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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제1괴테아눔의 인지학적 특성 - 박윤준 본문

인지학/인지학건축

제1괴테아눔의 인지학적 특성 - 박윤준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9. 6. 4. 06:36

* 이 글은 경기대 건축학부 박윤준 교수님의 논문 <루돌프 슈타이너 제1괴테아눔의 인지학적 특성에 관한 연구>의 내용을 일부 발췌한 것입니다.

 

 

 

인지학적 건축론과 제1괴테아눔의 형성 배경

 


1) 인지학적 건축론

 

(1) 우주론

 

슈타이너는 건축이 진정한 의미를 지니기 위해서는 단지 근대적인 기능이나 미적 충족을 넘어 영적인 세계에 대한 자각에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에 의하면 인간의 혼과 정신은 우주의 위계 안에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지학적 건축은 우주적 관련 아래에서 인간의 정신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슈타이너는 건축을 끝없이 천체의 운행과 관련시키고 있으며, 건물의 배치방법과 상징물 및 실내장식을 통해 공간을 신비적으로 구성함으로써 건축이 실제 우주적인 사건들이 연출되는 또 하나의 장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2) 변형론


슈타이너는 괴테의 변형이론으로부터 변형론적 건축론을 형성하였다. 괴테의 자연과학은 관찰을 통해 대상을 비교하는 형태학(Morphology)이라고 할 수 있다. 괴테에 의하면 끝없는 변화를 지속하는 자연에 대한 탐구와 바른 인식은 시간적인 사건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하고 따라서 형태를 다루는 것은 시간에 따른 변화를 직접 드러내는 변형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일련의 친근한 형태들을 통한 변화를 의미하며 수축과 팽창이라는 생명의 리듬을 표현하는 것이다.


슈타이너는 변형론을 적용하여 건축의 각 구성요소에서 시간적으로 변화하는 형상들을 구축하려고 하였다. 이를 통해 건축을 살아 있는 실체로서 표현하고 세계에 관한 변형론적 의식을 사용자에게 일깨우고자 한 것이다. 슈타이너는 제1괴테아눔에서 일곱 쌍의 기둥에 새겨진 식물 형상의 점진적인 변화, 기둥의 크기와 간격의 조절 등을 통해 변형론을 적용하고 있다.


(3) 기하학

 

슈타이너는 기하학 도형이 인간 자체에 무의식적으로 반영되어 있다고 본다. 즉, 기하학은 의식체계 속에서가 아닌 인체의 골격계(骨格系)에 각인된 지식이라고 주장한다. 슈타이너에게 기하학은 동일성을 담보하는 추상적인 학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인간의 무의식적인 인체에 이미 기하학을 할 수 있게 하는 근원적인 경험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건축에서도 기하학적인 도형들은 실제 건축에서 직접 드러나게 보이지는 않더라도 그렇게 계획된 건축은 인간의 잠재의식에 내재된 우주적인 교감을 일깨운다고 한다. 이로부터 슈타이너는 건물의 평면과 단면 계획에서 다양하고 복잡한 기하학의 원리들을 적용하게 된다.

 

2) 제1괴테아눔의 형성배경


인지학자들이 슈타이너의 사상에 따라서 그들의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제1괴테아눔에 이르러 집약적으로 실현되었다. 그러나 제1괴테아눔의 조형형식은 그보다 앞서 독일에서 실현된 4개의 인지학 건축물에 의해 점진적으로 발전하였다.


그 4개의 건축물은 먼저 최초의 인지학 건축이라고 인정되는 뮌헨 집회장(The Munich Congress Hall, 1907)
으로부터 말쉬의 모델하우스(The Malsch Model House, 1908-1909), 슈트트가르트 하우스(Stuttgart House, 1911), 그리고 인지학 공동체를 위한 극장시설과 부속건축물로 이루어진 뮌헨 요하네스극장 계획안(The Munich Project-Johannes Building, 1911-1912)이 그것이다.


그러나 인지학 회원들의 열정은 제1차 세계대전의 암운이 드리워짐과 함께 불운한 결과를 가져왔다. 전쟁준비를 하고 있던 독일 당국은 그들과 다른 사상을 지닌 이들의 계획을 승인해주지 않았다. 결국 요하네스 건물은 계획안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얼마 후 슈타이너는 중립국이던 스위스에 다시금 인지학 건축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독일에서의 활동이 어려워지던 때 치과의사이던 헤른 그로스하인쯔(Herrn Grosheintz)박사는 슈타이너를 위해 인지학 건축커뮤니티를 구성할 부지를 제공하였다. 이에 따라 1913년에는 새로운 부지환경에 따라 새로운 건물이 설계되었다. 그리고 1913년 9월 20일 마침내 스위스 도르나흐 언덕에 제1괴테아눔의 초석이 놓이게 된다. 이 건물을 짓는 데에는 인지학회의 회원들의 헌신적인 참여가 이루어 졌다. 공사는 빠르게 진척되어 1914년 4월 1일에는 상량식을 거행할 수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의 와중에서도 중립국이던 스위스 영토에 세워졌기에 비록 공사기간은 지연되었지만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1920년 9월에 이르러 제1괴테아눔이 개관되었다. 그리고 제1괴테아눔과 함께 그 주변에는 부지를 제공한 그로스하인쯔의 주택인 둘덱하우스(답답한 길모퉁이 집이라는 뜻)를 비롯한 부속 건물들이 속속 들어서게 되었다.


그러나 1922년 마지막 날(New Year's Eve) 반대자들의 방화로 인해 제1괴테아눔은 전소되고 만다. 콘크리트로 지어진 기초부분과 스테인드그라스 몇 조각을 제외한 건물 전체가 잿더미로 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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