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도르프학교의 인지학적 학교건축 - 김성원

발도르프학교의 인지학적 학교건축

 

김성원
<학교의 발견, 교실의 발명> 저자

 
세계 최초의 발도르프학교는 1919년 슈투트가르트 울란스회헤(Uhlandshöhe)에 세워졌다. 발도르프-아스토리아 담배공장(Waldorf-Astoria Zigarettenfabrik)의 기업가 에밀 몰트(Emil Molt)가 사비를 털어 일종의 노동자 자녀들을 위한 학교로 설립했다. 발도르프학교는 발도르프 교육학을 직접적으로 충실하게 공간 디자인에 반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발도르프학교의 인지학적 교육철학에는 주목하면서 발도르프학교 고유의 인지학적 학교건축에 주목하지 않고 있다.
 
1902년에 이미 에밀 몰트는 신지학회(Theosophical Society)와 접촉하고 있었고, 1913년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의 지도 아래 인지학회 독일지부가 분리되었다. 인지학은 인간의 감각과 마음의 과정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이렇게 발견된 지식을 뜻한다. 인지학적 건축은 건축물 역시 사람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데 영향을 끼치는 감각적이고 정서적인 요소라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발도르프학교의 건물과 공간은 획일적이거나 기계적이지 않고 독특한 조형성을 갖는 동시에 세심한 공간으로 구성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에밀 몰트는 발도르프-아스토리아 담배공장의 이상적인 모습으로 학교와 일터의 조화를 추구했다. 그는 1919년과 1920년에 학교 부지를 인수했다. 첫 번째 학교 건물은 1921/22년에 지었으며, 전쟁으로 파괴된 후 1952년에 재건했다. 최초의 발도르프학교는 191명의 노동자 자녀들을 무상으로 교육했다. 반면 65명의 부유한 가정의 학생들은 각자 수업료를 지불했다.
 
1975~1977년에 중앙홀을 증축했다. 이 중앙홀은 여러 상을 수상했는데 기존의 건축과 다른 디자인 언어를 보여준다. 노출 콘크리트와 목재, 유리를 결합한 건물은 대형 조각과 같다. 건물에 명확한 대칭이나 주요 전면창이 없고, 오히려 건물은 자유로운 형태를 갖고 있으며 여러 곳에서 다양한 전망창을 만들었다. 이후에도 증축은 1990년까지 이어진다. 2005~2007년대까지 방과후 보육 공간 등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다. 2016년부터 이 최초의 발도르프학교 건물과 유치원 및 중앙홀은 기념물로 보호받고 있다.
 

 

 

 
1929년에 슈투트가르트 사범대학의 협력으로 5개의 발도르프학교가 독일 주요도시에 더 등장했다. 이후 1945년부터 1985년까지 발도르프학교들이 지속해서 늘어났는데 그 중 최소 45개 학교는 새 건물을 지었다. 1972~1974년까지 브레멘에 건설된 발도르프학교는 베르너 세이퍼트(Werner Seyfert) 건축사무소가 디자인했다. 브레멘의 발도르프학교는 중앙에 큰 홀이 있고, 한 지붕 아래 다각형으로 분리된 교실과 오이리트미실과 자연사 학습실, 역사실이 있다. 음악실, 화학실, 물리실, 오이리트미를 위한 공간 등 다양한 특별실들은 크고 작은 높이로 세워졌다.
 
내부 디자인은 거친 나무 거푸집 모양이 남아 있는 노출 콘크리트이고 창틀은 각기 다르며 벽의 두께를 드러낸다. 전체 건물은 비정형의 조각처럼 다양한 층고를 갖고 있고 곳곳의 모서리를 비틀고 깍은 형태인데, 버섯모양의 큰 지붕이 이들 건물을 하나의 풍경으로 통합한다. 이 브레멘 발도르프학교는 1996년부터 보호 건축물로 등록되었다. 그 이유는 "후기 표현주의 건축물로서 철학적-종교적 주장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건축"이라는 특징 때문이었다.
 

 
1951년에 설립한 프랑크푸르트의 자유 발도르프학교는 1958년부터 1959년까지 발터 베크(Walter Beck)가 디자인했다. 제한된 부지로 인해 다소 복합적인 교육단지의 형태를 갖고 있다. 1967년 다시 증축했고, 각 공간들이 중앙의 무도회장이나 홀을 향하고 둥실둥실 이어진 엉덩이 같은 지붕이 특징적인 중첩 구조를 보여준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지어진 최소 45채의 신축 발도르프학교 건물들은 분명히 발도르프학교라는 것을 알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각 학교의 독특한 개성에도 불구하고 발도르프학교 나름의 공통점들이 드러났다. 특히 문손잡이, 가구, 조명기구와 같은 것들은 여러 곳에서 동일한 제품을 사용했다. 창 모양과 세부 사항들을 보면 발도르프학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널찍한 엉덩이 같거나 버섯모양의 지붕은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발도르프 교육학을 반영한 학습 공간의 특징은 다각형의 교실 공간 배치와 몇 개 교실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용 공간으로 사용된 무도회장이었다. 
 
위버링겐(Überlingen)에 설립된 자유 발도르프학교는 1972년부터 설계를 시작해서 1977~1981년 사이에 4단계 건축을 통해 세워졌다. 석조 기반 위에 목재와 회반죽을 사용했고, 지붕은 일반 타일 지붕으로 덮었다. 세부적인 형태뿐만 아니라 크고 낮고 구부러진 지붕은 주로 인지학 학파의 유기적 형태를 나타낸다.

1977년에 설립된 비텐(Witten)의 루돌프 슈타이너 학교는 베르너 세이퍼트의 설계를 기반으로 한 최초의 인지학 학교마을이었다. 과학, 예술 및 공예, 주방, 체육관 및 무도회장, 음악당과 저, 중, 고 층고에 따라 별 모양의 건물이 무도회장에 면한 안뜰을 중심으로 모여 있다.
 

 

 

위에 소개한 발도르프학교 외에도 오늘날 전 세계에 1,200여개의 발도르프학교가 있다. 2020년 5월 기준 독일은 252개의 발도르프학교가 있다고 한다. 독일 발도르프학교들은 'Bund der Freie Waldorfschulen'이라는 전국 단위 상위 조직 아래 통합되어 있고, 다시 주 차원에서 관리되며, 무엇보다도 학교 자체에서 관리한다. 이들 발도르프학교들의 대다수가 역시 인지학적인 고려 속에 건축되었다. 이에 대한 기록은 인지학적 건축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렉스 라압(Rex Raab)이 1982년에 쓴 논문 "Die Waldorfschule builds"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Play AT 연구소장, [학교의 발견, 교실의 발명] 저자 김성원
 
 
 

[출처 : 김성원 지음, <학교의 발견, 교실의 발명>,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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