이 이걸 불법화했습니다. 그 뒤로 다시 이 도시는 어두워집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히틀러가 나타나 세상은 끔찍해집니다. 만일 이러한 방식이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면 히틀러도 안 나타나고 세계대전도 안 생겼을 겁니다.

 

미국에서도 이러한 지역화폐가 곳곳에서 발행되었습니다. 그래서 루즈벨트가 경제자문에게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봤다고 합니다. 국민이 자율적으로 살길 바란다면, 다시 말해 중앙은행이 약화되길 원한다면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한 게 그걸 막고 뉴딜정책을 펼쳤습니다. 국민이 진정으로 행복해지는 걸 국가는 절대로 못 봅니다. 이걸 명확히 파악한 게 아나키즘입니다. 국가는 폭력집단이잖아요. 군대가 있으니까. 이상적으로 한다면 우리가 군대도 만들어야지요. 이와 유사한 게 스위스입니다. 상비군이 없습니다. 유사시에만 군인이 되고 무기도 국가비용이 아니라 개인이 구입합니다.

 

시간이 없으니 결론을 내야 하겠는데, 이걸 남의 이야기, 옛날이야기라고 무시해서는 안 되잖아요. 애들 데리고 살려면 이렇게 살면 안 됩니다. 우리가 협동조합, 협동조합 하는데 작년 말에 발효된 협동조합법에는 핵심이 빠져 있습니다. 금융과 보험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놈들이 돈은 끝까지 자기들이 쥐겠다는 겁니다. 금융, 보험이 빠진 게 무슨 의미인 줄 모릅니다. 오만가지 다 잘해도 돈 빠지면 끝입니다. 돈도 금융협동조합으로 우리가 만들어서 유통시켜야 하는데 그걸 못하게 하는 겁니다. 돈은 자기들에게 빌려가라는 겁니다. 금융자본이 그러는 겁니다. 진보 쪽에서도 이걸 모릅니다. 조합비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몬드라곤이 아주 모범적으로 되어 있는데 가장 먼저 만든 게 신용협동조합이었습니다. 그렇게 돈을 모아 처음 만든 게 스토브 공장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이상적으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공식화폐가 있고 비공식적인 차원으로 국내에서만 도는 화폐가 있길 바랍니다. 외국에 나갈 수 없는 화폐에요. 우리는 외부 조건에 휘둘립니다. 유럽에 금융위기가 온다면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연에 생물다양성이 있어야 건강한 것처럼 화폐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무리 몽상가라 해도 이런 일이 국가적으로 벌어지겠습니까? 지금처럼 동아시아 국가들끼리 으르렁거리는 상황에서는 항상 우파 정부들만 들어설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화폐는 일단 이자가 없으니까 살 수 있습니다. 계속 물가가 올라가는 게 이자 때문에 그렇습니다.

 

독일의 한 학자가 조사해보니 기본적으로 모든 물가의 40내지 50%가 이자라는 겁니다. 그걸 금융자본가가 가져가는 겁니다. 게젤이나 슈타이너는 금융상품에서 벗어나는 걸 이자에서 벗어나자는 뜻으로 말했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대부분의 사회문제가 해결되고 성장에 대한 강박이 없어집니다. 이자를 내려면 빌린 돈보다 많이 벌어야 하잖아요. 그러면 개인이나 기업이나 어떻게 되겠어요? 땅과 하늘을 더럽히고 강물을 오염시키면 안타깝지만 할 수 없다 이거야. 무슨 짓이든 하는 거예요. 이자만 없어진다면 이런 일이 없어지는 겁니다.

 

지역활동가들은 이런 고민을 해야 합니다. 인간관계는 교환수단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돈이 없으면 안 되니까 이런 돈을 만들자는 겁니다. 제가 1967년에 처음 자료를 받을 때와 달리 세계 각국의 도처에서 지역화폐를 쓰고 있습니다. 발도르프 출신들이 하는 은행도 이자가 없습니다. 그냥 수수료만 받습니다. 은행이라는 게 금융자본의 이익을 위한 게 아니고 아주 혁신적인, 인간 본래의 행복한 삶을 위한다는 목적에 충실한 겁니다. 그래서 계속 확장이 되고 있는데, 제가 녹색당이잖아요. 지난 총선에서 10만 표를 얻었는데 요원하죠. 그런데 이게 중앙국가 차원에서 뭘 하겠다는 욕심을 잠깐 접어두고 선택적으로 지역의 선거에서 이기거나 상당한 의석을 차지해서 지역화폐를 공약으로 실천하는 게 어떠냐는 겁니다. 지역의 시장을 살리려고 뭘 좀 하려면 대기업의 로비가 하도 심하니까 뭘 못하잖아요. 골목시장만 사용하는 지역화폐를 만들면 됩니다. 제주도 가면 제주도 전통시장에서만 쓰는 지역화폐가 있는데 관제화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 화폐보다 할인을 해주니 그걸 안 쓸 때보다 훨씬 더 소득이 커졌다고 합니다.

 

화폐의 본질을 알면 그냥 만들면 됩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그냥 쿠폰이라고 하면 됩니다. 그린쿠폰. 이름도 좋잖아요. 이걸 대대적으로 하면 정부나 대기업의 공격을 받을 겁니다. 링컨이 왜 죽은지 아세요? 정부 돈을 독자적으로 만들어서 죽은 거예요. 은행가들이 그걸 보고 안 되겠다싶어서 암살한 것입니다. 죽어가는 농촌도 이렇게 살릴 수 있습니다. 농민들에게 쿠폰을 나눠주면 됩니다.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단순명료해야 합니다. 농민들에게 한 달에 백만원씩 농촌 어그리 쿠폰(agriculture coupon)을 나눠주면 됩니다. 돈 하나 안 듭니다. 수확 때 갚으면 됩니다. 농촌 돕는다고 지방에 뿌려지는 돈들 다 건설업자 호주머니에 들어갑니다. 문제는 얼마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지혜롭고 용기 있는가 입니다. 하지만 없습니다. 그래서 녹색당을 하는 겁니다. 계속해서 하다보면 들을 겁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녹색당에 가입해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사상이고 실제의 성공사례입니다. 화폐가 가지고 있는 내재적인 문제 때문에 망한 게 아니라 정부가 망해서 그런 겁니다. 그래서 녹색당과 같은 정치세력이 있어야 합니다. 덮어놓고 불쑥 내밀어서는 안 되는 겁니다. 어느 정도 준비해놓고 내밀어야 합니다. 이제 화폐를 가지고 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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