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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학

인지학의 이해 (3)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6. 3. 13. 13:18

인지학의 이해 (3)

크리스토프 비허르트 / 2013년 4월 27일 토요일

 

 

좋은 아침입니다. 이젠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그래서 바로 질의응답을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아침 주강의에 대해서도 좀 이야기를 나누고, 편안하게 질문도 하면서. 저도 잘 모르는 내용을 쏟아 붓는 것을 그만하겠습니다. 그래서 나나 괴벨 선생님을 자리에 모시고 어제 오후 질의응답 시간처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괜찮으신가요?

 

질문1 : 오전 강의의 연장선에서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저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는 않으나 현대사회에서는 내 안에서 그리스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했던 말이 저한테는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느껴보고 싶은데 어떻게 그것을 느껴볼 수 있는지? 의식혼을 개발하면 느낄 수 있는 것인지? 그 것을 어떻게 하면 체험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해지는데 그것에 대해 인지학적으로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답 : 좋은 질문입니다. 오전 강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 이라크 소년이 무슬림이었다는 이야기를 잊고서 하지 못했습니다. 그 소년은 당연히 자기가 용서하는 행위를 하면서 '이게 기독교적인 행동이다, 그리스도의 힘이다'라고는 절대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강연 서두에서 했던 말을 떠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무엇이 도대체 인간인가요? 보편적 인간이란 게 뭘까? 그 방향을 찾아서 나가면 됩니다. 흥미로운 건 그 일이 항상 조금씩 자신을 극복해 나가는 것과 상관이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 그 소년의 충동은 '총을 쏴야겠어!'였으나 그런데 갑자기 소년은 소위 적이라고 생각했던 존재, 상황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면서 모든 게 바뀌게 됩니다. 강연준비를 하면서 또 다른 예를 생각했었는데 그 분은 안와르 엘 사다트라는 이집트의 유명한 대통령이었습니다. 그 분 역시 무슬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분의 자서전, 일생을 찾아보면 비슷한 궤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 분도 오랫동안 감금이 되었습니다. 정말 깊은 절망의 순간에, 이제 자기의 삶은 끝났다고 완전히 자포자기 하는 순간에 저 깊은 곳에서 엄청난 빛이 비치는 것을 느낍니다. 그 빛은 그에게 평화를 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그리스도 존재와 교회를 따로 떼어 생각하려고 노력하며, 오직 내 안에 존재하는 우주적인 힘만을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질문2 : 임사체험자의 경험을 이야기할 때 죽은 자신의 육체를 보는 의식 상태를 경험했는데 그 의식상태가 명상주의 같은 살아있는 상태에서도 가능한 것인지? 또 그 의식의 주체가 누구인가?

답 : 맞습니다. '명상에서 이 상태를 경험하는 것과 비슷한 상태인가요?'라는 질문이었는데 그 질문은 맞습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그것이 아주 무거운 문제라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네덜란드의 심장의학자가 그것에 관한 책을 썼는데, 그는 그것을 ‘끝없는 의식’이라고 불렀고, 우리 몸 밖에 있는 의식을 의미합니다. 주류 과학계에서는 항상 우리는 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다른 세계로의 엄청난 진입입니다. 그리고 질문하신 분의 말씀은 맞습니다. 명상을 할 때 우리는 우리 밖으로 나가서 스스로를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잠자면서 깨어있는 것과 같은 단계라고 말합니다.

그 때 의식의 주인은 여러분 자신입니다.

 

질문: 관련된 질문입니다. 그러면 명상에 의한 훈련이 아니라 어린아이한테 그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나요?

답: 어제 나나 선생님께서 이야기하신 대로 모든 교육은 결국 자기교육입니다. 따라서 어른이 스스로를 정신과학으로 교육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모두 스스로의 구루(영적 스승)입니다. 그리고 개별성과 자유의 문제를 가장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이것이, 즉 내가 나 자신을 개발시키는 것이 옳은 방향입니다.

하지만 이런 내적 훈련, 정신 훈련은 절대로 어떤 식으로든 아이에게는 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아이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어린 아이들에게는 그 어떤 명상이나 정신 훈련을 시키지 않습니다. 그들 스스로 그것을 하고 싶다고 결정을 내릴 때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능력을 타고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미래를 내다본다거나 우리는 못 보는 어떤 것을 본다거나 하는 경우 말입니다. 그럴 때 교사나 부모는 그것을 더 발전시키고 파고들기보다 그것을 잘 돌봐주면서, 아주 전략적으로, 전술적으로 그 아이를 잘 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질문3 : 이라크 소년 이야기를 할 때 결과적으로는 빛이라고 보고 남을 용서해 주는 등 가장 절망의 순간에 빛을 발견하는데 그게 모두 우연히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럼 우리는 자기수련을 통해 그것을 개발해야 하는지? 아니면 우연히 그런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개발하려면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지?

답 : 두 가지 다 가능합니다. 그런 일이 내 능력 밖의 일이 일어나도록 하는 맡기는 상태도 필요하고 훈련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런 훈련은 굉장히 크고 엄청난 뭔가가 아니라 하나의 조그만 일을 일상에서 수련으로 행하는 것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이런 일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이 여러분에게 무엇을 말해 상처를 받으면 보통 그 사람을 비난하고 원망하게 됩니다. 하지만 어쩌면 다음날쯤에는 그래 그 사람을 용서해야지 하는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조금씩 하는 훈련이란 바로 이런 것입니다.

반면 말씀하신 것처럼 큰 자비, 용서가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 때 우리는 깨닫습니다. '아주 큰 은총이 나에게 임했다' 그럼 누가 그렇게 지혜로워서 나에게 이걸 주었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나를 둘러싼 세상이 있다는 것과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지만 내가 그 세상의 일부임을 알게 됩니다. 우리 주위를 둘러싼 이 세상은 굉장히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종교에서는 세상의 이런 모습을 이렇게 부르고 또 다른 종교에서는 세상의 다른 부분을 또 다른 이름으로 부릅니다.

인지학은 그 세상을, 그리고 그 세상 속에 있는 온갖 다양한 존재들을 알아가고자 하는 과정입니다 아주 크고 용감한 존재. 또 아주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존재. 학교 옆에 가면 계곡이 있고 강이 있는데 지금 큰 인공 구조물을 쌓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 강과 연결된 생명의 흐름을 끊는 것입니다. 우리는 세상에 대해 알면서 그런 사실을 인지할 수 있게 됩니다.

 

질문4 : 감각혼, 오성혼, 의식혼의 3가지 개념을 설명할 때 회의에서 ‘저 사람 또 저러네’ 라고 느끼는 것이 감각혼이고 그 사실에만 집중하자라는 것은 의식혼이라고 했는데 오성혼의 상태는 어떻게 작용하는지? 두 번째로 인지학 은행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십시오.

답 :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오성혼의 활동입니다. 그런데 내가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의식혼의 상태입니다.

이 강의는 ‘인지학의 이해’이고 인지학 은행은 다른 영역에 속하는 질문이기 때문에 모두 다 듣고 싶어 하는지 확인하겠습니다. 질문에 대답을 할 수는 있지만 우선순위를 먼저 정해야 하니 우선 질문을 좀 더 받고 나중에 다시 합시다.

 

질문5 : Spirit에 대해 자세히 안 나온 것 같은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정신의 상태가 spirit과는 다른 것 같은데 우리가 진짜 나아갈 것이 spirit의 세계인지? spirit의 정체는 무엇인지?

답 : 근본적으로 물질적 실재와 정신적 실재라는 두 가지 양극성이 존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우리가 정신 또는 정신적인 것이라고 말했던 것은 물질적이지 않는 것을 지칭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예를 통해 설명하면 이해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서양의 예를 들어 죄송합니다. 아주 유명한 오스트리아-독일 작곡가가 있습니다. 18세기에 활동했던 그 작곡가의 이름은 모차르트입니다. 아마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가 아버지께 쓴 편지에 자기가 어떻게 작곡을 하는지를 설명한 것이 있습니다. 왜냐면 모차르트의 아빠도 음악가였기 때문에 자기 어린 아들이 어떻게 그런 멋진 음악을 작곡할 수 있을까 경이로워 했던 것입니다. 모차르트가 설명하기를 '아버지 저는 밤에 깨어있어요' 라고 했습니다. 잠을 안 잔다는 것이 아니라 정신이 깨어있다는 것을 그렇게 말한 것입니다. '그렇게 밤에 깨어있을 때 오페라나 교향곡을 통째로, 하나의 완전한 이미지로 내 앞에 서 있는 것을 봅니다. 그러면 저는 제 앞에 떠오른 그 이미지를 아주 작은 세부사항까지 볼 때까지 계속 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도대체 모차르트는 어떤 세상을 봤던 것일까요? 슈타이너는 정신세계의 가장 낮은 영역인 그 세상을 ‘유영하는 사고의 세계’라고 불렀습니다. 그곳은 아직 지상으로 육화되지 않은, 아직 정신세계에서만 존재하는 사고들의 고향입니다. 이게 어쩌면 정신세계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이제 같은 얘기를 예 없이 조금 추상적으로 해보겠습니다. 정신세계는 아이디어가 존재being가 되는 곳이다. 생각이 존재로 존재하는 곳이 바로 정신세계입니다. 추상적인 답은 어렵게 들리는데 이 말의 증거를 주겠습니다. 모차르트 얘기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모차르트는 편지에서 ‘내가 할 일이라곤 본 것을 그대로 적는 것뿐입니다.’라고 합니다. 아주 유명한 오페라를 작곡했는데 아직 그 서곡을 아직 완성하지 않았고 그 곡을 완성해서 공연하는 날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부인한테 커피를 큰 병에 만들어 달라고 하고 밤새도록 큰소리로 동화를 읽어달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 곡을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밤새도록 잠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날 밤에 동화를 들으면서 커피를 마시면서 그는 서곡을 작곡했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생각하면서 이렇게 저렇게 짜내는 것이 아니라 그냥 본 것을 베껴 쓰기만 하면 되었기 때문입니다.

어제와 오늘 아침 저는 유명한 이탈리아 시인인 단테 알레기에리와 그의 작품 ‘신곡’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 어마어마한 내용, 천국 지옥 연옥과 관련된 엄청난 시는 도저히 한 인간의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라, 존재being와 상image으로 이루어진 그 세계에서 영감inspiration으로 들어오는 것입니다. 모든 종교와 철학, 예술은 사실 이 정신적인 실재를 보고 자기가 본 것을 우리에게 보여준 거지 그들이 훌륭한 인간이거나 초인이라서 가능했던 것이 아닙니다. 즉 인간의 것은 아닙니다.

 

나나 : 일상생활의 영역으로 들어가서 몇 마디 덧붙이겠습니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는데, 상대방이 ‘마침 네 생각하고 있었는데 네가 딱 전화했네!’ 라고 말했던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정신세계는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작은 것, 일상생활, 내 주위, 내 속에 존재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일상을 충분히 주의해서 본다면 사실 우리 일상에서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엄마들은 아이에게 뭔가 문제가 생기면 아이가 학교에 있거나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것 뭔지 아시지요?

 

나나 선생님 이야기를 듣고 생각났습니다. 흥미로운 일이지요? 전화를 했는데 상대방이 ‘마침 네 생각 했어’ 하는 이 상황. 우리는 이런 상황을 그냥 무심히 지나쳐버리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사무실에 있다가 집에 가면서 ‘이 책을 오늘 밤 가지고 가서 읽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깜빡 잊어버리고 안 가져갑니다. 그래서 스스로에 대해 한심해 하면서 다시 책을 가지러 사무실로 갑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몇 년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를 만납니다. 책 가져오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았다면 나는 결코 그 친구를 만나지 못했을 겁니다. 이럴 때 ‘우연’이라고 가볍게 넘겨 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아주 본질적인 것을 놓쳐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슈타이너는 우리에게 ‘하루를 돌아보라’라는 연습을 제안했습니다. 잠들기 전에 오늘 하루가 너에게 가져다 준 것을, 마치 영화 필름을 거꾸로 돌리듯 돌아봐라. 그렇게 하다 보면 우리는 하루의 기적, 경이를 깨달을 수 있게 됩니다.

 

질문6 : 들어보니 인지학이 다분히 종교적인데 종교로 발전하진 않았는지? 특히 어떤 종교하고 관련이 있는지? 제 생각에는 퀘이커와 관련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지학에서 특별히 권하는 명상수련법이 있는지?

답 : 강연을 듣고 그렇게 생각했다면 우리가 뭔가 잘못한 것입니다. 첫째, 우리가 정신세계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것은 ‘우리는 그냥 그렇게 믿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정신세계에 대해 인지학이 접근하는 방법은 스스로 발견하고 찾아내고 관찰하고, 그리고 거기에 대해 생각해보려는 태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질문, 주제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여지, 공간을 만듭니다. 보통은 이런 종류의 문제를 토론의 대상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지학은 이런 문제에 대해 토론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인지학은 믿는 게 아니라 질문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퀘이커교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한 가지 주제는 공유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즉, 도덕, 선에 관한 주제, 질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큰 차이가 생깁니다. 아시다시피 도덕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한다는 정해진 표준은 없습니다. 이렇게 행동하면 좋은 인간, 도덕적인 인간이라는 기준은 종교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하는 얘기는 내가 어떻게 나를 들여다보고, 나를 발견하고, 그것을 탐구할 수 있는가, 그리고 작은 연습들을 통해서 더 나아갈 수 있는가?

질문하셨던 명상 방법 중 하나는 엊그제 비허르트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짧은 문장, ‘빛 속에 지혜가 산다 Wisdom lives in light’을 깊이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김훈태 : 퀘이커는 개신교의 하나로서 성령의 말씀을 기다리고 경청하는 기다림을 예배의 특징으로 하는 종교이고, 인지학은 학문적으로 이해하고 탐구하는 차이가 있습니다.

 

질문7 : 종교에서는 믿음이 있고 깨달음이 있고 또 불교 같은 경우에는 깨달음을 강조하는데 ‘지혜는 빛 속에 산다’라는 명상이 선불교의 참선, 화두와 관련 있는 것 같은데 불교와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답 : 깨달음에 대해서는 우리가 어느 정도 비슷한 개념을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신성한 지혜 속에 내가 참여하는 것입니다. 깨달음에 이르는 길에 대해 슈타이너는 아주 명확한 세 단계를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직 그 단계들을 깨닫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직접 경험한 내용으로서가 아니라 읽고 들어서 안 것을 통해 말하겠습니다.

슈타이너가 말한 깨달음으로 가는 첫 번째 단계는 상상imagination, 두 번째는 영감inspiration, 세 번째는 직관intuition의 단계입니다. 그런데 정말 흥미롭게도, 슈타이너에 따르면, 이 입문의 세 단계를 넘어갈 때마다 신체적, 영혼적인 반응이 드러난다고 합니다. 이건 아주 유용합니다. 내가 무엇을 발달시키고 성취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상상의 단계에서는 진리가 말이 아니라 상으로 내 앞에 떠오릅니다. 그것은 상상, 상을 만드는 것과 관계가 있습니다. 4학년짜리 꼬마 아이가 있다고 해봅시다. 아주 동작이 빠르고, 짓궂은 아이입니다. 선생님게 들키지 않고 언제 어떻게 장난을 쳐야 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합니다. 저는 지금 이 아이를 묘사하기 위해 많은 단어를 동원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에 대해 ‘너는 여우구나’라는 한 마디로 끝낼 수도 있습니다. 여기엔 말을 뛰어넘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영감을 받았다고 느낄 때도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영감을 받으면 우리는 행복함을 느낍니다. 나무에서 사과 하나를 똑 딴 것처럼 갑자기 하나의 아이디어가, 그리고 또 다른 아이디어가, 또 다른 아이디어를 갖게 되는 것, 그것이 영감입니다.

직관의 신체적 반응은 불현듯 내가 뭘 해야 할지를 알게 되는 것입니다. 굳이 골똘히 생각할 필요 없이 그냥 내가 뭘 해야 할지 아는 상태입니다. 슈타이너는 교사들이 적절하고 올바른 행동을 스스로의 내면에서 끌어낼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생각하고 짜내서가 아니라 교사들은 그저 자신의 수업 속으로 깊이 들어가 있고, 그 속에서 그냥 뭘 해야 할지를 순간순간 알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마치 뒤에서 뭔가가 밀어주는 것처럼.

 

상상은 공간과 관계가 있으며, 그 단계에서 우리는 상image을 봅니다.

영감은 시간과 관계가 있습니다. 올바른 때, 순간입니다. ‘아하, 알겠어!’,

직관은 시간, 공간을 초월한 것으로 영원에서 오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스스로를 아주 열심히 훈련시켜서 항상 진실의 상을 볼 수 있고, 신성한 사고의 영감과 접촉할 수 있고, 언제나 항상 올바른 할 일을 알고 있다고 상상해보십시오. 이것은 입문의 세 단계로, 이를 통해 깨달음에 이르게 됩니다.

 

김훈태 : 용어에서 상상, 영감, 직관이라고 하기도 하고, 상상을 ‘영시’, 영감은 ‘영청’, 직관은 ‘영적합일’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질문8 : 선은 악이 있어야만 알 수 있는가? 선은 영적인 것으로 하늘로 날아가는 것인가? 그럼 이 세상의 악의 물질에 선을 넣는 것인지?

답 :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선이, 악 없이 선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질문자는 선은 정신적인 것, 악은 물질적으로 본다고 말함)

(나나) 지난 며칠 동안 우리가 얘기했던 선과 악은 물질에도, 정신에도 존재합니다. 그리고 여러분 자신의 우주관 내지 세계관을 보면, 세상이 창조되기 이전부터 신들이 사는 세계가 있고 선과 악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아침 강의에서 비허르트 선생님은 괴테의 파우스트를 인용하면서 선과 악에 대해서 한 가지 지점을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악이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천국에는 선만 존재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물질세상을 창조하면서 악이 생겨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물질세상이 생겨나기 전에 이미 악은 세상에 존재했습니다. 물질이라는 개념은 물질 세상과 함께 생겨난 것입니다.

악을 모르면서 선을 위한 투쟁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최종 목표로 성취해야 하는 단계로서의 선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는 이제 선한 인간이야’라는 단계는 있을 수 없으며, ‘그렇게 되려고 항상 노력하는 과정이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안에는 무엇이 선인지 무엇이 악인지를 말해주는 양심의 목소리가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 멋진 양심의 소리는 이처럼 선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실패했을 때 스스로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게 해줍니다. 또한 이 양심은 우리의 큰 조력자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질문9 : 저는 아이를 통해 세상에서 불안감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세상을 빛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아이만 그렇게 키우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으로 돌아와서 스스로가 어떻게 성장해가는 게 좋을지 나에게 집중하는 삶을 살아가려고 합니다. 죽음에 이를 때까지 앞으로 사는 동안 깨어있는 상태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판단해가면서 내 삶을 이끌어 가려고 노력할 텐데 그 뒤의 사후세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인지학에서 바라보는 사후세계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요? 물질육체와 에테르체가 결합되어 있고 아스트랄체와 자아체가 의식이 깨어있는 동안 분리되는 상태라고 책에서 보았는데 죽음을 통해 에테르체와 아스트랄체는 어떻게 되는지? 즉, 사후에 인간의 4구성체가 어떻게 되는지? 그렇다면 그 자아, 고유성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다시 태어나는지?

답 : 살면서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의 문제와 사후에 대한 문제 및 인지학 은행에 대해 오후에 시간을 들여서 답변하겠습니다.

 

(나나) 이 분의 질문을 들으면서 선악에 대해 몇 마디 덧붙이고 싶은 게 생겼습니다. 슈타이너는 악이 단 하나의 힘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파우스트에서도 악이 박사를 깨워주는 조력자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우리는 악에 대해 접근할 때 멀리 돌아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직면해야 합니다. 그렇게 직면하게 되면 두 종류의 악을 만나게 됩니다. 하나는 바깥세상과 관계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영혼과 관계된 것입니다.

자신의 영혼과 관계된 악은 우리가 쉽게 놓치곤 하는 부분입니다. 불교 신자나 인지학자가 자기를 발달시키고 자신을 찾겠다고 결심하고 열심히 수행하고 연습합니다. 하지만 자기 안에서만 바쁘고, 세상 속에서 인간이 가져야 하는 과제는 잊어버리게 됩니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또 다른 세상을 창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슈타이너는 이처럼 오직 자기 자신의 수행, 발달에만 몰두하느라 바쁜 모습 역시 악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런 종류의 악을 어떤 천사의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그 천사는 ‘빛을 가져다주는 자’라는 뜻을 가진 이름을 가진 루시퍼입니다. 이 이름은 그리스어에서 나온 것으로 ‘루키(빛)+훼르(가져다주는 자)’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악은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오직 자기 자신만 들여다보면서 세상을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볼 수 있듯 에로틱한 것, 그리고 스스로를 정말 중요하고 대단하게 생각하는 식의 태도도 모두 이 루시퍼적인 악에 속합니다. 또 다른 종류의 악은 나 자신을 잊어버리고 오직 세상만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과제는 항상 이 양극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며, 그 균형 속에서 우리는 발전합니다. 여기서 말한 악은 교회에서 ‘무엇이 악이다’라고 정의한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선과 악을 보고 도대체 인간의 과제가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사후의 삶에 대해서도 다른 관점에서 보게 될 것입니다.

 

질문10 : 인지학에서 선함을 따른다고 말했는데 아이들이 어떻게 선함을 창조하고 따를 수 있도록 어른이 어떻게 인도할 수 있는지 그리고 아이들 발달단계마다 선함이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지?

답 : 여러분이 스스로 좋은 모범이 되십시오!

 

질문11 : 어제 수업에서 아주 피곤했지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더니 집중이 됐고 재미있어서 아주 좋았는데 두 번째 시간에는 너무 졸려서 졸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뭔가 첫 번째 시간에 뭔가 잘못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 시간에 오이리트미를 했고 난 더 피곤해졌는데 네 번째 시간에는 집중이 너무 잘되고 좋았습니다.

답 : 아주 정상입니다. 이렇게 며칠 동안 지금까지 접해보지 않은 새로운, 크고 무거운 생각을 들었으니, 아주 짓눌린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신선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영혼이 날숨도, 들숨도 쉬어야 합니다. 그러니 편하게 하십시오. 소화하기 너무 버겁다면 산책하십시오. 아주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내가 완전히 새로운 뭔가를 듣고 배웠다면 그것을 소화시켜야 합니다. 하지만 또 다른 새로운 것을 듣고 경험하느라 소화시킬 수 없다면 피곤함을 느끼게 됩니다. 지극히 당연합니다. 실제 아이들 교육에서는 이런 식으로는 수업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쏟아내고 소화시킬 시간을 주지 않는 오류를 피하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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