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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자연적 필연성의 질서> 옮긴이의 말 (3) - 비판적 실재론에서 메타실재의 철학으로 본문

책소개 및 서평

<자연적 필연성의 질서> 옮긴이의 말 (3) - 비판적 실재론에서 메타실재의 철학으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1. 3. 23. 09:15

비판적 실재론에서 메타실재의 철학으로

 

비판적 실재론은 그가 제창한 초월적 실재론과 비판적 자연주의를 축약한 것이다. 초월적 실재론이란 기존 과학철학의 토대였던 흄의 경험적 존재론을 극복한, 새로운 형태의 존재론이라고 할 수 있다. 바스카는 근대 관념론과 경험주의, 포스트 모더니즘적 반실재론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자연법칙이 경험적 규칙성, 즉 원자론적 사건들의 규칙적 반복일 뿐이라고 보는 흄식 경험주의를 비판한다. 그는 과학이란 경험된 사건 너머의 자연적 필연성을 찾는 활동이고, 그 대표적 활동인 실험은 세계의 층화와 분화를 전제로 한다고 보았다. 비판적 자연주의는 이것을 사회과학의 영역으로 확장하여, 사회 연구에서도 과학적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인간 사회라는 연구 대상의 특성 때문에 제한적으로 사용하게 되므로 비판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이다.

 

모든 과학 활동은 사회적 행위이며, 발생한 사건의 원인이 되는 인과적 힘을 찾는 것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므로 바스카에게 사회 연구의 대상은 사회를 이루는 사람들의 믿음도 포함이 된다. 따라서 사회과학의 설명은 행위 주체의 의식과 존재에 대한 비판, 그리고 가치와 행위에 대한 판단을 수반한다. 이것은 사실과 가치, 설명과 비판, 이론과 실천이라는 기존의 이원론적 경향을 극복하는 설명적 비판의 논의를 이끌어 낸다. 이 세 가지 주장이 그의 초기 저서 세 권의 핵심 주제이며, 비판적 실재론의 기초를 구성한다.

 

1970년대 중반에 시작한 비판적 실재론의 여정은 80년대를 지나 90년대에 이르러, 변증법적 철학의 문제로 더욱 심화된다. ‘자연과학의 실험이 가능하려면 세계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관한 질문에서 시작하여, ‘사회과학이 자연과학과 동일한 과학이라면 그 연구 방법은 어떠해야 하는가?’, ‘사회에서 인간의 믿음들은 어떻게 인과적으로 설명될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이 초기의 문제의식이었다면, 변증법적 비판 실재론에서는 서구 주류철학의 핵심적 오류는 무엇인가?’, ‘인간 해방은 어떻게 가능한가?’로 나아갔다. 변증법: 자유의 맥박(1993)플라톤 외(1994)에서 바스카는 헤겔의 변증법과 마르크스의 변증법을 극복하고, 변증법적 사유를 실재론적으로 재정립했다.

 

2000년대에 바스카의 철학은 영성적 전환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선다. 동양에서 서양으로: 영혼의 모험(2000), 과학에서 해방으로(2002), 메타실재에 관한 성찰: 초월, 해방 그리고 일상생활(2002), 메타실재: 창조성, 사랑 그리고 자유(2002) 등의 저서를 통해 그는 비이원성과 초월의 관점에서 근대성 및 철학적 담론들에 대해 강력히 비판한다. 이원성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기존의 철학적 담론들은 근대적 세계의 분리와 분열, 소외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원성의 세계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근원적 본성인 기저 상태에서 분리된 채 절반의 실재에서 에고, 즉 자기중심적 자아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진정한 실재는 정신적으로 이원성의 착각에서 벗어난 비이원성의 삶이며, 그럴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인간 해방을 이룰 수 있다는 게 바스카의 전언이다.

 

존재론, 다시 말해 형이상학(metaphysics)은 메타-물리학(physics) 또는 메타-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메타실재란 실재 자체가 아닌, 실재를 넘어서는 그 무엇이다. 물리적 현상의 근원을 밝히고 과학 자체에 대해 성찰하는 것이 형이상학의 과제라면, 메타실재의 철학은 영성적 전환을 통해 실재의 정신적 근원을 밝히고 그것과 하나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물리적인 동시에 정신적이며, 이 둘은 통합되어 존재한다. 우리가 어떤 일에서 창조성을 발휘하고 학습을 하며 자유롭게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메타실재의 세계에서 비이원성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스카는 현대 학문세계의 마지막 금기라고 할 수 있는 영성에 관한 담론을 메타실재의 철학을 통해 종교가 아닌 학문의 언어로 설명하고 있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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